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씨는 온라인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미국 브랜드의 전기포트를 구입했습니다. 국내 공식 수입사는 없었고, 해외 직구 대행업체가 배송만 해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사용한 지 3개월 만에 전기포트가 폭발하면서 주방 일부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C씨는 수리비와 치료비까지 큰 손해를 보게 되었는데, 문제는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느냐였습니다.
1. 책임 소재 판단의 기본 원칙
가. 제조물책임법상 책임 주체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제조업자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제조물의 제조·가공 또는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
나.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등을 사용하여 자신을 제조업자로 표시하거나 오인하게 할 수 있는 표시를 한 자”
나. 해외 직구 대행업체의 책임 여부
핵심 쟁점: 해외 직구 대행업체가 제조물책임법상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구매대행업체의 법적 지위
판례는 단순 구매대행업체와 수입업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 24. 선고 2017가단5026235 판결에서는:
- 피고가 인터넷블로그를 통해 전동킥보드 구매대행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한 사안
- 법원은 “피고는 단순히 외국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구매대행만을 하였다”고 판단
- 구매대행업자는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판결의 주요 판단 근거:
- 사업자등록 종목이 ‘구매대행’으로 되어 있었던 점
- 블로그에 “구매한 제품에 대한 반품, 제품의 하자, 배송 중 오염, 파손 등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공지한 점
- 공정거래위원회가 “구매대행의 경우 관세법에 따른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는 구매대행업자가 아니라 구매대행을 요청한 소비자”라고 회신한 점
2) 수입업자와 구매대행업체의 구별 기준
제조물책임법상 수입업자에 해당하려면:
- 자기의 계산으로 외국에서 생산된 제조물을 구매하여 국내로 들여와 이를 판매해야 함
- 단순히 외국 제품을 구매하려는 국내 소비자를 위하여 구매대행만을 하는 사람은 수입업자에 해당하지 않음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8. 21. 선고 2017가단5045953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2. 선고 2020나10700 판결은 이를 더욱 명확히 하였습니다:
- 제조물책임법이 수입업자를 제조업자와 동일하게 책임주체로 본 이유는 “수입업자도 자신의 영업상 이익을 위해 외국의 제조물을 국내시장에 유통시키는 원천공급자”이기 때문
- 일반 소비자가 외국의 제조업자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하기 곤란하다는 점도 고려
2. 해외 제조사에 대한 책임 추궁
가. 법적 근거
1) 제조물책임법 적용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2) 결함의 추정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
피해자가 다음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물의 결함과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
-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 초래
-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음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14. 선고 2016가단5038255 판결: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
나. 실무상 어려움
1) 국제재판관할권 문제
- 해외 제조사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문제
- 민사소송법 제2조(일반관할): 피고의 보통재판적 소재지가 외국인 경우 관할권 인정 어려움
- 민사소송법 제18조(불법행위지 관할): 불법행위지가 한국인 경우 한국 법원의 관할 인정 가능
2) 판결의 집행 문제
-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받더라도 외국에서 집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승인이 필요
- 미국의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 판결의 집행이 제한적
3) 소송비용 및 시간
- 국제소송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소요
- 변호사 선임, 통역, 증거수집 등에서 실질적 어려움
3. 국내 판매사(대행업체)에 대한 책임 추궁
가.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3항의 판매업자 책임
“피해자가 제조물의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제조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대여 등의 방법으로 공급한 자는 제1항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제조업자 또는 공급한 자를 그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고지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나. 판매업자 책임의 요건
1) 제조업자를 알 수 없을 것
부산지방법원 2015. 6. 10. 선고 2014나43127 판결:
- 장난감 화재사고 사안에서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 판매업자의 책임 인정
-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3항은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 판매업자가 제조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
2) 영리 목적으로 공급했을 것
- 단순 구매대행이 아니라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판매한 경우
- 인천지방법원 2008. 4. 18. 선고 2007고정2571 판결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거래 형태의 식품류 수입대행업이 ‘식품 등 수입판매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
3) 면책 사유
판매업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제조업자 또는 공급자를 고지하면 면책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15. 선고 2018가단5240427 판결:
- UPS 기기 화재사고에서 피고가 제조물책임법상 수입업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
- 제조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수입업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 단순 판매업자는 제조물책임을 지지 않음
다.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제조물책임법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18139 판결: “물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제조자는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내지 하자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는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의 경우 입증책임이 완화됩니다: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다15934 판결: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
4. 실무상 조치 방법
가. 즉시 취해야 할 조치
1) 증거 확보
- 화재 현장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전기포트의 상태, 화재 발생 부위, 주변 피해 상황
- 제품 보관: 소방서나 경찰의 감식이 끝난 후에도 제품을 폐기하지 말고 보관
- 관련 서류 보관:
- 구매 영수증 또는 결제 내역
- 배송 관련 서류
- 제품 설명서 및 보증서
- 대행업체와의 모든 대화 내역 (이메일, 메신저 등)
2) 공적 기관 신고
- 119 신고: 화재 발생 즉시 신고하여 소방서의 화재 원인 조사 받기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 소방서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감정 요청
-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한 상담 및 피해구제 신청
서울고등법원 2015. 6. 4. 선고 2013나2023677 판결에서는: “냉장고의 내구연한이 약 4년 지난 상태였더라도 정상적인 이용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였음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냉장고의 하자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나. 책임 주체 확인 절차
1) 제조사 정보 확인
- 제품에 표시된 제조사명, 모델명, 제조국가 확인
- 제조사의 공식 웹사이트 및 연락처 확인
- 국내 공식 수입사 또는 A/S 센터 존재 여부 확인
2) 대행업체 정보 확인
- 사업자등록증 확인 (사업자등록번호, 대표자명, 사업장 소재지)
- 통신판매업 신고 여부 확인
- 대행업체의 약관 및 책임 범위 확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16. 선고 2020나13167 판결:
- 전자제품 수입업체가 중국에서 수입한 건조기 화재사고
- 제품 표면 스티커에 “제조국: 중국, 수입원: H사, A/S 연락처: H사 전화번호”로 표기
- 사용설명서에 H사가 1년간 수리서비스 제공한다는 제품보증서 첨부
- 법원은 “피고가 제조물의 제조, 가공 또는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표시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 즉, 제품에 “중국산, 수입원 H사”라고 명확히 표시돼 있었고, A/S 보증도 단순 서비스 안내에 불과해, H사를 제조업자로 오인할 만한 표시는 아니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다. 손해배상 청구 절차
1) 내용증명 발송
대행업체에 대한 내용증명:
제목: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귀사를 통해 구매한 [제품명]이 [날짜]에 화재를 일으켜 [구체적 피해 내용]의 손해가 발생하였습니다.
1. 사고 경위: [상세 기술]
2. 피해 내용:
- 재산 피해: [금액]
- 치료비: [금액]
- 기타 손해: [금액]
3. 증거자료: 소방서 화재조사 결과, 사진, 영수증 등 첨부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3항 및 민법 제750조에 따라 [총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하오니, 본 통지서 수령 후 14일 이내에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조사에 대한 내용증명 (영문):
- 제품 결함으로 인한 화재 사고 통지
- 손해배상 청구 의사 표시
- 제조물책임법 위반 주장
2)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
장점:
- 무료 상담 및 조정 서비스
- 전문가의 피해 사실 조사
- 합의 유도 및 조정안 제시
절차:
- 1372 소비자상담센터 전화 상담
- 온라인(www.ccn.go.kr) 또는 방문 접수
- 피해구제 신청서 작성 및 증빙자료 제출
- 소비자원의 조사 및 조정
- 합의 또는 조정 결정
3) 소송 제기
관할 법원:
- 피고(대행업체)의 주소지 관할 법원
- 불법행위지(화재 발생지) 관할 법원
소송 유형:
- 손해배상액이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
- 손해배상액이 2억원 이하: 단독판사 사건
- 손해배상액이 2억원 초과: 합의부 사건
입증 자료:
- 소방서 화재조사 결과서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 제품 구매 증빙 (영수증, 결제내역)
- 피해 사진 및 동영상
- 수리비 견적서 또는 영수증
- 치료비 영수증 및 진단서
- 대행업체와의 대화 내역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9. 선고 2016가단5206980 판결: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는 그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라. 보험 청구
1) 화재보험
- 주택화재보험 또는 가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보험금 청구
- 보험사의 손해사정 후 보험금 지급
-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후 제조사 또는 판매사에 대해 구상권 행사 가능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14. 선고 2016가단5038255 판결: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제조업자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
2) 제조물배상책임보험
- 제조사나 수입업체가 가입한 제조물배상책임보험이 있는 경우
- 해당 보험사에 직접 손해배상 청구 가능
마. 예방 조치
1) 해외 직구 시 주의사항
- KC 인증 여부 확인: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따른 안전인증 제품 구매
- 제조사 정보 확인: 제조사의 신뢰도, A/S 가능 여부 확인
- 구매대행 vs 직접구매 구분:
- 구매대행: 소비자가 수입자이므로 관세 납부 의무, 제조사에 직접 책임 추궁 필요
- 직접판매: 판매사가 수입자이므로 판매사에 책임 추궁 가능
- 보험 가입: 화재보험, 가재보험 등 가입 권장
2) 제품 사용 시 주의사항
- 사용설명서 숙지 및 준수
- 정기적인 안전점검
- 이상 징후 발견 시 즉시 사용 중단
- 제품 보증기간 및 내구연한 확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3. 27. 선고 2017가단5067946 판결: “이 사건 김치냉장고는 2004년 9월 이전에 제조된 제품으로 이 사건 화재 당시에는 김치냉장고의 내용연수, 내구연한 또는 권장 안전사용 기간이 거의 두 배 도과된 상태로서 전자제품의 적정한 사용 기간이 한참 지나 사용되는 도중에 부품의 자연스러운 소모 등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조업자의 책임을 50%로 제한하였습니다.
5. 결론 및 권고사항
가. C씨 사례의 경우
1) 책임 추궁 대상
우선순위:
- 미국 제조사: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로서 1차적 책임
- 다만, 국제소송의 어려움으로 실효성 낮음
- 해외 직구 대행업체:
- 단순 배송대행인 경우: 제조물책임법상 책임 없음
- 영리 목적 판매업자인 경우: 제조업자를 알 수 없으면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3항에 따라 책임 가능
-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검토 필요
- 보험사: 화재보험 가입 시 보험금 청구 후 보험사의 구상권 행사 유도
2) 실무적 대응 방안
1단계: 증거 확보 및 원인 규명
- 소방서 화재조사 결과 확보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
- 제품 및 현장 사진 촬영
- 관련 서류 일체 보관
2단계: 책임 주체 확인
- 대행업체의 사업자등록증 및 약관 확인
- 제조사 정보 및 국내 수입사 존재 여부 확인
- 대행업체가 단순 배송대행인지 판매업자인지 구분
3단계: 손해배상 청구
- 대행업체에 내용증명 발송
-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
- 화재보험 청구 (가입 시)
- 합의 불성립 시 소송 제기
4단계: 소송 진행
-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에 따른 결함 추정 주장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 주장
- 입증책임 완화 법리 적용 주장
나. 일반적 권고사항
1) 해외 직구 전
- KC 인증 제품 우선 구매
- 제조사의 신뢰도 및 A/S 가능 여부 확인
- 구매대행 약관의 책임 범위 확인
- 화재보험 가입 검토
2) 사고 발생 시
- 즉시 119 신고 및 증거 확보
- 제품 폐기 금지 (감식 완료 후에도 보관)
- 전문가 상담 (변호사, 소비자원)
- 신속한 손해배상 청구
3) 법적 대응 시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피해 구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구매 전 신중한 검토와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