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법상 기본 원칙
가. 임대인의 기본 의무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623조).
이는 임대인이 원칙적으로 임대차 목적물의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나. 수선의무 발생 기준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합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91343 판결).
2. 수선의무 범위 구분 기준
가. 소규모 수선 vs 대규모 수선
판례는 수선의무를 소규모 수선과 대규모 수선으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1) 소규모 수선 (임차인 부담 가능)
-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
-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가 아닌 것
-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2) 대규모 수선 (임대인 부담)
- 대파손의 수리
-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
이러한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합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91343 판결).
3. 구체적 판례 분석
가. 대규모 수선으로 인정된 사례
1) 누수 관련 사례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91343 판결에서는 “위 누수현상이 이 사건 점포의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등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전면적인 수리가 요구되었고, 그 비용 또한 거액이 소요되는 점 등으로 보아 이는 대규모 수선이 필요한 경우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18. 8. 16. 선고 2017가단6648 판결에서는 “이 사건 건물에 존재하는 누수 등의 하자는 임차인인 원고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주유소 배관 누유 사례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18. 2. 14. 선고 2016가합5657 판결에서는 “누유가 발생한 배관은 이 사건 주유소의 기본적 설비부분을 이루는 것으로서 이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주유소 바닥을 일부 철거하고 파손된 배관을 교체하여야 하는 등 그 공사방법이나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이 아니라 대규모 수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클린룸 시설 고장 사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9. 11. 27. 선고 2019가단56935 판결에서는 “이 사건 시설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 아닌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한 목적인 클린룸의 정상적인 가동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시설에 고장이 발생함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그 목적에 맞추어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임대인인 원고는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소규모 수선으로 인정된 사례
1) 일반적인 누수 사례
울산지방법원 2017. 2. 7. 선고 2016가단51537 판결에서는 “현재까지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누수 등 하자는 위 건물의 규모에 비추어 볼 때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하자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특약에 의하여 임차인에게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할 수 있는 소규모의 수선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아파트 내부 시설 하자
의정부지방법원 2018. 2. 22. 선고 2017나4721 판결에서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파손 또는 장해가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특약에 의한 수선의무 면제
가. 일반적 특약의 효력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합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91343 판결).
나. 구체적 범위를 명시한 특약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4. 8. 선고 2019나24345 판결에서는 “이 사건과 같이 특별히 ‘전기, 수도, 도시가스 일체’를 임차인이 수리하여 사용하기로 하는 특약을 체결한 경우는 임대인의 수선의무의 범위를 ‘전기, 수도, 도시가스 일체를 제외한 나머지 대규모의 수선’으로 특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특약에 따라 피고의 ‘전기, 수도, 도시가스 일체’에 관한 대규모의 수선의무는 면제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실무상 판단 기준
가. 비용 규모
- 거액의 수리비가 소요되는 경우 → 대규모 수선 (임대인 부담)
- 소액의 수리비로 해결 가능한 경우 → 소규모 수선 (임차인 부담 가능)
나. 수리 범위
- 건물 전반에 걸친 전면적 수리 → 대규모 수선
- 부분적이고 국소적인 수리 → 소규모 수선
다. 시설의 중요성
-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 기본적 설비부분 → 대규모 수선
-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시설 → 소규모 수선
라.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
- 임차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시설의 하자 → 대규모 수선
- 사용·수익에 큰 지장이 없는 하자 → 소규모 수선
6. 결론
임대차계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는 파손이나 장해의 정도, 수리비용의 규모, 임차인의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되, 소규모 수선에 한하여 특약으로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수선은 특약이 있더라도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지원림, 『민법판례[제2판]』, 박영사(2023년), 4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