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절도영상 유포의 경우 법적책임

A씨는 무인점포에서 CCTV를 설치해서 도난 등 절도사건에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어느날 여고생 B양이 상습적으로 물품을 도난하는것을 CCTV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B양의 인적사항을 알수 없어서 무인점포를 오는 같은 교복의 학생들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주며 누군지 확인하였고 이 영상을 곧 유포되었습니다. 이에 수치심을 느낀 B양이 자살했습니다.

이 사안에서 A씨는 어떤 법적책임을 부담할까요?

1.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가. 불법행위 성립 여부

1) CCTV 영상 수집 및 보관의 적법성

A씨가 무인점포에서 도난 방지 목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한 것 자체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개인정보 보호법상 허용됩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6호). 그러나 수집된 개인정보(CCTV 영상)는 그 목적 범위 내에서만 이용되어야 합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3조 제2항).

2) 영상의 제3자 제공 및 유포의 위법성

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A씨가 B양의 CCTV 영상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준 행위는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및 제3자 제공에 해당합니다. 이는 정보주체(B양)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18조 제1항을 위반한 것입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

나)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 침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공표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집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A씨의 행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됩니다:

다) 이익형량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집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본 사안에서: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기 어렵습니다.

나. B양의 자살과 인과관계

1) 상당인과관계의 법리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 불법행위와 결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가 있은 후 피해자가 자살하여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피해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다면, 즉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 및 후유증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통상인으로서는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상실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인정된다면, 불법행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74416 판결).

2) 본 사안에 대한 적용

가)인과관계 인정에 유리한 사정

나) 인과관계 인정에 불리한 사정

다) 종합 판단

본 사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B양이 미성년자로서 정신적 충격에 취약
  2.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절도 영상이 공개되어 학교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
  3. 영상이 유포되어 회복 불가능한 명예훼손 발생
  4. 청소년의 경우 또래집단에서의 낙인이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음
  5. A씨가 미성년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영상을 공개

다만, B양의 개인적 취약성이나 다른 요인이 있었다면 과실상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1) B양의 상속인(부모)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

가) B양의 위자료 상속

B양이 영상 공개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상속됩니다. 개인정보 침해,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여 상당한 금액이 인정될 것입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2. 19. 선고 2023가단105144 판결 참조).

나) 일실수입

B양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장래 얻을 수 있었던 수입에 대한 손해배상이 인정됩니다.

2) B양의 부모 고유의 위자료

민법 제752조는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A씨의 행위와 B양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민법 제752조에 따른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B양의 부모는 각자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4942 판결).

3) 책임의 제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A씨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30~50% 정도의 과실상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0. 1. 15. 선고 2019나301744 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3. 10. 24. 선고 2022가단13611 판결 참조).

2. 형사상 책임

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1)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제71조 제2호)

A씨가 B양의 동의 없이 CCTV 영상을 제3자에게 제공한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18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

2) 민감정보 처리(제71조 제4호)

만약 CCTV 영상에 B양의 얼굴이 명확히 식별되어 생체정보에 해당한다면, 민감정보 처리 위반으로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 제1항, 제71조 제4호).

나. 명예훼손죄

1) 형법상 명예훼손(제307조)

A씨가 B양의 절도 행위를 담은 영상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준 행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공연성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판결).

A씨가 여러 학생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그 영상이 유포된 이상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판결).

나) 위법성 조각 여부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본 사안에서: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기 어렵습니다.

2)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만약 A씨가 영상을 온라인으로 유포했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위반으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다. 자살방조죄 성립 가능성

1) 자살방조죄의 요건

형법 제252조 제2항은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자살방조죄가 성립하려면:

가 필요합니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도1148 판결).

2) 본 사안에 대한 적용

A씨가 직접적으로 B양에게 자살을 권유하거나 자살 수단을 제공한 것은 아니므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A씨의 행위가 B양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빠뜨려 자살에 이르게 한 간접적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민사상 책임은 인정될 수 있으나, 형사상 자살방조죄까지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라. 과실치사죄 성립 가능성

형법 제267조의 과실치사죄는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A씨가 영상 공개로 인해 B양이 자살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그러나 자살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기한 행위이므로, 일반적으로 과실치사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미성년자에 대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 유발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견가능성이 있었다면 과실치사죄 성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실무상 인정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3. 결론

A씨는 민사상으로는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으며, B양의 자살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과실상계로 책임이 일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형사상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으나, 자살방조죄나 과실치사죄까지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본 사안은 재산권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 미성년자 보호가 충돌하는 복잡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B양의 개인적 상황, 영상 유포 경위, A씨의 의도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치밀한 법리 구성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