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법 제310조의 의의와 적용 범위
가. 형법 제310조의 내용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예훼손죄의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나. 적용 대상의 제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법 제310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만 적용되며, 다음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도234 판결,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13 판결,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4786 판결)
- 형법 제309조 제2항의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 형법 제309조 제1항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대법원 1986. 5. 27. 선고 85도785 판결)
2. 형법 제310조의 적용 요건
가. ‘진실한 사실’의 의미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합니다.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나.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의 의미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합니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됩니다.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다. 공익성 판단 기준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사실의 내용과 성질
-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
-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6416 판결)
3. 공익성의 범위에 관한 판례의 입장
가. 공익성의 확장 해석
대법원은 공익성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닙니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나. 공적 인물과 공적 관심사에 대한 판단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사실 적시는 보다 넓게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특히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위해 위법성 조각의 범위가 넓게 인정됩니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4. 주요 판례 사례
가. 대학 총학생회장의 음주운전 공론화 사례
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농활 사전답사 과정에서 학생회 임원진의 음주운전 사실을 페이스북 등에 공론화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게시글의 중요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어 ‘진실한 사실’에 해당함
- 음주운전 불감증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로서 공익성이 인정됨
- 비록 상대방의 학생회장 출마와 관련성이 있을 수 있으나, 준법의식·도덕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단과대학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에 해당함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나. 전파가능성과 공연성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관련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진실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에는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도 보다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함
-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바뀌고 있음을 고려해야 함
-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님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형법 제310조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라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규정으로, 대법원은 그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면서도 공익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비교적 넓은 해석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히 설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판례들은 공익성의 판단에 있어 사회적 맥락과 시대적 변화를 고려하여 보다 유연한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더욱 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