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중고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계약 당시 집을 둘러볼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입주 후 벽지 안쪽에서 심한 곰팡이와 누수가 발견되었습니다. 매도인은 “나는 몰랐다, 계약은 끝났으니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 이때 A씨는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1. 하자담보책임의 정의
가. 하자담보책임의 의의
하자담보책임이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부담하는 법정 무과실책임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580조 제1항).
여기서 ‘하자’란 매매목적물이 거래통념상 통상 갖추어야 할 객관적 성질·성능을 결여하거나, 당사자가 예정 또는 보증한 성질을 결여한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손해배상(기)).
구체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공사상 잘못으로 인하여 균열·침하·파손·들뜸·누수 등이 발생하여 건축물의 안전상·기능상 또는 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이 하자에 해당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6조 제4항).
나. 하자담보책임의 법적 성격
하자담보책임은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실책임으로서, 매도인의 고의나 과실은 그 성립요건이 아닙니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손해배상(기)). 따라서 매도인이 하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2. 하자담보책임의 성립요건
가.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존재할 것
1) 하자의 개념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성능을 결여하거나, 당사자가 예정 또는 보증한 성질을 결여한 경우에 하자가 인정됩니다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손해배상(기)).
본 사안의 경우, 벽지 안쪽의 심한 곰팡이와 누수는 아파트가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거주 적합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명백한 하자에 해당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26. 선고 2018가단5008128 판결 손해배상(기)).
2) 하자의 판단 기준시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26. 선고 2018가단5008128 판결 손해배상(기)). 따라서 계약 당시 이미 존재하던 하자가 입주 후 발견된 경우에도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됩니다.
나. 매수인이 하자를 알지 못했을 것(선의·무과실)
1) 선의·무과실의 의미
민법 제580조 제1항 단서는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580조).
여기서 매수인이 과실로 하자를 알지 못한 경우란 매수인이 일반 보통사람의 주의를 하였더라면 그 하자를 알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하여 이를 알지 못한 경우를 가리킵니다 (대법원 1979. 7. 24. 선고 79다827 판결 손해배상).
2) 본 사안에의 적용
본 사안에서 벽지 안쪽의 곰팡이와 누수는 외관상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은폐된 하자입니다. 매수인이 계약 당시 집을 둘러보았으나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7. 12. 5. 선고 2016가단30353 판결 손해배상).
판례는 “이 사건 하자는 방바닥에 매설된 난방배관의 미세한 균열과 이로 인한 누수피해인데, 이는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 당시 쉽사리 알 수는 성격의 하자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7. 12. 5. 선고 2016가단30353 판결 손해배상).
다. 제척기간 내 권리행사
민법 제582조는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582조). 이 기간은 제척기간으로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 기간입니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2924 판결).
따라서 A씨는 하자를 발견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도인에게 하자보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하여야 합니다.
3. 하자담보책임의 효과
가. 계약해제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그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
(*)계약 해제: 계약을 원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파기시키는 것
본 사안의 경우, 심한 곰팡이와 누수로 인해 정상적인 거주가 불가능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계약해제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나. 손해배상청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
손해배상의 범위는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이 원칙입니다. 판례는 “목적물의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손해배상(기)).
4. 채무불이행책임과의 관계
가. 경합적 인정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은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됩니다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손해배상(기),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손해배상(기)).
(*)채무불이행 책임: 채무자가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하지 않았을때 부담하는 책임
따라서 매수인은 하자보수비용을 민법 제580조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고,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손해배상(기)).
나. 채무불이행책임의 장점
하자담보책임의 경우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지만 (민법 제582조), 채무불이행책임의 경우에는 일반 소멸시효인 10년이 적용됩니다 (민법 제162조).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정해진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되는 제도이고, 그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면 시효가 중단·정지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제척기간은 법에서 미리 정한 권리 존속기간이 경과하면 권리자가 행사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며, 중단이나 정지 없이 바로 소멸됩니다
5. 사례 분석
가. 유사 판례
1) 누수 및 곰팡이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26. 선고 2018가단5008128 판결은 “이 사건 아파트의 화장실들 및 방들에서 누수, 결로, 곰팡이가 2017. 11.경 발생하였고, 위 누수 등 부분의 수리비용은 별지 수리비용 집계표 기재와 같이 8,881,252원으로 감정되었다”는 사안에서, “이 사건 아파트에 발생한 누수 등의 하자는 단열재 등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부터 존재한 점, 이 사건 아파트가 위 누수 등의 하자로 인하여 거래통념상 아파트에 기대되는 객관적인 성능을 결하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매도인인 피고는 매수인인 원고에게 민법 제580조에 따라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 즉 누수 등 하자의 수리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26. 선고 2018가단5008128 판결 손해배상(기)).
2) 방바닥 누수 사례
부산지방법원 2017. 12. 5. 선고 2016가단30353 판결은 “원고는 2015. 12.경 이 사건 아파트로 이사를 오기 위해 아파트 내부를 점검하다가 장판 아래 방바닥에서 누수 흔적과 곰팡이가 핀 것을 발견한 사실, 위와 같은 누수는 방바닥의 난방배관에 생긴 미세한 균열 때문에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7. 12. 5. 선고 2016가단30353 판결 손해배상).
나. 본 사안에의 적용
본 사안의 경우, A씨가 입주 후 발견한 벽지 안쪽의 심한 곰팡이와 누수는 위 판례들과 유사한 사안으로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하자의 존재
벽지 안쪽의 심한 곰팡이와 누수는 아파트가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거주 적합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명백한 하자에 해당합니다.
2) 매수인의 선의·무과실
계약 당시 집을 둘러볼 때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다는 점에서, A씨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나 벽지 안쪽의 은폐된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A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3) 매도인의 무과실 항변 불가
매도인이 “나는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하자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이므로 매도인의 선의·무과실은 면책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손해배상(기)).
6. 실무상 유의점
가. 제척기간 준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권리는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582조). 이 기간은 제척기간으로서 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매도인에게 내용증명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여야 합니다.
판례는 “민법 제582조에서 규정하는 6개월의 기간은 제척기간이므로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3. 8. 18. 선고 2022나59831 판결 손해배상(기)).
나. 증거 확보
1) 하자의 입증
하자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매수인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14895 판결 손해배상(기)). 따라서 A씨는 곰팡이와 누수의 존재 및 그 정도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 동영상, 전문가 감정 등의 증거를 확보하여야 합니다.
2) 하자의 발생 시기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계약 당시 이미 하자가 존재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하자의 발생 원인과 시기를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손해배상 범위의 산정
1) 하자보수비용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입니다. 따라서 전문 시공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구체적인 보수비용을 산정하여야 합니다.
2) 과실상계
하자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으로서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는 없으나, 담보책임이 민법의 지도이념인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것인 이상 하자 발생 및 그 확대에 가공한 매수인의 잘못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손해배상(기)).
라. ‘현 시설 상태’ 특약의 효력
1) 특약의 의미
매매계약서에 ‘현 시설 상태에서의 매매계약’이라는 특약이 있는 경우, 이것이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하는 취지인지 문제됩니다.
2) 판례의 태도
판례는 “이 사건 매매계약 특약사항 제8조는 ‘현 시설물 상태의 계약이나 계약 시에 매도인이 고지하지 않은 부분에 하자가 있을 경우 하자담보책임과는 별개로 매도인이 이를 수리해주기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사안에서, 매도인이 고지하지 않은 하자에 대해서는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2. 11. 30. 선고 2021나102901 판결 기타(금전)).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란에 ‘현 시설상태의 계약임’이라고 수기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러한 기재는 아파트의 매매에서 일반적으로 기재되는 내용으로 주로 장기간의 사용에 따른 통상적인 마모, 감손 등을 염두에 두고 기재된 것으로 보아야지, 이 사건 각 현상, 특히 광범위한 마루판 침하와 같은 현상으로부터 매도인을 면책하고자 하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5. 12. 11. 선고 2014가단218364 판결 손해배상(기)).
마. 채무불이행책임의 병행 주장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6개월)이 경과할 우려가 있는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병행하여 주장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채무불이행책임의 경우 일반 소멸시효인 10년이 적용되므로 권리행사 기간이 더 길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162조).
판례는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은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손해배상(기)).
7. 결론
본 사안의 경우, A씨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첫째, 벽지 안쪽의 심한 곰팡이와 누수는 아파트가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거주 적합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명백한 하자에 해당합니다.
둘째, A씨는 계약 당시 집을 둘러보았으나 벽지 안쪽의 은폐된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서,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셋째,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하자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이므로 매도인의 선의·무과실은 면책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A씨는 하자를 발견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도인에게 하자보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하자의 정도가 심각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척기간 준수, 증거 확보, 손해배상 범위의 산정 등 실무상 유의점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권리를 행사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