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불법행위(교통사고등)과 부진정연대책임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운전자 A가 신호를 위반했고, 동시에 운전자 B도 안전거리 미확보로 충돌했습니다. 피해자 C는 크게 다쳐서 치료비와 손해배상액이 1억 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이때 A의 과실은 70%, B의 과실은 30%로 평가되었지만, C는 누구에게 얼마나 청구할 수 있을까요? B는 “나는 30% 잘못했으니 3천만 원만 내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C가 A와 B 중 누구에게든 전액(1억 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불법행위와 부진정연대책임의 문제입니다.

1. 공동불법행위의 개념

가. 의의

공동불법행위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행위자들은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나. 성립요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다음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각자의 행위에 관한 요건

각자의 행위가 각각 독립해서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만, 인과관계는 공동행위자의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존재하면 되고, 각자의 행위와 손해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2) 행위의 관련·공동성

각 행위자의 가해행위 사이에 관련·공동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객관적 공동설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의 태도: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보아 행위자 각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행위가 공동으로 행하여져 피해자에 대한 권리침해 및 손해발생에 공통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101824 판결 손해배상(기))

2. 부진정연대책임의 개념

가. 의의

부진정연대책임은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라 하더라도 i)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ii)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할 경우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즉, 원래는 연대책임이 아니나 위의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연대책임관계에 있는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말합니다.

나. 특징

위 사례에서 교통사고에서 수인의 과실이 함께 작용하여 사고가 일어난 경우가 대표적인 공동불법행위와 부진정연대책임이 성립하는 사례입니다. 이 경우 각자 피해액 전액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일방이 일부를 변제하면 다른 가해자의 채무도 그만큼 소멸합니다.

3. 주요 사례 및 판례

부진정연대책임은 주로 다음과 같은 경우 성립합니다.

공동불법행위 – 교통사고, 폭행 가담, 환경오염 등

사용자책임과 가해자 책임의 병존 – 회사 직원이 불법행위를 한 경우, 회사와 직원이 함께 책임

도급인과 수급인의 책임 – 수급인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도급인도 함께 책임지는 경우

불법행위자와 보험자 – 교통사고 가해자와 자동차보험회사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책임

공동채무자와 보증인 간 관계 – 특별한 사정에서 부진정 연대책임으로 취급되는 경우

제조물책임 – 제조업체와 판매업체, 수입업자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

가. 교통사고 관련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2. 04. 20 선고 2011가합1434 판결: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보아 행위자 각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행위가 공동으로 행하여져 피해자에 대한 권리침해 및 손해발생에 공통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나. 부정행위 관련

부산지방법원 2023. 6. 9. 선고 2022나50991 판결: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

다. 의료과실 관련

교통사고와 의료과실에 의한 사망의 경우에도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즉,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실려간 피해자가 의료과실에 의해서 사망했을때 교통사고 가해자와 의료사고 가해자들은 공동불법행위로서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합니다.

4. 구상관계

구상권은 타인을 대신해 빚을 갚아준 사람이 원래 갚아야 할 채무자에게 그 금액을 청구하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인이 대신 변제하면, 보증인은 주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즉, 대신 지불한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법적 권리입니다.

연대채무자 간에도 내부적으로는 책임(과실)비율만큼 분담부분이 있어서,이러한 분담부분을 넘어서서 채무자에게 변제한 연대채무자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가. 구상권의 발생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는 복수의 책임주체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형평의 원칙상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부담 부분은 각자의 고의 및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19378 판결 구상금)

나. 구상권의 범위

“공동불법행위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연대책임(부진정연대채무)을 지되,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고, 이 부담 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다8125 판결 손해배상(기))

5. 실무상 유의사항

가. 소멸시효 관련

공동불법행위자끼리의 구상권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는 별도의 권리로, 한 명이 자기 부담을 넘게 배상하면 시효와 관계없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초과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자가 자기 부담을 넘어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했다면, 시효와 관계없이 그 초과분을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행사하는 구상권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별개의 권리입니다.
즉, 한 가해자 채무가 시효로 소멸되어도 다른 가해자가 배상하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자의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구상권은 피해자의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는 그 발생 원인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권리이고, 연대채무에 있어서 소멸시효의 절대적 효력에 관한 민법 제421조의 규정은 공동불법행위자 상호간의 부진정연대채무에 대하여는 그 적용이 없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의 손해배상채무가 시효로 소멸한 후에 다른 공동불법행위자 1인이 피해자에게 자기의 부담 부분을 넘는 손해를 배상하였을 경우에도, 그 공동불법행위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42830 판결 구상금)

나. 책임범위의 결정

공동불법행위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합니다. (즉, 피해자에 대해서 가해자 각각은 “전액” 책임을 집니다. 다만 가해자 내부적으로는 분담범위 범위가 있어서 초과 변제한 사람은 다른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해당부분만큼 자신에게 갚으라고 주장할 수 잇습니다)

다. 과실상계의 적용

과실상계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으면 그만큼 손해배상액을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부진정연대채무가 발생하는 경우, 부진정연대채무자들 중 피해자의 부주의를 고의로 이용하지 않은 자는 과실상계 주장을 할 수 있으며, 이때 과실 비율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전원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라. 구상권 행사 시 주의사항

  1. 자기의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한 경우에만 구상권 발생 → 쉽게 말해, 내가 원래 책임져야 할 몫보다 더 많이 갚았을 때만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내 과실이 30%인데 피해자에게 전체 1억 원을 다 물어줬다면, 초과분인 70%는 다른 가해자에게 돌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내 몫(30%)만 갚았다면, 더 이상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2. 구상권의 소멸시효는 구상권이 발생한 시점부터 기산 →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구상권은 ‘내가 실제로 피해자에게 돈을 대신 갚은 순간’부터 생기므로, 그때부터 시효가 흘러갑니다. 따라서 변제를 미룬다고 구상권이 늦게 시작되는 건 아니고, 언제 갚았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3. 부담부분은 각자의 고의·과실과 위법성의 정도,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 내지 기여도, 변제자력 등을 고려하여 결정 → 법원이 각자의 몫을 나눌 때는 단순히 과실비율만 보는 게 아닙니다. 고의로 한 행위인지, 단순한 부주의였는지, 실제 피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경제적으로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래서 판결에서는 “A는 70%, B는 30%”처럼 비율을 나눠주고, 이 기준에 따라 구상권이 정해집니다.

공동불법행위와 연대책임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가해자 입장에서는 실제 잘못보다 더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기업 손해배상, 환경사고처럼 다수인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30%만 잘못했는데 왜 100%를 물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법의 답은 명확합니다.
피해자에게는 전액 청구권이 있고, 가해자들끼리 알아서 정산하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