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한 주택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모르게 남편이 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대응가능할까요?
1. 법률관계 분석
가. 근저당권 설정의 효력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한 주택에 대해 공유자 중 일방인 남편이 단독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그 효력은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민법 제264조는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263조는 “공유자는 그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공유자가 그 지분권만을 분리 특정하여 근저당권 설정을 할 수 있으며, 자기 공유지분권에 관하여는 타 공유자의 승락없이 이를 처분(담보권설정도 포함)할 수도 있고 또 지분권만을 경매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1972. 7. 20. 선고 72나592 판결).
따라서 남편의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 설정은 유효하나, 아내의 지분에 관한 부분은 아내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원인무효입니다.
나. 부부 공동재산의 특성
민법 제830조 제1항에 의하여 부부의 일방이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나, 부부가 공동명의로 취득한 경우에는 각자의 지분에 따라 소유권이 인정됩니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다49572 판결).
2. 아내의 대응방안
가.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
아내는 자신의 지분에 관하여 동의 없이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 범위: 부동산의 공유자 중 1인은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원인무효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는 경우 민법 제265조 단서에서 정하는 공유물에 관한 보존행위로서 자신의 공유지분을 넘어서 그 무효인 등기 전부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아내의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송 제기: 아내는 은행을 상대로 자신의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전주지방법원 2015. 6. 12. 선고 2013가합8334 판결).
나. 형사고소
남편이 아내 명의의 서류를 위조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다음과 같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동행사죄: 위조된 서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경우(대구지방법원 2020. 5. 28. 선고 2019가합202188 판결)
다. 손해배상청구
남편의 무단 근저당권 설정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아내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실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실무상 유의사항
가. 입증책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아내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아내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근저당권설정계약서상 서명이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
- 인감증명서 발급 사실이 없다는 점
- 근저당권 설정 당시 남편이 아내의 인감도장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
나. 은행의 선의·악의
은행이 아내의 동의 없이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는 근저당권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은행이 악의인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다. 대출금의 사용처
대출금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사용된 경우, 법원은 아내가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따라서 대출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 일상가사대리권의 범위
민법 제832조는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삼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일상가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4. 결론
아내는 자신의 지분에 관하여 동의 없이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으며, 남편이 서류를 위조한 경우 형사고소도 가능합니다. 다만, 남편의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은 유효하므로, 실질적으로는 아내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근저당권 설정 경위, 대출금의 사용처, 부부관계 등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