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은 모두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지만, 그 취지와 법적 효과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실무상 이를 정확히 구별하여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개념
가. 소멸시효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162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언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나. 제척기간
제척기간은 일정한 권리에 대하여 법률이 정한 존속기간으로, 그 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려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습니다.
2.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주요 차이점
가. 제도의 취지
소멸시효는 권리 불행사라는 사실상태의 존중과 입증곤란으로부터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제척기간은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주된 목적으로 합니다.
나. 기산점
- 소멸시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합니다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척기간: “권리가 발생한 때”가 기산점입니다
다. 중단 및 정지의 인정 여부
- 소멸시효: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 등의 사유로 중단되며 (민법 제168조),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정지됩니다
- 제척기간: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6425 판결)
라. 소급효의 유무
- 소멸시효: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발생합니다 (민법 제167조)
- 제척기간: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장래를 향하여 권리가 소멸합니다
마. 법원의 직권조사 여부
- 소멸시효: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변론주의의 적용)
- 제척기간: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다25371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바. 규정 방식
- 소멸시효: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식으로 권리의 불행사에 초점을 맞춥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
- 제척기간: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권리행사의 상한기간을 정합니다 (민법 제146조)
3. 실무상 주의사항
가. 소멸시효 관련 주의사항
1) 시효중단 조치의 중요성
소멸시효는 중단이 가능하므로, 채권자는 시효완성 전에 적절한 중단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재판상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 등이 중단사유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168조)
2)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 소멸시효에 해당하더라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민법 제165조 제1항). 따라서 승소판결을 받은 후에도 10년 내에 시효중단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3)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대법원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판결).
4) 소멸시효 주장의 필요성
소멸시효는 당사자가 주장해야 하므로, 피고는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합니다 .
5)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하지만, 완성 후에는 포기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84조 제1항).
나. 제척기간 관련 주의사항
1) 제척기간의 직권조사
제척기간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는 사항이므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이를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다25371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2) 제척기간 도과 후 소제기의 효과
제척기간이 도과한 후 제기된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41199 판결).
3) 중단·정지 불가
제척기간은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기간 내에 반드시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6425 판결).
4) 형성권의 제척기간
해제권, 취소권, 매매예약완결권 등 형성권은 일반적으로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됩니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44766, 44773 판결)
5) 상고심에서의 주장 가능성
제척기간 도과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상고심에서 새로이 주장·증명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다. 구별이 어려운 경우의 주의사항
1) 법률 규정의 문언 확인
법률이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 제척기간으로,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한다”고 규정하면 소멸시효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양창수, 『민법주해 4 – 총칙(4)[제2판]』, 박영사(2022년), 354-355면).
2) 판례의 확인
특정 권리의 소멸기간이 소멸시효인지 제척기간인지 불분명한 경우, 관련 판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3) 국제중재에서의 주의
국제중재에서는 소멸시효가 실체법상 제도인지 절차법상 제도인지에 따라 준거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갑유, 『중재실무강의[개정판]』, 박영사(2016년), 132-133면).
4. 결론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은 권리소멸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중단·정지의 인정 여부, 직권조사 여부, 소급효 유무 등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실무상으로는 해당 권리가 소멸시효의 대상인지 제척기간의 대상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제척기간의 경우 중단이 불가능하므로 기간 내 권리행사가 더욱 중요하며, 소멸시효의 경우 적시에 중단조치를 취하여 권리를 보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