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의 양날의 검, RCPS(상환전환우선주)

RCPS는 영어로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hares의 줄임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쉽게 말해, 투자자가 회사의 사업이 성공하면 보통주로 전환하여 주가 상승의 이익을 누릴 수 있고, 사업이 실패하면 일정 기간 후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주식입니다.

    1. 스타트업 사례로 알아보는 상환전환우선주의 리스크

    스타트업 이름은 가명으로 ‘테크-알파’라고 하겠습니다.
    이 회사는 AI(인공지능)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술을 갖고 있었고, 3년 전에는 꽤 주목받는 회사였습니다.

    1) Series A 투자 성공

    이 조건 덕분에 테크-알파는 50억 원이라는 큰돈을 확보할 수 있었고, 개발 인력을 늘리고 제품도 잘 출시했습니다.

    2) Series B 후속투자 시도

    2024년이 되자, 테크-알파는 후속 투자를 받으려 했습니다.
    Series B라고 하죠. 원래 계획은 100억을 투자받아서 해외 진출을 하려던 겁니다.

    새로운 투자자가 이 회사를 300억 원 가치로 보고 100억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존 투자자(Series A)가 말합니다:


    “아니요. 우리는 이 회사가 600억 가치일 때 투자했는데?
    지금 저 가치로 투자 받으면, 우리 지분 희석(=가치가 줄어드는 것)됩니다. 반대합니다.”

    기존투자자는 아래 계약서에 근거해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입니다.

    “회사는 새로운 투자를 받을 때, 기존 투자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결국, Series B 투자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회사는 급하게 필요한 돈을 못 받아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죠.

    3) 상환시한의 도래

    계약상, 투자자는 5년이 지나면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회사가 상장하거나 팔리지 않으면, 상환(돈을 돌려냄)을 요구할 수 있는 거죠.

    투자자는 아래 금액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그만한 상환 여력이 없었습니다.

    투자자는 상환을 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넘기든 상장을 추진하라고 압박을 넣습니다. 회사는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만약 회사가 매각돼서 누군가에게 팔리면, 그 돈은 누가 먼저 받을까요?

    맞습니다. 투자자입니다.

    회사가 120억에 팔려도, 투자자가 청산우선권 2배 조건으로 100억원을 먼저 가져가게 됩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직원들 퇴직금 등을 정산하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게 됩니다. 창업자는 몇 년간 모든 걸 걸고 회사를 키웠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 가져가는 상황이 되는 거죠.

    2. RCPS 계약 체크 리스트

    첫째, 상환 조건은 반드시 자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RCPS에서 가장 무서운 조항 중 하나가 ‘상환 조항’입니다. 단순히 “5년 후 상환 가능”이라고만 써 있더라도, 실제 계약서를 들여다보면 투자자가 일방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회사의 자금 사정과 관계없이 투자자가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요구하면, 창업자는 현금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반드시 ‘상환이 회사의 선택 사항(Call Option)’인지, 아니면 ‘투자자의 권리(Put Option)’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의무 상환은 피하고, 상환 가능 시점을 늦추는 방향으로 협의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청산우선권의 조건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RCPS 투자계약에는 거의 항상 청산우선권이 들어갑니다. 이게 바로, 회사가 팔리거나 망할 때 투자자가 먼저 얼마를 받아간다는 조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한 금액의 1배를 먼저 받고, 나머지를 창업자 등 보통주주가 나눠 갖게 됩니다. 이걸 ‘1.0배 Non-Participating’이라고 하죠.
    그런데 2.0배 혹은 Participating(참여형) 조건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회사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때, 투자자만 대부분의 과실을 가져가고 창업자는 정말 아무것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청산우선권의 배수와 형식이 무엇인지,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고 협상하세요.

    셋째, 주요 의사결정 동의권의 범위는 제한되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의사결정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범위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자산 매각, 채용, 대출, 추가 투자 등 회사의 경영상 결정 전반에 대해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조항이 되어 있으면, 창업자는 말 그대로 회사를 운영할 때마다 허락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런 경우, 후속 투자 유치나 인재 채용처럼 빠른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도 투자자의 거부 한마디에 회사가 정지 상태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이 조항은 ‘M&A, 대규모 자산 매각, 신규 RCPS 발행 등 진짜 중요한 결정에 한정되도록’ 협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넷째, 전환 조건의 발동 시점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RCPS는 결국 보통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주식입니다. 그런데 어떤 조건에서 자동으로 전환되는지, 투자자가 임의로 전환을 선택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인지 정확히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IPO가 확정되면 자동 전환되는지, 아니면 투자자의 동의가 있어야 전환되는지에 따라, 상장 후 경영권 분포와 창업자의 지분율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을 잘못 두면, 상장 직전 투자자가 대량의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창업자의 지분율이 급격히 희석되거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3. 마무리

    RCPS는 표면적으로는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조항 하나하나가 창업자의 미래, 회사를 키워온 시간, 그리고 열정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RCPS 계약서를 받았다면,조건이 괜찮은지, 투자금이 아니라 빚처럼 작용하진 않는지, 경영에 족쇄가 되진 않는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