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5년 가까이 아버지를 모시며, 요양을 도맡았습니다. 형제들은 간간이 얼굴만 비췄고, 장례 이후 상속을 나누는 자리에서 B씨는 기여분을 주장했지만, 가족들로부터 “그건 효도지 기여가 아니다”라는 반박을 받았습니다. 결국 법원도 “기여분은 상속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대한 특별한 기여를 의미하며, 정서적 지원이나 간병은 그 자체로 기여분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여분에 대해 살펴보고 실무상 팁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여분 제도란?
가. 기여분의 의미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그 기여도만큼 상속분을 더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1항).
핵심은 ‘특별한’ 기여입니다. 단순한 효도나 일반적인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는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합니다(서울가정법원 2006. 5. 12. 선고 2005느합77 심판 기여분및상속재산분할).
나. 기여분 제도의 취지
민법 제1008조의2가 정한 기여분제도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이나 유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과 동일한 상속분만 받는 것은 불공평하므로, 그 기여도를 반영하여 상속분을 조정하는 것입니다(대법원 2014. 11. 25. 선고 2012스156,157 결정 상속재산분할·기여분).
2. 기여분이 인정되는 경우
가. 법적 요건
기여분이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 공동상속인일 것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공동상속인이어야 합니다. 상속인이 아닌 사람(예: 며느리, 사위)은 아무리 헌신적으로 부양했어도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2) 특별한 기여행위
a. 특별한 부양
-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등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경우
- 단순히 부부간, 부모자식간의 기본적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b.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대한 특별한 기여
- 피상속인의 사업을 도와 재산을 증가시킨 경우
- 피상속인의 재산이 감소하는 것을 막은 경우
나. ‘특별한’ 기여의 의미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기여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1) 배우자의 경우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한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4스44,45 결정 상속재산분할·상속재산분할).
가정법원은 다음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동거·간호의 시기, 방법 및 정도
-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
2) 자녀의 경우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부양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74조), 단순히 부모를 모시고 간병한 것만으로는 기여분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부양이 있어야 합니다.
3. B씨 사례의 분석
가. 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
B씨의 사례에서 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1) 정서적 지원과 간병의 한계
법원은 “정서적 지원이나 간병은 그 자체로 기여분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하셨는데, 이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 단순히 아버지를 간병하고 정서적으로 지원한 것만으로는 ‘특별한’ 부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 자녀로서의 기본적인 부양의무 범위 내의 행위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재산의 유지·증가 기여 부족
기여분이 인정되려면:
-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어야 합니다
B씨의 경우 간병과 요양에 집중했지만, 이것이 아버지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나. 기여분이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
1) 부양의무의 존재
민법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에 부양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974조). 따라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법적 의무이며, 이러한 의무 이행만으로는 ‘특별한’ 기여로 보기 어렵습니다.
2) ‘특별한’ 기여의 높은 기준
판례는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4. 11. 25. 선고 2012스156,157 결정 상속재산분할·기여분).
4. 기여분이 인정된 사례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기여분이 인정될까요? 실제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가. 인정된 사례
1) 장기간 헌신적 부양 + 재산 유지 기여
[서울가정법원 2015. 11. 9. 선고 2013느합95 심판 재산분할등]
독일에 망명했던 피상속인이 귀국 후 홀로 거주하면서 투병생활을 하던 중, 조카가 간병과 간호를 전담하며 보호자 역할을 하다가 입양된 사례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조카(입양 후 자녀)가 피상속인과 동거하지는 않았으나, 홀로 귀국한 피상속인을 20여 년간 자주 찾아가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등 뒷바라지한 사실
- 이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특별히 부양한 것으로 인정
- 기여분 인정
2) 배우자의 장기간 간병 + 비용 부담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16. 7. 13. 선고 2015가단22504 판결 사해행위취소]
- 피상속인이 암으로 사망하기까지 항암치료, 수술 등 병원치료를 받았는데, 배우자인 피고가 망인을 병간호하면서 치료비를 지출한 사실
- 법원은 배우자가 상속재산인 부동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판단
- 기여분 50% 인정
3) 장남으로서의 역할 + 경제적 지원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12. 15. 선고 2016가단33083 판결 사해행위취소]
- 피고는 망인의 둘째 아들로서 1993년경 아버지 사망 후 시장에서 행상을 하던 망인과 동거하면서 택시기사로 일하여 얻은 수입으로 망인을 부양
- 다른 가족들과 소원하게 지내던 장남을 대신하여 가족들의 경조사를 돌보는 등 실질적으로 집안의 장남 역할
- 2001년 결혼 후에도 망인의 집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서 망인을 수시로 방문하여 돌보고 매달 생활비도 지급
- 공동상속인들도 피고의 노고를 인정하여 피고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함
- 기여분 인정
나. 인정되지 않은 사례
1) 단순한 동거와 간병
[부산지방법원 2017. 1. 19. 선고 2014가단245755 판결 유류분반환청구]
- 피고가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병했다는 주장
-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동상속인 간의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
- 기여분 불인정
2) 배우자의 통상적 부양
[대전지방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나100514 판결 사해행위취소]
기여분 불인정
피고들이 망인과 오랫동안 동거하면서 생활비를 부담하고 간병했다는 주장
그러나 부부의 동거 및 부양의무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사정만으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특별히 부양했다고 인정하기 부족
5. 기여분 결정 절차
가. 협의에 의한 결정
기여분은 우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1항).
- 공동상속인 전원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 협의가 성립하면 그 내용대로 기여분이 결정됩니다
- 협의 내용에 제한은 없으나, 상속재산에서 유증을 공제한 금액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3항)
나. 가정법원의 심판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기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심판으로 기여분을 정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2항).
1) 청구 요건
기여분 결정 청구는 다음의 경우에만 할 수 있습니다:
- 상속재산분할 청구가 있는 경우(민법 제1013조 제2항)
- 피인지자나 재판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상속분 가액 청구가 있는 경우(민법 제1014조)
중요: 상속재산분할 청구 없이 단지 유류분반환청구가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기여분결정청구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스28 결정 기여분).
2) 심판 기준
가정법원은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 기여분을 정합니다:
- 기여의 시기, 방법 및 정도
- 상속재산의 액
- 기타의 사정
6. 기여분과 유류분의 관계
가. 기본 원칙
기여분은 유류분과 별개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1)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 불고려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습니다
- 기여분으로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고 하여 기여분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60753 판결 유류분반환)
2)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 주장 불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나. 이유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과는 서로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60753 판결 유류분반환).
7. B씨가 고려할 수 있는 방안
가. 기여분 인정을 위한 전략
B씨가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입증해야 합니다:
1) 부양의 특별성 입증
- 기간: 5년 가까이 부양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입니다
- 정도: 단순 간병을 넘어서는 헌신적 부양이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상태였는지
- 전문 간병인을 고용했다면 들었을 비용은 얼마인지
- 다른 형제들은 전혀 부양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2) 경제적 기여 입증
- 직장을 그만두면서 포기한 소득
- 부양을 위해 지출한 비용
- 의료비, 간병비, 생활비 등
-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등 객관적 증거 확보
- 아버지의 재산 감소를 막은 기여
- 예: 아버지의 부동산 관리, 채무 변제 등
3) 다른 상속인과의 비교
- 다른 형제들은 “간간이 얼굴만 비췄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
- 부양 부담의 불균형이 현저했음을 보여야 합니다
나. 현실적 조언
일단 협의를 시도해보고 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아래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상속재산분할 청구와 함께 기여분 결정 청구
- 구체적 증거자료 준비
- 간병 일지
- 의료비 영수증
- 생활비 지출 내역
- 직장 퇴사 증명서 및 소득 감소 자료
- 증인(이웃, 의료진 등)
3) 현실적 한계 인식
- 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 판단을 번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 항소를 고려할 수 있으나, 승소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 변호사와 충분히 상담하여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