A는 자신의 담벼락에 주차를 한 B의 차량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앞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서 B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경우 A의 법적책임은 어떻게 될까요?
1. 형사책임
가.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
1)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의미합니다.
2) 판례의 태도
참고 판례들에 따르면, 차량을 주차하여 타인의 차량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됩니다.
업무방해죄가 인정된 사례들:
- 공사현장 출입구에 차량을 주차하여 공사차량의 출입을 방해한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50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0고정1074 판결)
- 세차장 출입구 앞에 차량을 주차하여 세차장 이용을 방해한 경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1노197 판결)
- 건설현장 출입로에 차량을 주차하여 공사업무를 방해한 경우 (수원지방법원 2021고정262 판결)
업무방해죄가 부정된 사례들:
- 단순히 일시적으로 주차하고 관리소 연락 시 이동하려 한 경우 (인천지방법원 2020고정2031 판결)
- 주차구역의 주차선 일부를 넘어선 정도에 불과한 경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1노197 판결)
- 공사자재 적치로 인해 이미 통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차 (수원지방법원 2022노4052 판결)
3) 본 사건에 대한 검토
본 사건의 경우, A의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가. B의 차량 사용이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차량 사용은 형법상 보호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 다만, B가 차량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예: 택시, 화물차, 영업용 차량 등)라면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 A의 주차 기간, 방해의 정도, B에게 미친 실질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나. 일반교통방해죄 성립 여부
1)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 판례의 태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4266 판결). 단순히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3) 본 사건에 대한 검토
A가 자신의 담벼락 앞에 주차한 것이 공공의 도로가 아닌 사유지인 경우, 일반교통방해죄의 객체인 ‘육로’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일반교통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
1) 재물손괴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됩니다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도18807 판결,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2) 차량 주차로 인한 효용 침해 사례
판례는 차량의 이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5. 8. 28. 선고 2015노985 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승용차의 앞·뒤를 일시적으로 가로막아 운행하지 못하게 한 사실만으로는 승용차의 효용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심(항소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바,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의정부지방법원 2015. 8. 28. 선고 2015노985 판결).
3) 본 사건에 대한 구체적 검토
A가 B의 차량 앞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여 B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행위는 B의 차량을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가)효용 침해의 인정
차량의 본래 사용 목적은 이동수단으로서의 기능입니다. A가 B의 차량 앞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여 B의 차량이 이동할 수 없게 만든 행위는, 비록 차량 자체를 물리적으로 손괴하지는 않았더라도, 일시적으로 차량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것이므로 재물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판례도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도18807 판결,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7도20455 판결).
나)고의의 인정
재물손괴의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계획적인 손괴의 의도가 있거나 물건의 손괴를 적극적으로 희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물의 효용을 상실케 하는데 대한 인식이 있으면 됩니다.
본 사건에서 A는 B가 자신의 담벼락에 주차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의도적으로 B의 차량 앞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였으므로, B의 차량이 이동할 수 없게 될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A에게는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방해의 정도 및 기간
재물손괴죄의 성립 여부는 방해의 정도, 기간, 피해자가 받은 불편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만약 A가 장시간 동안 B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거나, B가 차량을 긴급하게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만약 A의 주차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이루어졌고, B가 A에게 연락하여 즉시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면, 재물의 효용 침해가 경미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 민사책임
가.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1) 불법행위의 요건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 판례의 태도
참고 판례들에 따르면, 차량 주차로 인한 통행방해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1불법행위가 인정된 사례들:
- 상가 출입구 앞에 차량을 주차하여 손님들의 출입을 방해한 경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가합6369 판결)
- 건물 주차장 출입구를 막아 차량 출입을 방해한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5030 판결)
- 식당 앞에 차량을 주차하여 영업을 방해한 경우 (부산지방법원 2024나70036 판결)
2 불법행위가 부정된 사례들:
- 공사 부지 진출입로에 차량을 주차하였으나 실제 통행방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수원지방법원 2021나84970 판결)
- 주차 위치가 진출입로 경계 부근으로 침범 정도가 경미한 경우 (수원지방법원 2021나84970 판결)
3) 본 사건에 대한 검토
A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가) 위법성:
- A가 자신의 담벼락 앞에 주차한 것이 자신의 소유지 또는 사용권이 있는 장소인 경우, 위법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B의 차량을 의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주차한 경우, 권리남용 또는 사회질서 위반으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손해의 발생:
- B가 차량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구체적인 손해(예: 업무상 손실, 대체 교통수단 이용 비용, 정신적 고통 등)가 있어야 합니다.
- 단순히 불편을 겪었다는 것만으로는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인과관계:
- A의 주차 행위와 B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라)과실:
- A가 B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의도로 주차한 경우,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됩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A는 B에게 다음과 같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
1) 재산적 손해
가) 적극적 손해: B가 차량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지출한 비용(예: 대체 교통수단 이용료, 견인비용 등)
나) 소극적 손해: B가 차량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얻지 못한 이익(예: 영업손실 등). 다만, 이는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2) 정신적 손해(위자료)
A의 행위로 인하여 B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경우,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민법 제751조 제1항). 다만, 위자료 액수는 방해의 정도, 기간, B가 받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다. 방해배제청구권
B는 A에게 차량을 이동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유권 또는 점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손해배상청구와는 별개로 인정됩니다.
3. 정당방위 또는 자력구제 항변의 가능성
가. 정당방위
A는 B가 자신의 담벼락에 무단으로 주차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차량을 주차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1) B의 주차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2) A의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이어야 합니다.
3) A의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761조 제1항).
본 사건의 경우, A가 B의 차량 앞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여 B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행위는 방위행위로서의 상당성을 결여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A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견인을 요청하는 등 적법한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B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은 과잉방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나. 자력구제
자력구제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다만,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한 권리실현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본 사건의 경우, A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견인을 요청하는 등 적법한 방법으로 B의 차량을 제거할 수 있었으므로, 자력구제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결론
A의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가. 형사책임
1)업무방해죄: B의 차량 사용이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 가능성이 있으나, 단순한 개인적 차량 사용인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일반교통방해죄: 사유지에서의 주차인 경우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손괴죄: 차의 효용을 침해했으므로 성립가능성이 있습니다.
나. 민사책임
1) 불법행위책임: A의 행위가 B에게 구체적인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A가 자신의 소유지 또는 사용권이 있는 장소에 주차한 경우, 위법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2) 손해배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A는 B에게 재산적 손해 및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여야 합니다.
3) 방해배제청구: B는 A에게 차량을 이동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 실무적 조언
A는 B의 무단 주차에 대하여 경찰에 신고하거나 견인을 요청하는 등 적법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스로 B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A에게 법적 책임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