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와 임차권등기명령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하는것이 유리하다는 권고를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임차권등기명령이 현실적으로는 보증금 회수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임차권등기명령 제도의 기본 이해

가. 제도의 취지와 효력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임차인은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며,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특히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않습니다.

(*)대항력:임차인의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때에 발생하여, 그 다음 날부터 주택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어도 임대차 계약 내용을 주장하고 임차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힘입니다. 즉, 실제로 주택에 거주하면서 전입신고를 해야 대항력이 생겨 주택 소유자가 바뀌어도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 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선변제권:우선변제권이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하며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임대 건물이 경매 등으로 넘어갈 때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즉, 임차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우선 변제 절차에서의 우선순위를 뜻합니다

나.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의 관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규정에 의한 임차권등기는 이미 임대차계약이 종료하였음에도 임대인이 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료되게 되므로, 이미 사실상 이행지체에 빠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와 그에 대응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새로이 경료하는 임차권등기에 대한 임차인의 말소의무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특히 위 임차권등기는 임차인으로 하여금 기왕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담보적 기능만을 주목적으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할 의무입니다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2.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의 장점

가. 권리보전의 확실성

임차권등기를 경료하면 주택에서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므로, 전입신고나 주택 점유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임차인이 다른 주거지로 이전하면서도 권리를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입니다.

나. 경매절차에서의 우선변제권 확보

임차권등기가 경료되면 향후 해당 주택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차권등기 이후에 설정된 권리보다 우선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

다. 신규 임차인의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 배제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끝난 주택을 그 이후에 임차한 임차인은 소액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6항). 이는 기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3.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의 실무상 문제점

가. 신규 임차인 유치의 어려움

임차권등기가 경료된 주택에는 신규 임차인이 들어오기를 꺼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 선순위 임차권의 부담

신규 임차인은 기존 임차권등기권자보다 후순위가 되므로, 경매 시 배당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

2) 법률관계의 복잡성

임차권등기가 있는 주택은 법률관계가 복잡하여 일반인들이 임차를 꺼리게 됩니다.

나. 임대인의 변제자력 확보 곤란

임차권등기로 인해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임대인이 새로운 임대차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됩니다. 이는 실질적인 보증금 회수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다. 매각 가능성 저하

임차권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은 매수인에게도 부담이 되므로 매각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임대인의 변제자력 확보를 더욱 곤란하게 만듭니다.

4. 전세사기 상황에서의 판단 기준

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하는 경우

1) 이사가 불가피한 경우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가 불가피하거나 현재 주택에 계속 거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권리를 보전하면서 이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경매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해당 주택에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다른 채권자들의 압류·가압류가 경료되어 있어 조만간 경매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 임차권등기를 통해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임대인의 변제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의사가 전혀 없거나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를 통해 법적 권리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4)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전세사기 사안

다수의 임차인이 피해를 입은 전형적인 전세사기 사안의 경우, 다른 임차인들과의 배당 순위 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도록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유보할 수 있는 경우

1) 임대인과 협상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하여 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일정 기간 임차권등기 신청을 유보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2) 임대인의 다른 재산이 충분한 경우

임대인에게 해당 주택 외에 다른 재산이 충분하여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높다면, 임차권등기로 인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신청을 유보할 수 있습니다.

3) 계속 거주가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

현재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고 거주할 필요가 있으며, 전입신고와 점유를 유지하여 대항력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면, 임차권등기 없이도 권리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5. 실무적 대응방안

가. 단계적 접근

1) 1단계: 내용증명 발송 및 협상

먼저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고, 협상 가능성을 타진합니다.

2) 2단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준비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준비하되,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 자발적 반환을 유도합니다.

3) 3단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협상이 결렬되거나 이사가 불가피한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합니다.

나. 병행 조치

1) 형사고소

전세사기에 해당하는 경우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병행하여 임대인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기죄의 성립을 위해서는 임대인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부산지방법원 2013. 12. 4. 선고 2011고단4016 판결).

2)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제도 활용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3조, 제4조).

3) 보증금반환청구소송

임차권등기명령과 별도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집행권원을 확보합니다. 이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에 따라 반대의무의 이행 또는 제공 없이도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 금융기관 등의 대위신청 활용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경우, 금융기관 등이 임차인을 대위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9항), 대출 금융기관과 협의하여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6. 결론 및 권고사항

가. 원칙적 권고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권리를 보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실하게 보전할 수 있습니다.

(2) 이사의 자유를 확보하면서도 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향후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확보합니다.

(4) 신규 임차인의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을 배제하여 자신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나. 예외적 고려사항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고 다른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1)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하여 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제시하는 경우

(2) 임대인에게 해당 주택 외에 충분한 재산이 있어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경우

(3) 계속 거주가 가능하고 필요하며,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

다. 최종 판단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으면 신규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불리하다”는 지적은 실무상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사기 상황에서는 임대인의 자발적 변제 가능성이 매우 낮고, 권리보전이 최우선 과제이므로, 단기적인 신규 임차인 유치의 어려움보다는 장기적인 권리 확보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임대인과의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되, 합리적인 기간(예: 1~2개월) 내에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면 즉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권리를 보전하시기를 권고드립니다. 동시에 형사고소, 보증금반환청구소송,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제도 활용 등을 병행하여 종합적으로 대응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