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은 부부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혼의사를 합의하고, 가정법원에서 확인을 거쳐 확정되면 법적으로 효력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혼이 확정된 이후에도 당사자가 번복을 원하거나, 이혼의 합의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면 과연 취소·무효가 가능한지가 문제됩니다.
1. 협의이혼 번복의 법적 근거
가. 협의이혼의 무효
협의이혼의 무효는 민법에 명문 규정이 없으나, 가사소송법에서 이혼무효확인의 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 이혼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경우는 이혼신고가 수리되었으나 당사자 사이에 아예 이혼합의가 없었던 경우나 가장이혼의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나. 협의이혼의 취소
사기·강박으로 인한 이혼은 취소할 수 있으며(민법 제838조), 취소권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2. 협의이혼 번복이 가능한 구체적 사례
가. 사기에 의한 협의이혼 취소 사례
1) 기망을 통한 재산분할 목적의 이혼
서울가정법원 2006. 12. 19. 선고 2005드단53135,68908 판결에서는 아내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아파트를 자신에게 증여하고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으면 남편의 태도변화를 지켜보아 마치 혼인생활을 계속할 것처럼 남편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남편으로 하여금 아내와 혼인을 계속할 목적으로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게 한 다음 남편 몰래 이혼신고를 한 사안에서, 남편이 아내의 기망에 속아 이혼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협의이혼을 취소한 사례입니다 (서울가정법원 2006. 12. 19. 선고 2005드단53135,68908 판결 이혼및재산분할등·위자료).
나. 이혼의사 철회 관련 사례
1) 협의이혼의사 철회신고 후 이혼신고 수리의 무효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2869 판결에서는 부부가 이혼하기로 협의하고 가정법원의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호적법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협의이혼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는 부부의 일방이 언제든지 협의이혼의사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이어서, 협의이혼신고서가 수리되기 전에 협의이혼의사의 철회신고서가 제출되면 협의이혼신고서는 수리할 수 없는 것이므로, 설사 호적공무원이 착오로 협의이혼의사 철회신고서가 제출된 사실을 간과한 나머지 그 후에 제출된 협의이혼신고서를 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협의상 이혼의 효력이 생길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2869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존속폭행,간통).
다. 가장이혼의 무효 주장 제한
가장이혼이란 실제로는 이혼의사가 없으면서도 부부가 외관상 이혼한것처럼 협의이혼을 한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나 판례는 가장이혼이라는 사유로 이혼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을 예외적으로만 인정합니다.
1) 일시적 이혼의사도 유효한 이혼으로 인정
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므171 판결에서는 협의이혼에 있어서 이혼의사는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하므로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간의 합의하에 협의이혼신고가 된 이상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양자간에 이혼의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같은 협의이혼은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므171 판결 이혼무효등).
2) 가장이혼 무효 인정의 엄격한 기준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도448 판결에서는 협의상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로 인정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혼당사자 간에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적법한 이혼을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이혼신고의 법률상 및 사실상의 중대성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도448 판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사문서위조).
3. 협의이혼 번복이 어려운 경우
가. 다른 목적이 있는 협의이혼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다249816 판결에서는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협의이혼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다24981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
나. 재산분할 목적의 이혼도 원칙적으로 유효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4. 실무상 주의사항
가. 제척기간의 엄격한 적용
협의이혼의 취소권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행사해야 하므로(민법 제839조, 제823조), 이 기간을 놓치면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나. 입증의 어려움
협의이혼의사 확인절차를 거쳤더라도 사기·강박을 원인으로 이혼취소청구를 할 수 있지만, 입증이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협의이혼의 번복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가능합니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경우 취소가 가능하지만 3개월의 제척기간이 있고, 가장이혼의 경우에도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무효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협의이혼을 진행할 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번복을 원하는 경우에는 조속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법적 요건을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