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통장 마음대로 사용하면 처벌될까?

배우자 사이에서는 “어차피 우리 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남편·아내 통장에서 돈을 빼 쓰거나, 카드·계좌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일이 흔합니다. 하지만 법적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1. 기본 원칙: 부부별산제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즉, 혼인 중이라도 각자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이 됩니다 (민법 제830조 제1항).

따라서 배우자 명의의 통장에 있는 돈은 원칙적으로 그 배우자의 재산이며, 다른 배우자가 무단으로 사용하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2. 횡령죄 성립 여부

가. 원칙: 횡령죄 성립 가능

배우자의 통장, 카드, 비밀번호 등을 보관하고 있다가 무단으로 돈을 인출하거나 사용한 경우, 업무상횡령죄 또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356조).

판례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으며, 배우자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횡령죄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3. 실제 사례 분석

가. 배우자 통장 무단 인출 사례

[사례 1: 부산고등법원(울산) 2023. 10. 11. 선고 2022나11766 판결]

원고(남편)는 피고(아내)가 원고 명의 통장에서 약 3억 5천만 원을 무단으로 인출하여 사용했다며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례는 배우자가 통장을 관리하면서 돈을 사용한 경우, 그것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것이거나 배우자의 승인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횡령이나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부산고등법원(울산) 2023. 10. 11. 선고 2022나11766 판결).

[사례 2: 의정부지방법원 2022. 8. 25. 선고 2021나216187 판결]

원고(남편)는 피고(아내)가 원고 명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약 2,500만 원을 무단으로 인출하여 변호사 선임료, 해외여행 경비 등으로 사용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 사례는 배우자가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여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22. 8. 25. 선고 2021나216187 판결).

나. 배우자 명의 계좌 사용 사례

[사례 3: 인천지방법원 2018. 7. 17. 선고 2017나64388 판결]

원고는 피고들(부부)이 운영하는 식당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들의 요구에 따라 피고의 배우자 명의 통장으로 차임을 송금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임대인 지위를 승계받는 것에 동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례는 배우자 명의 통장을 사용하는 것이 부부 공동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천지방법원 2018. 7. 17. 선고 2017나64388 판결).

4. 절도죄 성립 여부

가. 원칙: 절도죄 성립 가능

배우자의 지갑에서 현금을 몰래 가져가거나, 배우자 명의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29조).

나. 실제 사례

[사례 5: 창원지방법원 2023. 6. 15. 선고 2022노2660 판결]

피고는 피해자(배우자)의 가방 속 지갑에서 체크카드를 꺼내 242만 원을 인출하고, 지갑에서 현금 59만 원을 가져갔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 사례는 배우자의 승낙 하에 카드나 현금을 사용한 경우에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창원지방법원 2023. 6. 15. 선고 2022노2660 판결).

5. 부당이득반환 청구

가. 원칙

배우자가 무단으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여 사용한 경우, 형사처벌은 면제되더라도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당이득이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를 말합니다 (민법 제741조).

나. 판단 기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 발생 여부를 판단합니다:

1) 재산의 성격

2) 사용 권한

3) 사용 용도

4) 부부 관계

다. 실제 사례

[사례 6: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과세관청은 남편 명의 예금이 인출되어 아내 명의 예금계좌로 입금된 것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부부 사이의 금전 이동이 반드시 증여나 부당이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부부 공동생활의 편의나 자금 관리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6. 실무상 주의사항

가. 사전 합의 중요성

배우자 간에 통장이나 카드 사용에 관하여 사전에 명확한 합의를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두 합의도 유효하지만, 분쟁 발생 시 입증이 어려우므로 가능하면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 사용 내역 기록

배우자 명의 통장이나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 내역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정당한 사용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 부부 공동생활 비용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공동으로 부담하므로, 이러한 비용을 배우자 통장에서 인출하여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833조).

다만, 무엇이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라. 혼인관계 파탄 후 주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후에는 배우자의 묵시적 승인을 인정받기 어려우므로, 배우자 통장이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 고액 인출 시 주의

고액을 인출하거나 사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배우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배우자 통장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횡령죄나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나 손해배상책임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따라서 배우자 통장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명확한 합의를 하고, 사용 내역을 기록해두며, 특히 혼인관계가 파탄된 후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