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념 정의: 법률혼, 사실혼, 동거의 차이
가. 법률혼(法律婚)
법률혼은 혼인신고를 마쳐 법적으로 부부관계가 인정되는 혼인입니다(민법 제812조 제1항). 혼인신고를 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로 등재되고, 법률상 부부로서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발생합니다.
법률혼의 핵심 요건:
- 당사자 쌍방과 성년자인 증인 2인이 연서한 서면으로 혼인신고를 해야 합니다(민법 제812조 제2항)
- 혼인신고가 수리되어야 법률상 효력이 발생합니다
나. 사실혼(事實婚)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말합니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사실혼의 성립 요건:
- 주관적 요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합치되어야 합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 객관적 요건: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합니다(대구지방법원 2009. 12. 2. 선고 2009르637 판결)
판례는 “당사자들이 혼인을 전제로 결혼식을 올린 후에 그에 이은 신혼여행 및 신행을 마치고 신혼살림방을 얻어 공동생활을 시작하는 등 결혼으로서의 사회적으로 공인될 수 있는 관습적인 의식과 절차를 일응 갖추었으면 사실혼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제주지방법원 1987. 12. 10. 선고 87드55,87드134 심판).
다. 동거(同居)
동거는 단순히 남녀가 함께 거주하는 것을 의미하며, 혼인의 의사나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동거와 사실혼의 구분: 사실혼에 해당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여야 합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인천지방법원 2007. 2. 6. 선고 2006드단9002 판결).
즉, 법률혼은 ‘혼인신고’라는 형식이 가장 중요하고, 사실혼은 ‘결혼하겠다는 의사’와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이라는 실질이 중요합니다. 동거는 그 어떤 의사도 필요 없습니다.
2. 가장 중요한 차이: 법적 효과
가. 법률혼의 법적 효과
법률혼이 성립하면 다음과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1)신분관계
- 부부관계 및 인척관계가 발생합니다
- 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로 등재됩니다
2) 재산관계
-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826조 제1항)
- 일상가사에 관한 채무는 연대책임을 집니다
-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됩니다(민법 제839조의2)
3) 상속관계
- 배우자는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며,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0조, 제1003조)
나. 사실혼의 법적 효과
사실혼관계에서도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으므로,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9. 11. 21. 선고 2019가단53930 판결).
1)인정되는 효과
- 부부로서의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
- 일상가사채무의 연대책임
- 사실혼 부당파기 시 손해배상청구권
- 사실혼 해소 시 재산분할청구권(민법 제839조의2 유추적용)
2) 인정되지 않는 효과
- 상속권: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 인척관계의 발생
- 성년의제
- 배우자로서의 후견인 자격
3) 결정적 차이: 상속권
법률혼과 사실혼의 가장 큰 차이는 상속권의 유무입니다.
법률상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단지 상속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서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만이 인정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5. 6. 4. 선고 2014구합54752 판결).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 생존한 상대방에게 상속권도 인정되지 아니하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은 사실혼 보호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사실혼 배우자를 상속인에 포함시키지 않는 우리의 법제에 기인한 것으로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해석론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제주지방법원 2019. 9. 17. 선고 2019가단50467 판결).
3. 사실혼 관계 해소 시 법적 보호
가. 재산분할청구권
사실혼 관계가 쌍방 생존 중에 해소되면 이혼에 의한 재산분할청구에 관한 민법 제839조의2가 유추적용되어,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의 요건:
- 사실혼관계가 생전에 해소되어야 합니다
- 해소일로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유추적용)
재산분할의 기준: 재산분할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2항).
나. 위자료청구권
사실혼관계가 일방의 귀책사유로 부당하게 파기된 경우, 상대방은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청구 사례:
- 원고와 피고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데, 피고가 원고 및 그 부모의 부당한 대우로 인하여 사실혼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원·피고의 사실혼관계 파탄의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가정법원 2013. 9. 12. 선고 2012드합8963(본소),2013드합270(반소) 판결)
다. 예물 및 예단의 반환
혼인의 전후에 수수된 혼인예물·예단은 혼인의 성립을 증명하고 혼인이 성립한 경우 당사자 내지 양가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것으로서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므로 혼인이 성립되지 못한 경우 그 제공자에게 반환되어야 할 것이나, 관계의 파탄에 과실이 있는 유책자는 자신이 제공한 예물·예단을 적극적으로 반환청구할 권리가 없습니다(서울가정법원 2013. 9. 12. 선고 2012드합8963(본소),2013드합270(반소) 판결).
혼인예물은 그 법적 성질이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것으로서 일단 사실혼이라도 성립한 이상 위 해제조건은 성취불능이므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없습니다(대구고등법원 1978. 2. 17. 선고 77르33 판결).
다만, 사실혼관계가 파탄된 경우 예물 및 예복의 증여에 관하여 해제조건이 성취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그 비용을 지출한 당사자가 원상회복으로서 사실혼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상대방에게 예물 및 예복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로 인하여 그 비용을 지출한 당사자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00. 8. 11. 선고 2000르125,132 판결).
4. 사실혼 보호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
가. 사실혼 관계 입증 자료 준비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객관적 증거자료
- 주민등록등본(동거인 등재)
- 결혼식 사진 및 영상
- 양가 부모 및 친지들과의 교류 증거(명절, 경조사 참석 등)
- 공동명의 계좌 또는 재산
- 임대차계약서 등 공동생활 증거
2) 혼인의사 입증 자료
- 혼인서약서(갑 제2호증의 1, 대전지방법원 2022. 10. 21. 선고 2022나104226 판결 참조)
- 양가 부모에게 배우자로 소개한 증거
- SNS 등에서 배우자로 공개한 증거
나. 재산관계 명확화
1) 공동재산 관리 사실혼 기간 중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는 각자의 기여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 부동산 매수 시 자금 출처 증빙
- 공동사업 운영 시 각자의 역할 및 기여도 증빙
- 생활비 분담 내역
2) 재산분할 약정서 작성 사실혼 관계 해소 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재산분할에 관한 약정서를 작성해 두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 사실혼 확인서 작성
사실혼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확인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사실혼 관계 개시 시점
- 혼인의 의사 확인
- 부부로서의 권리와 의무 이행 의사
- 재산관계에 관한 약정
라. 유언장 작성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망 시 재산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남기고 싶다면 반드시 유언장을 작성해 두어야 합니다.
5. 중혼적 사실혼의 문제
가. 중혼적 사실혼의 의미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를 중혼적 사실혼이라고 합니다.
나. 중혼적 사실혼의 보호 여부
원칙: 보호 불가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의 어느 한 쪽이 집을 나가 장기간 돌아오지 아니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부의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허여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예외: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인 경우 다만,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중혼적 사실혼도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민사판례연구회, 『2000년대 민사판례의 경향과 흐름』, 박영사(2012년), 604-605면).
6. 실무상 주의사항
가. 사실혼 성립 시점의 중요성
사실혼 관계의 성립 시점은 재산분할의 기준시가 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결혼식을 올린 시점, 동거를 시작한 시점 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 사실혼과 동거의 구분
근래에 들어 남녀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형성할 의사가 없이, 즉 결혼할 의사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필요 내지 편의에 따라 생활비를 분담하며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가 필요한 사실혼관계와 그러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동거관계를 더욱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19. 1. 23. 선고 2018가단510944 판결).
다. 제3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
사실혼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부정행위를 한 제3자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이는 법률혼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부산지방법원 2015. 12. 15. 선고 2015가단47323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1. 4. 6. 선고 2020가단545097 판결).
7. 결론
같이 산다고 해서 자동으로 법적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혼, 사실혼, 동거는 각각 다른 법적 효과를 가지며, 특히 상속권의 유무가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핵심 정리:
- 법률혼: 혼인신고를 마쳐야 하며, 상속권을 포함한 모든 법적 효과가 인정됩니다
- 사실혼: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성립하며,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청구할 수 있으나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 동거: 단순히 함께 사는 것으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다면 상대방 사망 시 상속권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유언장 작성 등을 통해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평소에 잘 보관해 두어야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