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A씨는 중견기업에 입사한 직후,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약 1개월 동안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외국어 교육, 기술 세미나, 공장 견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회사는 항공료와 체재비, 교육비 전부를 부담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종료 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A씨는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결심합니다. 퇴사서를 제출하자 회사는 A씨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합니다.
“교육비 500만 원을 반환하세요”
알고보니 A씨가 제출한 입사 시 서약서에는 ‘1년 이내 퇴사 시 교육비 전액 반환’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회사가 보내서 간 연수인데, 왜 비용을 물어야 하는 걸까요? 법적으로 이런 약정은 효력이 있는 걸까요?
1. 법적 쟁점
본 사안의 핵심은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 판례의 기본 법리
가.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입법 취지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취지는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습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나. 교육비 반환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
판례는 교육비 반환약정의 유효성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판단합니다:
1) 원칙적으로 유효한 경우
기업체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직원에 대하여 위탁교육훈련을 시키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육수료일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업체가 우선 부담한 해당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다음 요건을 충족하면 유효합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될 것
- 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을 것
- 이러한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을 것
2) 무효인 경우
다음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입니다:
가. 임금 반환 약정
교육기간 중 지급한 임금을 반환하도록 한 부분은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실질적으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무효입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나. 해외파견근무 경비 반환 약정
직원의 해외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경우,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 또는 지출한 금품은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하여 재직기간 의무근무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입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다. 사용자 부담 교육비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경우, 그 상환의무를 정한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입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2. 5. 선고 2019나55536 판결).
3. 본 사례의 구체적 분석
가. 연수의 성격
본 사례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함
- 회사가 비용 전액 부담
- 1개월 단기 프로그램
- 외국어 교육, 기술 세미나, 공장 견학 등으로 구성
나. 무효 사유 검토
1) 사용자 부담 교육비 해당 가능성
신입사원 대상의 기본적인 직무교육 성격이 강하고, 회사가 전액 부담한 점을 고려하면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한 교육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2)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 부족
“회사가 보내서 간 연수”라는 점에서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보다는 회사의 인사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3) 의무근무기간의 합리성 문제
- 1개월 연수에 대해 1년의 의무근무기간은 과도하게 장기일 수 있습니다
- 판례는 교육기간과 의무근무기간의 비례성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대법원 1980. 7. 8. 선고 80다590 판결)
4) 부당한 근로 강제
3개월 근무 후 퇴사 시 500만 원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유사 판례
가. 무효로 판단된 사례
서울민사지방법원 1990. 6. 29. 선고 88가합46941 판결
항공사가 기장, 조종사 및 정비사 양성을 위해 실시한 교육훈련에 대해, 원래 회사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교육훈련비를 근로자가 퇴사하는 경우에만 그들의 부담으로 전가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4조(현행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8. 선고 2016가합500950 판결
의원에서 신입 직원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2억 원을 지급하고 2년 내 퇴사 시 반환하도록 한 약정에 대해,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나. 유효로 판단된 사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3. 6. 선고 2019가단220995 판결
해외연수 기간 동안 기존 급여 외에 별도로 연수비를 지급받았고, 연수 내용이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을 위한 것으로 평가되며, 의무복무기간이 합리적인 범위 내인 경우 교육비 반환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5. 실무상 고려사항
가. 교육의 성격 구분
| 구분 | 사용자 부담 | 근로자 부담 가능 |
|---|---|---|
| 신입사원 기본교육 | ○ | × |
| 직무수행 필수교육 | ○ | × |
| 자격증 취득 지원 | △ | ○ |
| 학위과정 지원 | △ | ○ |
| 근로자 희망 특수교육 | × | ○ |
나. 의무근무기간의 합리성
판례는 일반적으로 교육기간의 3~5배 정도를 합리적인 의무근무기간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대법원 1980. 7. 8. 선고 80다590 판결).
다. 반환금액의 합리성
- 전액 반환보다는 근무기간에 비례한 감액 조항이 있는 것이 유리합니다
- 예: 의무근무기간 1년 중 3개월 근무 시 75% 반환, 25% 면제
6. 사례 해결
결론
본 사례의 교육비 반환약정은 무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
- 신입사원 대상 기본교육: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교육으로 원래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성질의 비용입니다.
- 근로자의 자발성 부족: “회사가 보내서 간 연수”로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보다는 회사의 인사명령에 따른 것입니다.
- 의무근무기간의 과도함: 1개월 연수에 대해 1년의 의무근무기간은 비례성을 상실했습니다.
- 부당한 근로 강제: 3개월 근무 후 500만 원 전액 반환은 퇴직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합니다.
A씨가 취할 수 있는 조치
1) 내용증명 발송
회사에 다음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 해당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임을 주장
- 교육비 반환 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통지
- 부당한 청구 중단 요구
2) 노동청 진정
회사가 계속 청구할 경우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3) 법적 대응
회사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을 주장
- 교육의 성격이 사용자 부담 교육임을 입증
- 의무근무기간의 불합리성 주장
- 유사 판례 제시
7. 사용자를 위한 실무 팁
가. 유효한 교육비 반환약정 작성 방법
1) 교육의 성격 명확화
- 근로자의 자발적 신청에 의한 교육임을 명시
- 근로자의 경력개발 및 이익을 위한 교육임을 강조
- 회사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교육 선택
2) 합리적인 의무근무기간 설정
예시:
- 1개월 교육 → 3~6개월 의무근무
- 6개월 교육 → 1.5~3년 의무근무
- 1년 교육 → 3~5년 의무근무
3) 비례적 감액 조항 포함
예시:
의무근무기간 2년 중
- 1년 이상 근무 시: 50% 면제
- 1년 6개월 이상 근무 시: 75% 면제
- 2년 근무 시: 전액 면제
4) 예외 사유 명시
다음의 경우 반환의무 면제:
-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퇴사
- 정년퇴직
- 건강상 이유로 인한 불가피한 퇴사
- 회사의 구조조정
나. 교육비 반환약정서 작성 예시
교육비 지원 및 반환에 관한 약정서
1. 교육 내용
- 과정명: ○○○ 전문가 과정
- 기간: 20○○년 ○월 ○일 ~ 20○○년 ○월 ○일
- 교육비: ○○○만 원
2. 지원 내용
회사는 근로자의 자발적 신청에 따라 위 교육비 전액을 지원한다.
3. 의무근무기간
근로자는 교육 종료 후 ○년간 회사에서 근무하여야 한다.
4. 반환 의무
근로자가 의무근무기간 내에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
다음 산식에 따라 교육비를 반환한다:
반환금액 = 교육비 × (잔여 의무근무일수 / 전체 의무근무일수)
5. 면제 사유
다음의 경우 반환의무가 면제된다:
-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퇴사
- 정년퇴직
- 의학적으로 입증된 건강상 이유
- 회사의 구조조정
20○○년 ○월 ○일
회사: ○○○ (인)
근로자: ○○○ (인)
8. 결론
본 사례의 교육비 반환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A씨는 교육비를 반환할 의무가 없으며, 회사의 부당한 청구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향후 유효한 교육비 반환약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자발성, 합리적인 의무근무기간, 비례적 감액 조항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약정을 작성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