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횡령죄의 기본개념
가. 의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횡령한 경우에는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며, 더 무겁게 처벌됩니다 (형법 제356조).
나. 구성요건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1)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도21286 판결).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됩니다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도21286 판결).
2) 횡령행위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보관자가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가지고 이를 실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도7360 판결).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받은 금원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도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3787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155 판결).
다. 보호법익과 보호정도
횡령죄의 보호법익은 타인의 소유권이며, 보호정도는 위험범입니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도16315 판결).
라. 법정형
- 단순횡령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355조 제1항)
- 업무상횡령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356조)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2. 구체적 사례 분석
가. 회사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경우
회사의 대표이사나 회사자금의 보관·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해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의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주식회사의 임원이 공적 업무수행을 위하여서만 사용이 가능한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계속적,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원에게는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신이 이익을 취득하고 주식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합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5. 12. 선고 2020고정1054 판결).
나. 공동계좌에서 합의 없이 인출
2인 이상이 동업계약을 체결하여 조합을 구성한 경우, 그 중 1인이 조합 사업과 관련된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후 돌려받은 환급금을 개인적인 용도에 임의로 사용하였다면 그 전액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수원지방법원 2015. 1. 15. 선고 2014노6911 판결).
다. 중고거래 택배거래에서 물건 받고 돈 안 준 경우
보석가게를 운영하는 자가 손님이 구하는 물건을 다른 보석상에서 가져온 경우, 물건을 가져간 보석상에 대하여 횡령죄 소정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도6550 판결).
중고차 매매업자가 피해자로부터 차량의 매매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송금받아 보관하던 도중, 이를 개인적인 식대, 주유비, 생활비 등으로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인천지방법원 2021. 10. 18. 선고 2020고단4812 판결).
라. 회사 자재를 빼돌려 친구 업체에 넘긴 경우
회사의 영업부 차장이 전선제품 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회사로 하여금 그 전선제품을 제3자에게 교부하도록 한 행위는 법리상 배임죄를 구성합니다 (대전고등법원 2022. 4. 29. 선고 2021노523 판결).
회사 소유 재산을 주주나 대표이사가 제3자의 자금조달을 위하여 담보로 제공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임의처분하였다면 그 처분에 관하여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3. 유사범죄와의 구별
가. 횡령죄와 배임죄의 구별
1) 기본적 차이
횡령죄와 배임죄는 다같이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재산범죄로서 그 형벌에 있어서도 같은 조문에 규정되어 경중의 차이가 없습니다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도1335 판결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
그러나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인 반면, 배임죄의 객체는 ‘재산상 이익’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 공소장변경 없는 처벌 가능성
횡령죄와 배임죄는 다같이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로서 그 형벌에 있어서도 경중의 차이가 없고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단지 법률적용만을 달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원은 배임죄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도 횡령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 배임(인정된 죄명:횡령)).
3) 구체적 구별기준
횡령죄는 남의 돈을 맡아 보관하다가 몰래 자기 돈처럼 씀으로써 성립합니다. 배임죄는 회사 직원이 회사 이익을 위반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잘못된 계약을 하거나 회삿돈을 빼내 회사에 손해를 끼칠 때 성립합니다. 즉, 횡령은 ‘재물 보관자가 재물을 빼돌리는’ 경우, 배임은 ‘사무 처리자가 임무를 배신해 손해를 끼치는’ 경우입니다.
나. 횡령죄와 사기죄의 구별
1) 기본적 차이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횡령죄는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하는 범죄인 반면, 사기죄는 기망행위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재물을 교부받는 범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 점유의 이전 시점
횡령죄는 적법하게 재물의 점유를 취득한 후 이를 불법영득하는 것이고, 사기죄는 기망행위를 통해 처음부터 불법적으로 재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3) 구체적 사례
중고거래에서 물건을 받기 전에 대금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로 “물건을 보내달라”고 거짓말한 경우는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반면, 물건을 이미 받은 후 “나중에 대금을 보내겠다”고 하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 횡령죄와 절도죄의 구별
1) 기본적 차이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29조).
횡령죄는 자기가 점유하는 재물을 영득한다는 점에서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영득하는 절도죄와 구별됩니다.
2) 점유의 귀속
횡령죄는 행위자가 이미 적법하게 재물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불법영득하는 것이고, 절도죄는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입니다.
3) 구체적 차이
절도는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 집에서 친구가 보고 있는 물건을 몰래 가져가면 절도입니다. 횡령은 남이 맡겨서 보관 중인 돈이나 물건을 주인이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써버리는 행위입니다. 즉, 절도는 처음부터 몰래 가져가는 것이고, 횡령은 애초에 합법적으로 맡은 뒤 소유자 몰래 자기 것처럼 쓰는 경우입니다.
라. 점유이탈물횡령죄와의 관계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점유이탈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60조 제1항).
횡령은 A가 친구에게 맡긴 돈을 몰래 자기 마음대로 쓸 때 성립합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길에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지갑(이미 소유자의 손을 떠난 물건)을 주워서 자기 것처럼 쓰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즉, 횡령은 남이 맡긴 것을 써버리는 것이고, 점유이탈물횡령은 소유자의 점유를 떠난 분실물이나 유실물을 습득해서 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