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도심 도로. B씨는 평소처럼 인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A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도로 위에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정체불명의 큰 물체와 충돌하면서 그 물체가 튕겨 나왔고, 하필이면 그것이 B씨에게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혔습니다.
그 물체는 인도에서 가까운 차도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지만, 누가 떨어뜨린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A씨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이 물체를 피하지 못했고, B씨는 예기치 않게 사고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B씨는 누구를 상대로 어떤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1. 사안의 정리
도로에 방치된 물건이 A씨의 차량과 충돌하여 튕겨져 보행자 B씨에게 상해를 입힌 사고입니다. B씨는 다음과 같은 법적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2. 관련 법리
가. 불법행위 책임의 기본 원칙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가해행위, ② 고의 또는 과실, ③ 손해의 발생, ④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나. 자동차 운행자의 책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여, 자동차 사고의 경우 일반 불법행위보다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승객이 아닌 자가 부상한 경우 운행자가 ① 자기와 운전자가 자동차 운행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② 피해자 또는 제3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으며, ③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이나 기능상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면책됩니다.
다. 도로관리자의 책임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58조 제1항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주요 판례의 태도
가. 도로 낙하물 사고에 대한 도로관리자 책임의 제한
판례는 도로에 낙하물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도로관리자에게 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도로관리자가 낙하물을 미리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에만 책임을 인정합니다.
대법원은 “도로의 설치 후 제3자의 행위에 의하여 그 본래의 목적인 통행상의 안전에 결함이 발생된 경우에는 도로에 그와 같은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성급하게 도로의 보존상 하자를 인정하여서는 안 되고, 당해 도로의 구조, 장소적 환경과 이용상황 등 제반의 사정을 종합하여 그와 같은 결함을 제거하여 원상으로 복구할 수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인지의 여부를 개별적, 구체적으로 살펴서 하자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하며, 객관적으로 보아 도로의 안전상의 결함이 시간적, 장소적으로 그 점유·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에는 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3243 판결).
실제 사례들을 보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8. 선고 2016나84261 판결은 “이 사건 도로에 철제물이 떨어져 일시적으로 도로의 안전상 결함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점유·관리자인 피고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서 발생한 것일 뿐, 피고가 그와 같은 결함을 제거하여 원상으로 복구할 수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도로의 관리·보존상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창원지방법원 2018. 12. 6. 선고 2018나54160 판결은 “이 사건 사고지점에 타이어가 떨어져 있었던 것은 그 무렵 제3자의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가 사고 발생 전 다른 차량 등 제3자의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낙하물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경찰의 위험방지 의무 위반
대법원 1998. 8. 25. 선고 98다16890 판결은 “경찰관이 농민들의 시위를 진압하고 시위과정에 도로 상에 방치된 트랙터 1대에 대하여 이를 도로 밖으로 옮기거나 후방에 안전표지판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위험발생방지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하고 철수하여 버린 결과, 야간에 그 도로를 진행하던 운전자가 위 방치된 트랙터를 피하려다가 다른 트랙터에 부딪혀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가 형식상 경찰관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의무
자동차 운전자는 전방주시의무와 안전운전의무를 부담합니다. 다만, 판례는 “자동차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라. 공동불법행위 책임
교통사고와 다른 사고가 결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의사의 과실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손해와 교통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되므로 이들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4871 판결,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46903 판결).
4. 본 사안의 해결
가. A씨(차량 운전자)에 대한 청구
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책임
B씨는 A씨를 상대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A씨의 차량 운행으로 인해 낙하물이 튕겨져 B씨가 부상하였으므로, 자동차 운행과 B씨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됩니다.
다만, A씨가 면책을 주장하려면 ① 자신이 자동차 운행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② B씨 또는 제3자(낙하물을 방치한 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으며, ③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이나 기능상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2) 면책 가능성 검토
A씨가 면책되기 위해서는 다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운전자의 무과실]
A씨가 전방주시의무를 다하고 안전운전을 하였는지가 문제됩니다. 판례에 따르면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할 의무가 있으나,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까지 예견할 의무는 없습니다.
만약 낙하물이 갑자기 나타났고 A씨가 이를 피할 수 없었다면 무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낙하물이 상당한 거리에서 발견 가능했고 A씨가 감속이나 회피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제3자의 과실]
낙하물을 방치한 자(미상)에게 명백히 과실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69조 제2항은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차량의 무결함]
차량에 구조상 결함이나 기능상 장해가 없었다는 점은 비교적 쉽게 입증될 수 있습니다.
3) 결론
A씨가 전방주시의무를 다하고 낙하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면책될 가능성이 있으나, 낙하물을 미리 발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주의를 게을리했다면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상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면책은 매우 엄격하게 인정되므로, A씨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 도로관리자에 대한 청구
1) 국가배상법 또는 민법상 공작물 책임
B씨는 도로관리자(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또는 민법 제758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책임 인정 요건
도로관리자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도로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도로에 낙하물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도로관리자가 낙하물을 미리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을 검토해야 합니다:
[낙하물이 도로에 방치된 시간]
낙하물이 장시간 방치되어 있었다면 도로관리자가 이를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사고 직전에 떨어진 것이라면 도로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책임이 부정됩니다.
[도로관리자의 순찰 및 관리 실태]
도로관리자가 정기적으로 순찰을 실시하고 낙하물 제거 조치를 취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판례들은 도로관리자가 통상의 순찰 및 관리를 하였다면 책임을 부정하는 경향입니다.
[사고 전 신고 여부]
사고 전에 낙하물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었는지도 중요한 고려요소입니다. 신고가 없었다면 도로관리자가 낙하물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3) 판례의 태도
앞서 본 판례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8. 선고 2016나84261 판결, 창원지방법원 2018. 12. 6. 선고 2018나54160 판결 등)은 대부분 도로관리자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로관리자에게 도로상의 모든 낙하물을 즉시 제거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과도한 부담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4) 결론
본 사안에서도 낙하물이 사고 직전에 떨어진 것이거나, 도로관리자가 통상의 순찰 및 관리를 하고 있었다면 도로관리자의 책임은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낙하물이 장시간 방치되어 있었고 도로관리자가 이를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한 경우라면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 낙하물을 방치한 자에 대한 청구
1) 불법행위 책임
낙하물을 도로에 방치한 자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합니다.
2) 실무상 문제점
그러나 본 사안에서는 낙하물을 방치한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므로, 실제로 이 자를 상대로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B씨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입니다.
라. 경찰에 대한 청구 가능성
만약 경찰이 낙하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거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대법원 1998. 8. 25. 선고 98다16890 판결의 법리에 따라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안에서는 경찰이 낙하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이 없으므로, 이러한 청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마. 공동불법행위 책임
만약 A씨와 낙하물을 방치한 자 모두에게 과실이 인정된다면, 이들은 민법 제760조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이 경우 B씨는 A씨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A씨는 나중에 낙하물을 방치한 자(신원이 밝혀진 경우)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5. 손해배상의 범위
B씨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적극적 손해
- 치료비(과거 및 향후 치료비)
- 개호비(간병비)
- 교통비 등 기타 비용
나. 소극적 손해
- 휴업손해(치료기간 동안의 수입 상실)
- 상실수익(후유장해로 인한 향후 수입 감소)
다. 정신적 손해
- 위자료(상해 및 후유장해에 대한 정신적 고통)
라. 과실상계
만약 B씨에게도 일정한 과실(예: 보행 중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민법 제396조, 제763조에 따라 과실상계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6. 결론 및 조언
가. 청구 대상
B씨는 우선적으로 A씨(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A씨가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회사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로관리자에 대한 청구는 낙하물이 장시간 방치되어 있었고 도로관리자가 이를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므로,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낙하물을 방치한 자에 대한 청구는 그 신원을 알 수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나. 입증 사항
B씨는 다음 사항을 입증해야 합니다:
- 사고 경위(A씨의 차량이 낙하물과 충돌하여 낙하물이 튕겨져 B씨에게 맞았다는 사실)
- 상해의 정도 및 치료 내역
- 손해의 범위(치료비, 휴업손해, 위자료 등)
사고 현장의 블랙박스 영상,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 실무적 조언
- 사고 직후 경찰에 신고하여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 치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 A씨의 자동차보험회사와 협의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입니다.
- 보험회사와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후유장해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면 성급하게 합의하지 말고, 치료가 종결된 후 후유장해 진단을 받은 다음 손해배상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