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 C는 공동으로 D에게 3억 원을 빌리며 “A, B, C는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한다”고 약정했습니다. 이후 변제기일이 도래했지만, D는 A에게만 전액을 청구했고, A는 전액 3억 원을 변제했습니다. A는 “B와 C도 채무자이므로, 각자 부담부분에 따라 돌려받아야 한다”며 구상금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한편 C는 “나는 돈을 빌린 사실을 몰랐고, A가 주도적으로 돈을 사용했으니 구상책임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연대채무와 구상권의 법리에 대해 살펴보며 본 사안을 해결해보겠습니다.
1. 사안의 개요
A, B, C 세 사람이 D에게 3억 원을 빌리면서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한다”고 약정했습니다. 변제기일이 되었을 때 D는 A에게만 전액을 청구했고, A가 3억 원 전부를 갚았습니다. 이후 A는 B와 C에게 각자의 부담부분에 따라 돌려받겠다며 구상금 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C는 “나는 돈을 빌린 사실을 몰랐고, A가 주도적으로 돈을 사용했으니 나는 구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 연대채무란 무엇인가요?
가. 연대채무의 의미
연대채무란 여러 명의 채무자가 각자 채무 전액을 갚을 의무를 지는 것을 말합니다 (민법 제413조). 쉽게 말해, 3억 원을 빌린 A, B, C는 각자가 3억 원 전부를 갚을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일반적인 채무는 3명이 3억 원을 빌렸다면 각자 1억 원씩만 갚으면 됩니다. 하지만 연대채무는 채권자가 원하는 사람 아무에게나 3억 원 전부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사람이 3억 원을 다 갚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의무를 면하게 됩니다.
나. 연대채무의 효력
채권자 D는 A, B, C 중 누구에게든 또는 모두에게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채무 전부나 일부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414조). 따라서 D가 A에게만 3억 원 전액을 청구한 것은 완전히 적법합니다. A는 “B나 C에게도 청구하라”고 거부할 수 없습니다.
3. 구상권이란 무엇인가요?
가. 구상권의 의미
구상권이란 연대채무자 중 한 사람이 채무를 갚아서 다른 사람들도 함께 의무를 면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다른 연대채무자들에게 “당신들 몫도 내가 대신 갚았으니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민법 제425조 제1항).
본 사안에서 A가 3억 원을 갚음으로써 B와 C도 D에 대한 채무를 면하게 되었으므로, A는 B와 C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나. 부담부분이란?
연대채무자들 사이에서는 내부적으로 각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할 몫이 있는데, 이것을 ‘부담부분’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법 제424조).
본 사안에서 A, B, C 세 사람 사이에 부담부분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각자의 부담부분은 1억 원(3억 원 ÷ 3명)씩이 됩니다.
다. 구상권의 범위
A가 3억 원을 갚았으므로, A는 자신의 부담부분 1억 원을 초과하여 갚은 2억 원에 대해서만 B와 C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는 B에게 1억 원, C에게 1억 원을 각각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 2. 4. 선고 2014가단24090 판결).
구상권에는 면책된 날(A가 D에게 3억 원을 갚은 날) 이후의 법정이자와 피할 수 없었던 비용, 기타 손해배상도 포함됩니다 (민법 제425조 제2항).
4. C의 항변은 받아들여질 수 있나요?
가. “차용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
C가 차용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연대채무 성립 자체를 다투는 것입니다. 그러나 A, B, C가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한다”고 약정한 이상, C도 연대채무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합니다.
연대채무는 각 채무자가 독립적으로 채무 전부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C가 차용 사실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연대채무자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다만, C가 연대채무 약정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였거나, 착오·사기·강박 등에 의해 의사표시를 했다면 연대채무 약정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C의 “차용 사실을 몰랐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나. “A가 주도적으로 돈을 사용했다”는 주장
1) 부담부분 조정의 가능성
C는 A가 주도적으로 돈을 사용했으므로 구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내부적 부담부분의 조정을 구하는 취지로 보입니다.
연대채무자 사이에 부담부분에 관한 특약이 있거나, 특약이 없더라도 채무의 부담과 관련하여 각 채무자의 수익비율이 다른 경우에는 그 특약 또는 비율에 따라 부담부분이 결정됩니다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다49428, 49435 판결).
나) 실질적 주채무자 판단
만약 A가 차용금 전액을 사용하고 B와 C는 전혀 수익을 얻지 못했다면, 내부관계에서 A가 실질적인 주채무자이고 B와 C는 보증인의 지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A는 B와 C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27440, 28504 판결).
보증인은 주채무에 관하여 최종적인 부담을 지지 않고 전적으로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428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공동연대보증인이지만 내부관계에서는 실질상의 주채무자인 경우에 다른 연대보증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그 보증채무를 변제한 때에 그 연대보증인은 실질상의 주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에, 실질상의 주채무자인 연대보증인이 자기의 부담부분을 넘어서 그 보증채무를 변제한 경우에는 다른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민법 제448조 제2항, 제425조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27440, 28504 판결).
다) C가 입증해야 할 사항
그러나 단순히 A가 “주도적으로” 돈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담부분의 조정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C가 이러한 항변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① A, B, C 사이에 A가 실질적 주채무자이고 B, C는 보증인의 지위에 있다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을 것
예를 들어, “A의 사업자금을 위해 B와 C가 명의만 빌려준다”는 식의 합의가 있었다면 A가 실질적 주채무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② 차용금 전액을 A가 사용하고 B, C는 전혀 수익을 얻지 못했을 것
차용금 3억 원을 A가 전부 자신의 사업이나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 B와 C는 그 돈으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③ B, C가 단순히 A의 신용을 보강하기 위한 인적 담보로서 연대채무자가 되었을 것
B와 C가 A의 신용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우니 명의만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연대채무자가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C의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A는 C에게 1억 원의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4. 12. 선고 2018가합538232 판결).
5. 실무상 유의사항
가. 통지의무
어느 연대채무자가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통지하지 않고 변제한 경우, 다른 연대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있었을 때에는 그 부담부분에 한하여 이 사유로 면책행위를 한 연대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426조 제1항).
또한 어느 연대채무자가 변제로 공동면책되었음을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 다른 연대채무자가 선의로 채권자에게 변제 기타 유상의 면책행위를 한 때에는 그 연대채무자는 자기의 면책행위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426조 제2항).
따라서 A는 B와 C에게 변제 사실을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나. 무자력자의 부담부분
연대채무자 중에 상환할 자력이 없는 자가 있는 때에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구상권자 및 다른 자력이 있는 채무자가 그 부담부분에 비례하여 분담합니다 (민법 제427조 제1항).
예를 들어, C가 무자력 상태라면 C의 부담부분 1억 원은 A와 B가 각자의 부담부분 비율에 따라 나누어 부담하게 됩니다. 이 경우 A는 자신의 부담부분 1억 원과 C의 부담부분 중 절반인 5천만 원을 합쳐 총 1억 5천만 원을 최종적으로 부담하고, B에게만 1억 5천만 원을 구상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구상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에 대하여 분담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민법 제427조 제1항 단서).
다. 소송비용
소송비용은 민법 제425조 제2항에서 정한 ‘피할 수 없는 비용’에 해당하므로, A가 B와 C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경우 소송비용도 구상권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 4. 4. 선고 2022나214621 판결).
6. 결론
A는 3억 원을 변제함으로써 B와 C를 공동으로 면책시켰으므로, B와 C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A는 B에게 1억 원, C에게 1억 원을 각각 청구할 수 있습니다.
C의 “차용 사실을 몰랐다”는 항변은 연대채무 약정의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없는 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A가 주도적으로 돈을 사용했다”는 항변도, A가 실질적 주채무자이고 C가 보증인의 지위에 있다는 사정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 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A의 구상금 청구는 원칙적으로 인용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C가 위에서 언급한 특별한 사정(실질적 주채무자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한다면 부담부분의 조정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