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금수거책의 법적 지위와 책임
가.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은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라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됩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다수인의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들과 상담원들, 현금인출책 등으로 구성되어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형법상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도8600 판결).
나. 범죄의 핵심적 역할
현금수거책의 역할은 범죄 완성에 필수적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이 기망당한 피해자들로부터 수거한 현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전화금융사기 범죄 완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수거책 역할은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완성하는 핵심적 역할이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30. 선고 2021노2916 판결).
2. 범죄인지 몰랐다는 항변의 한계
가. 미필적 고의의 인정
법원은 현금수거책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모르더라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1) 대법원의 최신 판단기준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이 일반적인 업무형태와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2) 구체적 판단 사례들
고의 인정 사례
대구지방법원은 “피고인들의 나이, 경력, 사회경험과 위에서 본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범행의 세부적인 구조와 내용,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 등 전체 사기 범행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는 몰랐다고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원과의 의사연락 등에 의한 상호이해를 통하여 자신들이 하는 현금 수거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를 실현하는 행위라는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인식하면서 자신들도 이익을 취득하기 위하여 다른 조직원의 행위를 이용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3. 9. 15. 선고 2023노746 판결).
고의 부정 사례
반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피고인에게 전화금융사기의 점에 관하여 미필적으로라도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공판심리결과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0. 12. 선고 2022고단1075 판결).
나. 고의 인정의 주요 판단요소
판례는 고의 인정에 있어서 다음을 주요기준으로 봅니다.
1) 업무 지시 방식의 특이성
- 텔레그램 등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 사용
- 대면 없는 채용과정
- 근로계약서 미작성
- 현금을 직접 가져가는 특이한 보수 지급방식
2) 업무 내용의 비정상성
수원지방법원은 “피고인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타인으로부터 현금을 전달받기 위하여 여러 장소를 이동하였고, 전달 받은 현금을 또 다른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100원 만씩 나누어 무통장 송금하였다”는 점을 고의 인정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2노6959 판결).
3) 과도한 보수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은 자신이 수거한 현금에서 건당 20만 원 내지 40만 원 정도의 수당을 직접 가져갔는데, 이러한 보수 지급방식도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고, 그 보수의 금액도 업무의 강도, 난이도, 전문성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 13. 선고 2022노1263 판결).
3. 범죄단체 가입죄와의 관계
가. 별개 범죄로서의 성립
대법원은 “범죄단체 가입행위 또는 범죄단체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행위와 사기행위는 각각 별개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독립된 행위이고 서로 보호법익도 달라 법조경합 관계로 목적된 범죄인 사기죄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도8600 판결).
나. 범죄단체의 요건
보이스피싱 조직은 보이스피싱이라는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다수인의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들과 상담원들, 현금인출책 등으로 구성되어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형법상의 범죄단체에 해당합니다.
4. 양형 경향
가. 엄벌 기조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엄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범행은 그 실행이 계획적·조직적·지능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궁박한 처지에 있는 서민들이어서 위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입는 피해는 매우 심각한 점, 보이스피싱 범행은 가담한 다수인이 각자 분담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체 범행이 완성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범행의 완성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한 피고인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어, 단순 가담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3. 4. 13. 선고 2022노3381 판결).
나. 일반적 양형 수준
현금수거책에 대한 양형은 대체로 징역 1년~3년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초범이거나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은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라 사기죄의 공동정범 및 범죄단체 가입죄로 처벌받습니다. “범죄인지 몰랐다”는 항변은 업무의 비정상성, 과도한 보수, 특이한 지시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한 경우 상당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