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자녀가 먼저 사망했다면? 대습상속

김 씨는 최근 아버지의 부고를 접하고 상속 문제를 정리하던 중, 가족 간에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김 씨의 형인 장남 A는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A에게는 미성년 자녀 B가 있습니다.

문제는 고인의 재산을 나눌 때 벌어졌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A는 이미 사망했으니 상속권이 없다”며 김 씨와 다른 형제들만으로 재산을 나누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김 씨는 “A의 아들 B도 상속권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가졌습니다.

과연 이 경우 A의 자녀인 B는 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때 문제되는 것이 바로 대습상속입니다.

1. 사안의 개요 및 쟁점

본 사안은 피상속인(김 씨의 아버지)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었으나, 상속인이 될 장남 A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A의 자녀 B가 상속권을 가지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이는 민법상 대습상속제도의 적용 여부에 관한 문제입니다.

2. 대습상속제도의 의의

가. 대습상속의 개념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결격된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제도를 말합니다(민법 제1001조).

대습상속은 피대습자의 지위나 권리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과는 별개로 민법 제1001조에 따라 원래의 상속인에 갈음하여 대습상속인에게 부여된 고유의 상속권입니다.

나. 대습상속제도의 취지

대습상속제도는 상속인이 될 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된 경우, 그 직계비속이 상속에서 배제되는 불합리를 방지하고, 피상속인의 재산이 보다 가까운 혈족에게 승계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3. 대습상속의 요건

가. 피대습자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일 것

민법 제1001조는 “전조제1항제1호와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 또는 형제자매가 피대습자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장남 A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으로서 제1순위 상속인(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므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나.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되었을 것

1) 상속개시 전 사망

대습상속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여야 합니다. 판례는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개시 전에 전부 사망한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는 본위상속이 아니라 대습상속을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또한 동시사망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대습상속이 가능합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본 사안에서 장남 A(대습자)는 피상속인인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하였으므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2) 결격자

상속결격 사유(민법 제1004조)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대습상속이 인정됩니다.

즉, A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여 상속결격이 된 경우 A의 자녀는 조부모의 재산을 대습상속할 수 있습니다.

다.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이 있을 것

대습상속인이 되기 위해서는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이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 B는 A의 자녀로서 직계비속에 해당하므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라. 대습상속인이 상속개시 당시에 존재하고 있을 것

대습상속인은 상속개시 당시에 존재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대습원인 발생 당시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으나, 그 후에 존재하게 된 경우(태아의 출생 또는 입양)를 포함합니다.

마. 대습상속인이 결격자가 아닐 것

대습상속인에게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결격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 대습상속인도 대습상속을 하지 못합니다. 다만, 대습상속인이 피대습자에 대한 관계에서 상속결격사유가 있더라도 이는 대습상속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4. 대습상속인의 상속분

가. 원칙

대습상속인의 상속분은 피대습자의 상속분에 의합니다(민법 제1010조 제1항). 즉,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자가 받았을 상속분을 그대로 승계합니다.

나. 대습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이 여러 명인 때에는 그 상속분은 피대습자의 상속분의 한도에서 법정상속분에 의하여 정합니다(민법 제1010조 제2항, 제1009조).

본 사안에서 B가 A의 유일한 자녀라면 A의 상속분 전부를 대습상속하게 되고, 만약 B 외에 다른 형제자매가 있다면 그들과 균분하여 상속받게 됩니다.

5. 대습상속과 특별수익

가. 피대습자의 특별수익

피대습자가 대습원인의 발생 이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로 특별수익을 받은 경우, 그 생전 증여는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봅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67620 판결).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그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할 때 이를 참작하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피대습자가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특별수익을 받은 경우 대습상속이 개시되었다고 하여 피대습자의 특별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대습상속인의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한다면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자가 취득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되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해칠 뿐만 아니라 대습상속의 취지에도 반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67620 판결).

나. 판례의 태도

판례는 “피대습자가 대습원인의 발생 이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이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있고, 피대습자의 상속분을 그대로 상속하는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1. 15. 선고 2019가단79004 판결).

6. 대습상속과 상속포기의 관계

가.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포기와 대습상속

상속포기의 효력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된 상속에만 미치고, 그 후 피상속인을 피대습자로 하여 개시된 대습상속에까지 미치지는 않습니다. 대습상속은 상속과는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인 데다가 대습상속이 개시되기 전에는 이를 포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9824 판결).

나. 대습상속개시 후의 포기

피상속인의 사망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여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포기를 하였는데, 그 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사망하여 민법 제1001조, 제1003조 제2항에 따라 대습상속이 개시된 경우에 대습상속인이 민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9824 판결).

이는 종전에 상속인의 상속포기로 피대습자의 직계존속이 피대습자를 상속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피대습자의 직계존속이 사망할 당시 피대습자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외에 적극재산이든 소극재산이든 고유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리 볼 이유도 없습니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9824 판결).

7. 재대습상속

대습상속인에게 다시 대습원인이 발생한 경우 또다시 그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대습상속을 합니다. 이를 재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아들이 죽고 없는데 손자마저 이미 사망한 경우, 손자의 처와 자식(증손자)이 할아버지의 재산을 대습상속합니다.

8. 배우자의 대습상속

가. 배우자의 대습상속권

민법 제1003조 제2항은 “제1001조의 경우에 상속개시전에 사망 또는 결격된 자의 배우자는 동조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 배우자 대습상속의 합헌성

피상속인의 사위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보다 우선하여 단독으로 대습상속한다는 민법 제1003조 제2항은 위헌이 아닙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며느리의 대습상속이 인정되어 왔고, 1958. 2. 22. 제정된 민법에서도 며느리의 대습상속을 인정하였으며, 1990. 1. 13. 개정된 민법에서 며느리에게만 대습상속을 인정하는 것은 남녀평등·부부평등에 반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사위에게도 대습상속을 인정하는 것으로 개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2) 헌법 제11조 제1항이 누구든지 성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36조 제1항이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3) 현대 사회에서 딸이나 사위가 친정 부모 내지 장인장모를 봉양, 간호하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다. 배우자의 재대습상속 불가

피대습자의 배우자가 대습상속의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그 배우자에게 다시 피대습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64318, 64325 판결).

예를 들어, 아버지의 부인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 그 부인의 배우자(계모)나 자녀는 추가로 대습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001조, 제1003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있는 때에는 그들이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대습상속이 인정되는 경우는 상속인이 될 자(사망자 또는 결격자)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인 경우에 한합니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64318, 64325 판결).

9. 본 사안에 대한 적용

가. 대습상속 요건의 충족

본 사안에서:

1) 장남 A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으로서 제1순위 상속인에 해당합니다.

2) A는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였습니다.

3) B는 A의 자녀로서 직계비속에 해당합니다.

4) B는 상속개시 당시 존재하고 있습니다.

5) B에게 상속결격 사유가 없다고 가정합니다.

따라서 B는 민법 제1001조에 따라 A의 순위에 갈음하여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나. 상속분의 산정

B는 A가 받았을 상속분을 대습상속합니다(민법 제1010조 제1항). 만약 피상속인의 자녀가 A, 김 씨, 그리고 다른 형제들이라면, B는 A의 법정상속분(자녀들 간 균분)을 그대로 승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에게 배우자가 없고 자녀가 A, 김 씨, 그리고 다른 형제 1명(총 3명)이라면, 각 자녀의 상속분은 1/3입니다. A가 사망하였으므로 B가 A의 상속분 1/3을 대습상속하게 됩니다.

10. 결론

본 사안에서 장남 A의 자녀 B는 민법 제1001조에 따라 A를 대습하여 상속인이 됩니다. 따라서 다른 형제들의 주장과 달리, B는 A가 받았을 상속분을 대습상속할 권리가 있습니다.

대습상속제도는 상속인이 될 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도 그 직계비속이 상속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여 공평한 재산승계를 도모하는 제도입니다. 본 사안은 이러한 대습상속제도의 전형적인 적용 사례로서, B는 정당한 상속권을 가지며, 김 씨와 다른 형제들은 B를 포함하여 상속재산을 분할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