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정안의 배경 및 취지
가. 법적 배경
2026. 3. 10. 시행 예정인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
이는 하청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 사업자와 교섭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성을 부정한다면, 하청 근로자는 실질적 지배·결정 권한이 없는 하청 사업체와의 교섭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원청에 요구조건을 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원칙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복수노조가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 간 반목, 교섭 효율성 저하, 교섭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교섭단위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되(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통합할 필요가 있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2. 개정안의 핵심 내용
가. 원청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
개정안은 원청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모두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원청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교섭단위가 설정됩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부분에 관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청의 사업을 기준으로 하는 교섭단위의 설정에 있어서는 노동조합법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나.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통한 하청 노조 교섭권 보장
1) 교섭단위 분리의 요건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합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을 것
-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
2) 교섭단위 분리 신청 절차
노동조합 또는 사용자는 다음의 기간에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1항):
-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기 전
-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경우에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날 이후
노동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하고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모든 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
3) 원청 단위와 하청 단위의 분리
개정안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에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의 차이 등이 인정되는 경우 교섭단위를 원청 단위와 하청 단위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청 노조가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교섭단위 분리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므로, 단순히 고용주체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는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근로조건, 고용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별도의 교섭 관행이 존재하는 등의 사정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대전지방법원 2016. 8. 24. 선고 2015구합102742 판결).
다. 하청 단위 내 재분리
개정안은 하청 단위에서도 직무, 이해관계, 노동조합의 특성에 따라 다시 유사 하청 단위 또는 하청별 개별적인 교섭단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 유사 하청 단위 분리
동일하거나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여러 하청업체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이들을 하나의 교섭단위로 묶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청 사업장 내에서 동일한 청소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을 하나의 교섭단위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2) 하청별 개별 교섭단위 분리
각 하청업체별로 근로조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경우, 하청업체별로 개별적인 교섭단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 하청업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실질적인 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3. 교섭단위 분리 결정의 기준
가. 근로조건의 차이
참고 판례에 따르면, 임금체계와 구성항목, 근로시간, 휴일, 휴가 등의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야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됩니다 (대전지방법원 2016. 8. 24. 선고 2015구합102742 판결).
원청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 간에는 일반적으로 임금 수준, 복리후생, 고용안정성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가 “현격한” 수준에 이르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나. 고용형태의 차이
원청 근로자는 정규직이고 하청 근로자는 비정규직 또는 간접고용 형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고용형태의 차이만으로는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지 않으며, 그러한 고용형태의 차이가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서울행정법원 2020. 8. 13. 선고 2020구합50188 판결).
다. 교섭 관행
과거에 원청 단위와 하청 단위를 분리하여 교섭한 관행이 존재하는 경우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일적으로 진행해 온 경우에는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16. 8. 24. 선고 2015구합102742 판결).
라. 이익형량
교섭단위를 분리함으로써 달성하려는 이익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유지함으로써 달성되는 이익보다 커야 합니다 (서울행정법원 2020. 8. 13. 선고 2020구합50188 판결).
교섭단위를 분리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노동조합 상호 간 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
- 교섭 효율성의 저하
- 교섭비용의 증가
- 노무관리상의 어려움
- 개별교섭을 원하는 세부 직군과 노동조합별로 교섭단위가 분리되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형해화될 위험성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보다 교섭단위 분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하청 노조의 실질적 교섭권 보장, 하청 근로자의 특수한 근로조건 반영 등)이 더 큰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될 것입니다.
4. 개정안의 의의 및 전망
가. 하청 노조 교섭권의 실질적 보장
개정안은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종래 하청 노조는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원청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이 거부되거나,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규율되는 등 많은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개정안은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통해 하청 노조가 독자적인 교섭단위를 구성하고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나.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의 이행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하청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적절한 메커니즘을 개발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하였습니다 .
개정안은 이러한 ILO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한 것입니다.
다. 실무상 쟁점
개정안이 시행되면 다음과 같은 실무상 쟁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교섭단위 분리 요건의 해석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어야 “현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는 향후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법원의 판례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2) 교섭단위 분리 신청의 시기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기 전 또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날 이후에 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1항).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후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있는 경우, 이미 진행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복수의 교섭단위 간 조정
원청 단위, 하청 단위, 개별 하청 단위 등 복수의 교섭단위가 설정되는 경우, 각 교섭단위별로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상충하거나 모순되는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4) 교섭비용의 증가
교섭단위가 분리되면 사용자는 여러 교섭단위와 개별적으로 교섭해야 하므로 교섭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시 이러한 점이 고려될 것입니다.
5. 결론
개정안은 원청-하청 구조에서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원청의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시작하되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통해 하청 노조의 독자적인 교섭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교섭단위 분리는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강화되는 한편, 교섭단위 분리 요건의 해석, 복수의 교섭단위 간 조정 등 새로운 법적 쟁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향후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법원의 판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