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산된 법인(청산중의 법인)의 기본 개념
가. ‘청산중 법인’의 의미
해산된 법인은 곧바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만 권리능력을 유지합니다 . 이러한 법인을 ‘청산법인’이라고 합니다.
나. 청산법인의 동일성
청산법인은 해산 전의 법인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단지 목적이나 권리능력이 제한될 뿐입니다 . 즉, 해산 전의 법인과 동일한 법인으로서 해산 전 법인의 기관들도 그 지위가 존속합니다.
2. 청산법인의 권리능력
가. 권리능력의 범위
해산한 법인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만 권리가 있고 의무를 부담합니다. 청산의 목적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현존사무의 종결
- 채권의 추심
- 채무의 변제
- 잔여재산의 인도 (민법 제87조)
나. 권리능력 제한의 효과
청산의 목적 외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권리능력 없는 자의 행위로 당연히 무효가 됩니다.
판례 사례: 대법원은 “해산한 법인의 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한다”는 민법 제80조와 청산절차에 관한 규정들이 강행규정이므로, 청산법인이나 청산인이 청산법인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를 한 때는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80. 4. 8. 선고 79다2036 판결).
3. 청산법인이 체결한 계약의 유효성
가. 청산목적 범위 내 계약의 유효성
1) 기본 원칙
청산법인이 체결한 계약이 유효하려면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 있어야 합니다. 청산목적 범위 내의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됩니다.
구체적 사례들:
- 채권추심을 위한 계약: 해산한 법인이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재산보존행위로서 청산목적범위 내의 업무입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1. 27. 선고 2018가단254724 판결).
- 물품대금 청구: 해산되기 전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물품대금 지급을 구하는 것은 청산사무에 해당합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12. 21. 선고 2017가합113199 판결).
- 신탁변경계약: 해산간주된 회사의 대표청산인이 기존 신탁계약의 효력이 미치는 신탁계약에 관한 사무처리를 위하여 신탁변경계약을 체결한 것은 현존사무의 종결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서 청산인의 직무권한에 속하므로 유효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9. 선고 2018가합545988 판결).
- 임대차계약: 해산한 법인이 부당하게 박탈된 귀속재산의 임차권을 회복하여 관리당국과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청산의 목적범위를 일탈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1957. 1. 11. 선고 4289행상70 판결).
2) 현존사무의 종결
해산 전에 이미 착수하였으나 해산 시까지 완결되지 아니한 사무의 종결을 위한 계약은 유효합니다 . 이미 이루어진 법률행위를 이행하거나 그 이행을 수령하는 것은 물론, 현존사무의 종결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양창수, 『민법주해(2)-총칙(2)[제2판]』, 박영사(2022년), 342-343면).
나. 청산목적 범위 외 계약의 무효성
1) 무효의 원칙
청산의 목적범위를 벗어난 계약은 무효입니다. 민법 제80조, 제81조, 제87조와 같은 청산절차에 관한 규정은 모두 제3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강행규정이므로, 청산법인이나 청산인이 청산법인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를 한 때는 무효입니다 (대법원 1980. 4. 8. 선고 79다2036 판결).
2) 구체적 사례들
- 새로운 영업활동: 해산한 법인이 청산목적과 무관한 새로운 영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효입니다.
- 투기적 거래: 청산과 무관한 투기적 성격의 거래계약은 청산목적 범위를 벗어나므로 무효입니다.
다. 실무상 판단기준
1) 계약의 성격 분석
청산법인이 체결한 계약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 계약이 해산 전 사업과의 연관성
- 청산사무(현존사무의 종결, 채권추심, 채무변제, 잔여재산 처리)와의 관련성
- 계약 체결의 목적과 필요성
2) 대리권의 범위
해산한 법인의 청산인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만 대표권을 가지므로 (민법 제87조), 이 범위를 벗어난 계약체결은 대표권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도 합니다 (청주지방법원 2017. 2. 16. 선고 2016구합723 판결).
4. 청산법인의 당사자능력
가. 민사소송에서의 당사자능력
청산법인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당사자능력을 가집니다.
구체적 사례들:
- 채권추심 소송: 원고가 제기한 이 사건 소송은 피고와의 관계에서 공탁금 출급청구권이 원고에게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재산보존행위로서 원고 법인의 청산목적범위 내의 업무입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1. 27. 선고 2018가단254724 판결).
- 물품대금 청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해산되기 전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물품대금 지급을 구하는 것은 청산사무에 해당합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12. 21. 선고 2017가합113199 판결).
나. 청산종결 후에도 당사자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청산법인이 청산종결의 등기를 하였더라도 채권채무가 남아 있는 이상 청산은 종료되지 아니하고 그 한도에서 청산법인은 당사자능력을 가집니다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0714 판결).
실무 사례: 부산지방법원은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에 의하여 해산 등기가 되어 3년이 경과하였으므로 당사자능력이 소멸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청산법인이 청산종결의 등기를 하였더라도 채권채무가 남아있는 이상 청산은 종료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 한도에 있어서는 청산법인이 당사자능력을 가진다”고 판시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8. 4. 26. 선고 2017가단306477 판결).
5. 청산법인의 형사책임능력
가. 형사소송에서의 당사자능력
청산법인도 형사소송에서 피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을 가집니다 (한기정, 『보험업법』, 박영사(2019년), 1019면).
나. 청산종결 후 형사소송의 처리
법인에 대한 청산종결 등기가 되었더라도 청산사무가 종결되지 않는 한 그 범위 내에서는 청산법인으로 존속합니다. 법인의 해산 또는 청산종결 등기 이전에 업무나 재산에 관한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청산종결 등기가 된 이후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거나 공소가 제기되더라도 그에 따른 수사나 재판을 받는 일은 법인의 청산사무에 포함되므로, 그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법인의 청산사무는 종료되지 않고 형사소송법상 당사자능력도 그대로 존속합니다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8도14261 판결).
다. 양벌책임의 승계
청산법인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해산 전의 법인과 동일한 인격체로서 권리능력을 유지하므로, 해산 전의 조세범칙행위와 관련한 양벌책임은 청산법인이 부담합니다 (한기정, 『보험업법』, 박영사(2019년), 1019면).
6. 비법인사단의 해산과 권리능력
비법인사단에 해산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당사자능력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청산사무가 완료될 때까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이 경우 청산 중의 비법인사단은 해산 전의 비법인사단과 동일한 사단이고 다만 그 목적이 청산 범위 내로 축소된 데 지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6다41297 판결).
7. 실무상 주의사항
가. 해산명령을 받은 법인의 소송능력
해산명령을 받은 법인은 민법 제81조의 규정에 따라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만 권리능력을 향유하게 되므로, 해산명령취소를 구하기 위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그 청산목적을 벗어난 행위로서 이를 소구할 수 없습니다 (서울고등법원 1974. 12. 4. 선고 74구46 판결).
나. 부채과다 법인의 권리능력
회사가 부채과다로 사실상 파산지경에 있어 업무도 수행하지 아니하고 대표이사나 그 외의 이사도 없는 상태에 있다고 하여도 적법한 해산절차를 거쳐 청산을 종결하기까지는 법인의 권리능력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다. 계약체결 시 주의사항
해산한 법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 해산법인의 청산 상태 확인
- 계약 내용이 청산목적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
- 청산인의 권한 범위 확인
- 계약 이행의 실현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