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5년 전부터 번화가의 상가 1층에서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장사가 잘 되어 단골도 많아졌고, 인테리어와 시설에 꾸준히 투자해 권리금 가치가 5천만 원 정도 형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A씨는 새로운 임차인 B씨를 구해 권리금을 받고 영업권을 넘기려 했습니다.
B씨도 권리금을 지급하고 카페를 인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임대인 C씨가 갑자기 “나는 직접 이 자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겠다”며 B씨와의 계약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A씨는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B씨도 입점하지 못했습니다.
1. 법적 쟁점 분석
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 여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여서는 안 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
즉, 임대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임차인이 새 세입자를 데려왔을 때 그와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본 사안에서 임대인 C씨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겠다”며 B씨와의 계약을 거절한 행위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나. 정당한 사유의 판단 기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는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를 정당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인이 스스로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1나40820 판결).
2. 정당한 사유 관련 분석 (참고)
1)정당한 사유의 법적 기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2항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2항).
2) 정당한 사유별 판례 분석
신규임차인의 자력 부족 관련
가) 자력 부족의 판단 기준
대구지방법원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월 차임 1,500만 원을 지급할 자력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임대인의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1. 4. 22. 선고 2020가합203880 판결).
나) 자력에 관한 정보 제공 요구의 한계
같은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지속적으로 신규임차인의 권리금 지급 자력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하면서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는 거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임대차 목적물의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사용 관련
가) 미래 사용 계획의 인정 (긍정 사례)
서울고등법원은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2. 12. 21. 선고 2022나203457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재건축 공사로 건물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15. 선고 2021나59764 판결).
나) 단순한 사용 계획 표명의 한계 (부정 사례)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임대인이 스스로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1나40820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도 원고가 피고에게 건물을 자신의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밝힌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2. 16. 선고 2021가단156247 판결).
임차인의 의무 위반 관련
가) 무단 증축 등 계약 위반 (긍정 사례)
광주지방법원은 원고가 설치한 무단증축부분에 대해 신고를 당하여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게 되었고, 그 원상회복을 하지 않은 것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이거나 임대차계약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광주지방법원 2023. 5. 26. 선고 2022나52224 판결).
제주지방법원도 임차인의 누적된 적자로 인한 폐업이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제주지방법원 2023. 2. 8. 선고 2021나12308 판결).
나) 무단 전대 (긍정 사례)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원고가 임차 부분 중 1층 일부를 제3자에게 무단으로 전대한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1나40820 판결).
재건축·철거 관련
가) 구체적 계획의 필요성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임대인이 철거 또는 재건축에 이르지 않는 단순 리모델링 증축 가능성을 들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2년의 임대기간만을 고수한 것은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15. 선고 2021나59764 판결).
나) 재건축 계획의 구체성 인정 (긍정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피고들이 절차와 합의에 따라 원고들이 주선하려는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것에 대해, 건물이 계약 만기일 이후 재건축계획에 따라 철거되어 재건축 공사 중에 있어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2. 선고 2022나26112 판결).
학교법인의 경쟁입찰 의무 관련
대법원은 학교법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선정해야 할 법령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296172 판결).
3) 정당한 사유 판단의 일반 원칙
가. 예시 조항의 성격
울산지방법원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4가지 사유는 열거조항이 아닌 예시조항이므로, 이 4가지 사유 외에도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23. 7. 20. 선고 2022나17706 판결).
나. 임대인의 증명책임
정당한 사유의 존재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증명책임을 부담하며, 단순한 계획이나 의도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이 필요합니다.
다. 권리남용 금지
임대인이 형식적으로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권리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들을 종합해보면, 법원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입장에서 정당한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임대인의 단순한 계획이나 의도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주, 『부동산분쟁의 쟁점[제2판]』, 박영사(2023년), 200-201면).
3. 사례 분석
가. A씨의 권리 보호 여부
A씨는 5년간 카페를 운영하며 형성된 권리금(5천만 원)을 회수할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시 스스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찾아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하고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그동안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 경제적 이익을 권리금 형태로 지급받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39608 판결).
나. 임대인 C씨의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
C씨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이유로 B씨와의 계약을 거절한 것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판례도 임대인이 스스로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1나40820 판결).
다. 손해배상책임
임대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
이 경우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상한으로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
3. 결론 및 구제방안
가. A씨의 권리구제 가능성
A씨는 C씨를 상대로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B씨가 A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5천만 원) 중 낮은 금액이 됩니다.
나. 주의사항
1) 신규임차인 주선의 필요성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였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다252823,252830 판결).
2) 소멸시효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4항).
본 사안에서 A씨는 B씨를 신규임차인으로 주선하였고, C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였으므로, A씨는 C씨를 상대로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