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와 헌법불합치 판결

가족끼리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를 “친족상도례”라고 하는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다가 최근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습니다.

친족상도례에 대해 정리해봅니다.

1. 친족상도례의 개념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란 일정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재산범죄가 발생한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상의 특례 제도입니다.

가. 제도의 취지

친족상도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도입되었습니다.

가) 가정의 평온 유지

가족 내부의 재산 문제에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면 가정의 평온이 깨질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결정).

나) 자율적 분쟁 해결

가족·친족 관계에서는 상호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므로, 재산범죄가 발생하더라도 가족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입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결정).

다) 형벌의 보충성

재산범죄는 생명·신체에 대한 범죄와 달리 손해 전보가 비교적 용이하고, 피해자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법익이므로 형사적 개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결정).

2. 관련 조문

가.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1) 제1항 – 형의 면제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이는 위에 열거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권리행사방해죄가 발생한 경우 형을 면제한다는 의미입니다.

2) 제2항 – 친고죄

“제1항 이외의 친족 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1항에 해당하지 않는 그 밖의 친족 사이의 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3) 제3항 – 공범의 예외

“전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 이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친족 관계가 없는 공범에게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나. 준용 조항

형법 제328조는 다음 범죄들에 준용됩니다.

1) 절도죄 등(형법 제344조)

2) 사기죄 등(형법 제354조)

3) 횡령죄 등(형법 제361조)

다. 형이 면제되는 친족의 범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따라 형이 면제되는 친족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직계혈족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과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을 말합니다.

나) 배우자

법률상 배우자를 의미하며, 사실혼이나 내연 관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 동거친족

같은 주거에서 일상생활을 공동으로 하는 친족을 말합니다.

라) 동거가족

동거친족 중 민법 제779조에 열거된 친족(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및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을 말합니다.

마) 그 배우자

위 직계혈족, 동거친족, 동거가족 모두의 배우자를 의미합니다

3.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 요약

가. 결정의 주문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결정).

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328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나. 결정의 핵심 이유

1) 적용대상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함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이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정한 친족관계를 요건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용대상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결정).

2)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 형 면제

헌법재판소는 친족관계가 존재하기만 하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실제 어떠한 유대 관계가 존재하는지 묻지 않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 유무나 범죄행위의 태양, 피해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법관으로 하여금 필요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하도록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결정).

3)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이 형사피해자의 의사 등에 관계없이 법원이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형사피해자가 법관으로 하여금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절차적 기본권인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결정).

다. 결정의 효력

1) 적용중지

2024. 6. 27. 결정 이후부터 2025. 12. 31.까지 형법 제328조 제1항의 적용이 중지됩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법원은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을 면제할 수 없습니다.

2) 입법 개선 기한

입법자는 2025. 12. 31.까지 형법 제328조 제1항을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게 개정해야 합니다.

4. 향후 전망

가. 입법 개선 방향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입법자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형법 제328조 제1항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형이 면제되는 친족의 범위 축소

현재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지적에 따라 형이 면제되는 친족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직계혈족과 배우자로 한정하거나, 동거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2) 친고죄로의 전환

형을 면제하는 대신,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친고죄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국가 형벌권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절충적 방안입니다.

실제로 형법 제328조 제2항은 제1항에 해당하지 않는 그 밖의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하여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항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하게 친고죄로 전환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3) 예외 사유의 신설

일정한 경우에는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라도 형을 면제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사유를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피해자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인 경우,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등에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 실무상 영향

1) 수사 및 기소 실무의 변화

현재 적용중지 기간 동안에는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재산범죄와 동일하게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과 검찰은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하여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재판 실무의 변화

법원은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을 면제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적절한 형량을 선고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친족 관계라는 특수성을 양형 요소로 고려하여 형을 감경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3) 피해자 보호의 강화

친족상도례의 적용이 중지됨에 따라, 친족으로부터 재산범죄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형사사법 절차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재산범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에 대한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5. 결론

친족상도례는 가정의 평온 유지와 자율적 분쟁 해결이라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나, 적용대상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2025. 12. 31.까지 형법 제328조 제1항의 적용이 중지되어 있으며, 입법자는 이 기한까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게 형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향후 형이 면제되는 친족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친고죄로 전환하거나, 예외 사유를 신설하는 등의 방향으로 입법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친족으로부터 재산범죄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