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하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사고가 일어나거나 나쁜일이 일어난다는 식의 말을 듣거나, 자신이 내림굿을 받지 않으면 자손에게 신내림이 일어날수 있다는 식의 말을 듣고 굿을 하기로 하고 돈을 송금한 경우, 굿을 하기로 한 의사표시 및 돈의 송금을 취소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민사상 의사표시 취소에 의해 돈을 돌려받는것이 사기죄로 무속인을 고소하는것보다 용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1.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와 부당이득 반환
가. 의사표시 취소의 요건
굿을 하지 않으면 주변사람들에게 사고가 일어난다고 고지하여 의사표시를 한 경우,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가 가능합니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조 제1항).
무속행위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마치 여러 가지 불행한 일이 곧 일어날 것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고액의 굿값을 받는 등 일반적인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는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917 판결).
나. 부당이득 반환청구
의사표시가 취소되면 그 계약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굿 비용으로 지급한 돈은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가 되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설령 이 사건 계약이 합의해제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를 기망하였거나 원고로 하여금 착오에 빠지게 하였고,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원고가 지급한 2,0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7. 25. 선고 2023나30529 판결).
2. 민사소송과 형사고발의 입증 부담 비교
가. 민사소송에서의 입증
민사소송에서는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므로 상대적으로 입증이 용이할 수 있습니다:
- 무속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
- 피해자의 심리상태와 의존도
- 요구된 굿 비용의 규모
- 해악 고지의 구체성과 불법성
나. 형사고발에서의 입증
형사사건에서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사기의 고의와 기망행위를 입증해야 합니다.
무속행위 관련 사기죄에서는 “굿을 하는 등의 무속은 그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 그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보다는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라는 특성상 기망의 고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3. 4. 14. 선고 2022나57852 판결).
다. 입증의 용이성 비교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에서의 의사표시 취소가 형사고발보다 입증이 용이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입증의 정도
- 민사: 증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음(우세한 증거의 원칙)
- 형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 필요
2) 고의 입증의 필요성
- 민사: 객관적 기망행위나 강박행위의 존재만 입증하면 됨
- 형사: 편취의 고의까지 입증해야 함
3) 무속행위의 특성
무속행위의 경우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의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시행자인 무당 등이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무속행위를 하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의사로서 이를 한 이상 비록 그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시행자인 무당이 굿 등의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례 법리로 인해 형사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7. 25. 선고 2023나30529 판결).
따라서 굿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난다는 구체적 해악 고지로 인한 기망이나 강박이 있었다면, 민사소송을 통한 의사표시 취소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형사고발보다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3. 무속행위 관련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판례
(1) 사기 또는 강박을 이유로 한 의사표시 취소가 인정된 사례
1) 울산지방법원 2013. 11. 20. 선고 2012가합7416 판결
이 사례에서는 법원이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들로부터 신내림을 받지 아니하면 자신과 가족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으로 착오하여 피고들과 사이에 굿 시행 약정을 한 것이므로 이는 착오에 의한 법률행위 또는 피고들의 위와 같은 사기,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로서 취소할 수 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원상회복 의무가 있다”(울산지방법원 2013. 11. 20. 선고 2012가합7416 판결)
이 판결에서 법원은 무속인들이 “신을 핑계로 원고들에게 해악을 고지하면서 이를 면하려면 돈을 내고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기죄에 있어서의 기망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2)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7. 25. 선고 2023나30529 판결
이 사례에서도 법원이 부당이득 반환을 명하였습니다:
“설령 이 사건 계약이 합의해제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를 기망하였거나 원고로 하여금 착오에 빠지게 하였고,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원고가 지급한 2,0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7. 25. 선고 2023나30529 판결)
(2) 불법행위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
1) 대구지방법원 2017. 11. 16. 선고 2016가합208253 판결
이 사례에서는 무속인의 기망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손해배상을 명하였습니다:
“피고 B의 이와 같은 기망에 의한 금전 사취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B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재산상 손해 1억 7,564만 원과 정신적 손해 2,000만 원 합계 1억 9,564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구지방법원 2017. 11. 16. 선고 2016가합208253 판결)
(3) 승소 판례의 공통적 특징
이러한 승소 판례들에서 법원이 인정한 공통적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구체적 해악 고지
무속인이 단순히 일반적인 무속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고지한 경우
2) 과도한 금액 요구
통상적인 무속행위 비용을 현저히 초과하는 과도한 금액을 요구한 경우
3)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 이용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절박한 상황에 있음을 이용한 경우
4) 기망의 적극성
무속인이 적극적으로 거짓 사실을 고지하거나 피해자를 속인 경우
4. 실무상 시사점
이러한 판례들을 통해 볼 때, 굿을 하지 않으면 주변사람들에게 사고가 일어난다는 구체적 해악 고지로 인한 기망이나 강박이 있었다면:
- 민사소송을 통한 의사표시 취소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형사고발보다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 입증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우며, 승소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지급한 굿 비용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