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배우자의 상속권 문제

아래와 같은 사연을 살펴봅시다:

1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남편이었습니다. 아이도 있었고, 가족끼리 제사를 함께 지내며 남편의 부모님도 절 며느리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아이는 제 명의로만 출생신고했고, 집도 남편 단독 명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시댁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혼인신고 안 했으면 그냥 남이야. 상속은 우리 가족이 받아.”

저는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망연자실했습니다. 그 사람과 살아온 10년이, 남편을 돌본 시간이 아무 의미도 없었던 걸까요?

이러한 경우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과 권리가 문제됩니다.

1.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 원칙

가. 일반적 원칙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상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배우자로 규정되어 있는데(민법 제1000조, 제1003조), 여기서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만을 의미합니다.

나. 사실혼의 의미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2.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

가. 생전 해소시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부부재산에 관한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법률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으로서 사실혼관계에도 이를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나. 사망으로 인한 종료시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률상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단지 상속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서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만이 인정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3. 예외적 보호 규정들

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에 따라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는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

나. 특별법상 보호

각종 보훈 관련 법률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다. 특별연고자로서의 재산분여청구권

상속인이 전혀 없는 경우, 사실혼 배우자는 민법 제1057조의2에 의한 특별연고자로서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여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상속이 아닌 분여입니다.

4. 상속권 인정을 위한 생전 조치

가. 유언장 작성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을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하면 됩니다.

1) 자필증서 유언

유언자가 직접 전문을 자서하고 연월일과 성명을 기재한 후 인장 또는 서명을 하는 방식입니다.

2) 공정증서 유언

공증인이 작성하는 유언으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나. 생전증여

생전에 재산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증여세 부담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 공동명의 등기

부동산의 경우 생전에 사실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등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라. 사망보험금, 퇴직금 수익자 지정

보험금·퇴직금의 경우 수익자를 직접 지정하면 상속과 무관하게 수령 가능합니다.

주의사항

1) 유류분 침해 문제

유언이나 증여로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법정상속인(자녀 등)의 유류분을 침해하면 유류분반환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12조).

2) 상속세 문제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므로 배우자 상속공제(6억원)를 받을 수 없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따라서 상속세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3) 증여세 문제

생전증여 시에도 사실혼 배우자는 배우자 증여공제(6억원)를 받을 수 없으므로 증여세 부담을 고려해야 합니다.

4. 결론

사실혼 배우자는 민법상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권 승계, 각종 연금법상 유족급여 수급권, 특별연고자로서의 재산분여청구권 등은 인정됩니다.

상속권을 확보하려면 유언장 작성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생전증여나 공동명의 등기 등의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류분 침해나 세금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최적의 방안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