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의 ‘업무’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업무상과실치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의사, 건설업자, 운전기사 같은 전문직이나 특수직의 책임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형법 실무에서는 훨씬 넓게 인정됩니다.

이 글에서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 말하는 ‘업무’의 개념과 정의, 그리고 실제 판례와 사례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업무상과실치사상죄란 무엇인가?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6조, 제267조)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형량이 훨씬 무겁습니다. 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일반인보다 더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그 위반의 결과도 더 중대하게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2. 형법상 ‘업무’의 개념: 생각보다 훨씬 넓다

가. 기본 개념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의 ‘업무’를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① 사회생활상의 지위: 단순한 개인적 일상생활이 아니라 사회적 활동의 일환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직업일 필요는 없습니다.

② 계속성: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사무여야 합니다. 다만 단 1회의 행위라도 장래 계속·반복할 의사로 행해진 것이라면 업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③ 사무: 사람이 사회적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반드시 적법한 사무일 필요는 없어서, 무면허 운전이나 무면허 의료행위도 형법상 업무에 해당합니다.

다만, 형법상 다른 “업무”관련죄(예:업무방해죄)보다 “업무상과실치사상”에서의 “업무”는 아래 요건을 추가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즉,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려면:

3. 실제 판례로 보는 ‘업무’의 범위

가. 업무로 인정된 사례들

1) 대규모 건설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성수대교와 같은 교량이 그 수명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건설업자의 완벽한 시공, 감독공무원들의 철저한 제작시공상의 감독 및 유지·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유지·관리라는 조건이 합치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위 각 단계에서의 과실 그것만으로 붕괴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합쳐지면 교량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위 각 단계에 관여한 자는 전혀 과실이 없다거나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교량붕괴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붕괴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이 판결은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교량공사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 등 각 단계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각자의 과실이 단독으로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더라도, 여러 과실이 합쳐져 결과가 발생한 경우 모두 책임을 진다는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를 확립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2) 의료사고

의사의 진료행위는 전형적인 업무에 해당합니다.

3) 교통사고

자동차 운전은 가장 흔하게 업무로 인정되는 사례입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는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업무상과실치사상)를 범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의 운전도 업무에 해당하는 이유는, 자동차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운전자는 이러한 위험을 통제하고 타인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업적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모두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4) 산업재해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도 전형적인 업무에 해당합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와 관리감독자에게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각종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사상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작업현장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안전장비를 제공하지 않거나, 위험한 작업방법을 방치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5) 반려동물 관리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판례는 반려동물의 영업상 관리자가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거나 관리하는 행위도 업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9. 10. 22. 선고 2019고정433 판결은 더 나아가 애견카페를 운영하면서 차우차우 등 5마리의 개를 카페에 상주시킨 사안에서, “자신의 소유 애완견 5마리를 카페에 상주시켜 영업을 할 경우 그 개들이 그곳 손님들에게 달려들어 무는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종업원에게 관리하게 하여 사람을 무는 등의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하며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했습니다.

6) 건물 소유자·관리자

건물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건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는 것도 업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단순히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안전배려나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적으로 종사하거나 그러한 계속적 사무를 담당하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4. 29. 선고 2020노1503 판결은 건물 소유자가 건물 1/2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1/2 지분 공유자로부터 건물 관리를 위임받아 건물에 거주하면서 건물 전체의 유지·보수를 하는 등 계속적으로 건물 관리 업무에 종사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임대인의 지위 이상으로 안전배려나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적으로 종사하거나 그러한 계속적 사무를 담당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하며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8. 선고 2015고단8305 판결은 건물 소유자가 2000년에 건물을 취득한 이후 15년간 건물을 소유·관리해 온 사안에서, “건물의 계단참 부분은 구조상으로 이 사건 건물 이용자 전체가 함께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2층의 임차인이 독점적으로 점유·이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유자이자 임대인인 피고인의 지배관리영역에 있다”고 보아 과실치상죄를 인정했습니다(다만 이 사건은 업무상과실치상이 아닌 단순 과실치상으로 기소되었습니다).

7) 골프 경기보조원(캐디)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1950 판결은 골프 경기보조원(캐디)의 업무에 관한 중요한 판시를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캐디가 골프공이 날아올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골퍼에게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아 골퍼가 골프공에 맞아 상해를 입은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골프와 같은 개인 운동경기에서, 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고 다른 사람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한편 경기보조원은 경기 참가자를 보조하여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기 참가자나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며 캐디의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했습니다.

4. 특수한 쟁점들

가. 무면허·무자격 업무도 ‘업무’인가?

형법상 업무는 반드시 적법한 것일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무면허 운전, 무면허 의료행위도 형법상 업무에 해당합니다. 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보호법익이 타인의 생명·신체이므로, 그 업무가 적법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로 위험한 활동을 계속적으로 수행하는 이상 더 높은 주의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 부수적 업무도 ‘업무’인가?

주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부수적인 업무도 형법상 업무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의사의 주된 업무는 진료이지만, 진료에 필요한 의료기구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도 부수적 업무로서 업무에 해당합니다.

다만 부수적 업무가 되기 위해서는 주된 업무와의 밀접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계속성도 갖추어야 합니다. 단순히 주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일회적 사무는 부수적 업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5. 실무상 주의사항

가. 일반인도 ‘업무자’가 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형법상 업무는 직업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인도 특정한 활동을 계속적으로 수행하는 경우 업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 ‘계속성’의 판단이 중요하다

업무 인정 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계속성’입니다. 단 1회의 행위라도 장래 계속·반복할 의사로 행해진 것이라면 업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순전히 일회적인 사무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정 활동이 업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