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을 받을 수 없는 자? – 상속결격사유

“가족이라고 다 유산을 받을 수 있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이 개시되면, 자녀 등 법정상속인들은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법률상 상속을 받을 자격 자체가 박탈되는 경우, 이를 ‘상속결격’이라고 합니다.

(사례)

김 씨 가족은 아버지(피상속인)와 두 아들 A, B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지병으로 투병 중이었고, 평소 재산 문제로 두 아들 간 갈등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아들 A는 아버지에게 상속을 더 많이 달라며 다투다 격분해 아버지를 폭행했고, 아버지는 그 직후 병세가 악화되어 며칠 뒤 사망하였습니다. 이에 동생 B는 A가 상속결격에 해당하므로 상속을 받을 수 없다며 법원에 청구를 하게 됩니다.

1. 상속결격제도의 의의

상속결격이란 상속인에게 법정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별도의 재판절차 없이 법률상 당연히 상속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제도입니다.이는 정당한 상속관계를 파괴한 사람에게 상속권을 박탈함으로써 상속제도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상속결격사유가 발생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상속자격이 당연히 상실되며, 결격자는 특정 피상속인에 대하여만 상속인이 될 수 없을 뿐 다른 피상속인에 대하여는 영향이 없습니다.

2. 민법상 상속결격사유

민법 제1004조는 상속결격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가. 피상속인 등에 대한 패륜행위

1) 살해 또는 살해미수 (민법 제1004조 제1호)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민법 제1004조 제1호).

이 규정은 살인의 기수·미수를 묻지 않으며, 예비·음모도 포함됩니다. 정범·종범·교사범도 마찬가지이고, 자살의 교사·방조도 포함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살해의 고의’ 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2127 판결).

2) 상해치사 (민법 제1004조 제2호)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도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민법 제1004조 제2호).

이 규정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고의’의 의미

상해의 고의만 있으면 되고, 사망의 결과까지 예견하거나 의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즉, 상해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으로서 상해행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18. 11. 1. 선고 2017노1074 판결).

나) 인과관계의 판단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케 한 유일한 원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있어 피해자의 지병이 사망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여 폭행과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1989. 10. 13. 선고 89도143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6. 21. 선고 2012노4226 판결).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로부터 발생된 다른 간접적 원인이 결합되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 그 행위와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3. 9. 12. 선고 2012고합169 판결).

다) 기왕증과의 관계

피해자에게 기왕증(기존 질병)이 있었더라도, 가해행위로 인해 기왕증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됩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3. 9. 12. 선고 2012고합16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11. 1. 선고 2017노1074 판결).

나. 유언에 대한 부정행위

3) 유언 또는 유언철회의 방해 (민법 제1004조 제3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4) 유언의 강요 (민법 제1004조 제4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5) 유언서의 위조 등 (민법 제1004조 제5호)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3. 상속결격의 효과

가. 상속자격의 당연 상실

상속인에게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그 사람은 그때부터 피상속인을 상속하는 자격을 당연히 상실합니다.

상속결격의 효과는 상속개시 전에 결격사유가 생기면 후일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그 상속인은 상속을 받을 수 없고, 상속개시 후에 결격사유가 생기면 유효하게 개시된 상속도 개시시에 소급하여 무효가 됩니다.

나. 대습상속의 가능성

상속결격의 사유는 결격자의 일신에만 영향을 미치고, 그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대습상속을 할 수 있습니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사람이 상속 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그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가 대신 상속받는 제도입니다.​
즉, 본래 상속인이 받을 상속분을 그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가 동일한 지분으로 승계하게 됩니다.

즉, 결격자에게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있으면 대습상속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 수증결격

상속결격자는 수증결격자가 되어 유증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민법 제1064조).

4. 상속결격의 제한적 해석

민법 제1004조는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구지방법원 2018. 7. 18. 선고 2017나313026 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상속관계의 명확성

민법 제1000조, 제1001조, 제1003조가 상속의 순위, 대습상속, 배우자의 상속순위를 정하고 민법 제1004조가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어 상속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18. 7. 18. 선고 2017나313026 판결).

나. 중한 위법행위에 한정

민법 제1004조 각 호의 내용은 고의로 직계존속 등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와 유언에 관한 방해행위를 한 자 등을 상속인의 결격사유로 정하여, 상속관계에서 매우 중한 위법행위만을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18. 7. 18. 선고 2017나313026 판결).

다. 유추적용의 제한

민법 제1004조는 법정상속권을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일정한 비행을 저지른 자에게 상속자격을 박탈하는 재산상 불이익을 부과하는 규정이므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이 요구됩니다 (서울고등법원 2016. 11. 4. 선고 2015나2042801 판결).

따라서 민법 제1004조에 열거된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까지 신의칙이나 권리남용금지원칙과 같은 일반원칙을 근거로 상속인의 상속권을 부인하는 것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5. 사례의 결론

가. 법률적 검토

본 사례에서 큰아들 A는 아버지와 상속 문제로 다투다 격분하여 아버지를 폭행하였고, 아버지는 그 직후 병세가 악화되어 며칠 뒤 사망하였습니다.

이 경우 A의 상속결격 여부는 민법 제1004조 제2호의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나. 핵심 쟁점

1) 상해의 고의

A가 아버지를 폭행한 행위에 상해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문제됩니다. 격분하여 폭행한 경우라도 상해의 고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인과관계

A의 폭행과 아버지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아버지가 지병으로 투병 중이었고 폭행 직후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하였다면,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의 지병이 사망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여 폭행과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1989. 10. 13. 선고 89도1435 판결).

A의 폭행으로 인해 아버지의 기존 질병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 A의 행위와 아버지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3. 9. 12. 선고 2012고합169 판결).

다. 결론

만약 A의 폭행에 상해의 고의가 있었고, 그 폭행으로 인해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A는 민법 제1004조 제2호에 따라 상속결격자에 해당하여 상속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폭행의 정도, 아버지의 지병 상태,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의학적·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며,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A가 상속결격자로 인정되는 경우, A에게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있다면 그들은 A를 대신하여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