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씨 소유의 아파트를 5억 원에 매수하기로 계약하고, 계약금 5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계약 체결 후 B씨가 근저당권 말소를 약속된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고, A씨는 결국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했습니다. B씨는 “이미 계약금은 위약금으로 몰수한다”고 주장하지만, A씨는 “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원상회복되어야 한다”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합니다.
계약 해제와 해지의 차이점, 원상회복의무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서 사례도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계약 해제의 개념
가. 해제의 의의
계약의 해제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의 효력을 일방적 의사표시인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소멸시킴으로써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상태로 복귀시키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단독행위를 말합니다 (김대정, 『계약법』, 박영사(2020년), 279-280면).
쉽게 말하면, 해제는 “이미 체결한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마치 시간을 되돌려 계약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나. 해제의 요건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44조). 다만,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합니다 (민법 제544조).
다. 해제의 효과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이 경우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548조 제2항).
2. 해제와 해지의 차이점
가. 해지의 의의
계약의 해지는 계속적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해지는 소급효가 없고 장래에 향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해제와 구별됩니다.
나. 주요 차이점
1) 효력 발생 시점
해제: 소급효가 있어 계약 체결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즉,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됩니다.
해지: 장래효만 있어 해지 시점부터 계약이 종료됩니다. 이미 이행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2) 적용 대상
해제: 주로 일시적 계약(매매, 증여, 교환 등)에 적용됩니다.
해지: 계속적 계약(임대차, 고용, 위임 등)에 적용됩니다 .
3) 원상회복 범위
해제: 계약 체결 이전 상태로 완전히 복귀해야 하므로, 주고받은 모든 것을 반환해야 합니다.
해지: 이미 이행된 부분은 유효하게 남고, 앞으로의 의무만 소멸됩니다.
3. 원상회복 의무의 내용
가. 원상회복의 의의
원상회복이란 위법행위가 발생하기 이전 상황으로의 복귀를 의미합니다. 계약이 해제된 경우,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를 부담합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나. 원상회복의 구체적 내용
1) 금전의 반환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548조 제2항). 이는 상대방이 그 금전을 사용하지 못한 데 대한 보상입니다.
2) 물건의 반환
받은 물건이 있다면 그대로 반환해야 합니다. 만약 물건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에는 그 가액을 배상해야 합니다.
3) 동시이행 관계
민법 제536조의 규정은 원상회복의 경우에도 준용됩니다 (민법 제549조). 따라서 쌍방의 원상회복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다. 제3자 보호
계약 해제의 효과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합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 다만, 여기서 제3자란 해제된 계약으로부터 생긴 법률효과를 기초로 하여 해제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 아니라 등기, 인도 등으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자를 말합니다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7738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등).
4. 위약금과 손해배상 예정
가. 위약금의 성질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 따라서 계약서에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약정이 있다면,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봅니다.
나.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 이는 계약금액, 계약 내용, 실제 손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춘천지방법원 2023. 5. 4. 선고 2022나3304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다. 귀책사유와 위약금
계약이 어느 당사자의 귀책사유로 해제되었는지에 따라 위약금의 귀속이 달라집니다. 채무불이행을 한 당사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상대방은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5. 사례 해결
가. 사실관계 정리
- A씨와 B씨는 아파트 매매계약 체결 (매매대금 5억 원)
- A씨가 계약금 5천만 원 지급
- B씨가 근저당권 말소 의무를 약정 기한 내 불이행
- A씨가 계약 해제 의사 서면 통보
나. 법률 검토
1) 계약 해제의 적법성
B씨는 근저당권 말소 의무를 약정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근저당권설정등기 있는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서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아울러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의무도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대전고등법원 2023. 6. 21. 선고 2022나1403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따라서 B씨의 근저당권 말소 의무 불이행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A씨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한 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44조). 사안에서 A씨가 서면으로 계약 해제 의사를 통보하였으므로,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원상회복 의무
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따라서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계약금 5천만 원을 반환해야 하고,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548조 제2항).
3) 위약금 주장의 타당성
B씨가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수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위약금은 채무불이행을 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것이지, 채무불이행을 하지 않은 당사자가 받는 것이 아닙니다.
사안에서는 B씨가 근저당권 말소 의무를 불이행하여 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B씨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것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B씨가 A씨에게 위약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입니다.
만약 계약서에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반환한다”는 약정이 있다면, B씨는 A씨에게 계약금 5천만 원의 2배인 1억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민법 제565조 참조).
다. 결론
1) 계약금 반환 의무
B씨는 A씨에게 계약금 5천만 원과 그 받은 날로부터의 이자를 반환해야 합니다 (민법 제548조).
2) 위약금 청구 가능성
만약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A씨는 B씨에게 위약금(통상 계약금의 배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약금 약정이 없더라도, A씨는 B씨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51조).
3) 실무적 조언
A씨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a. 내용증명우편으로 계약금 반환 및 위약금 지급을 청구합니다.
b. B씨가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 계약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c. 소송에서는 B씨의 근저당권 말소 의무 불이행 사실, 계약 해제 통보 사실 등을 입증해야 합니다.
d.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위약금을 청구하고, 없다면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