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그 차이를 아시나요?

계약서에 ‘지각 시 1일당 100만 원’, ‘계약 위반 시 총액의 20% 지급’ 같은 조항을 본 적 있으신가요?
유튜버가 광고 업로드를 늦췄을 때 브랜드사가 ‘정해진 날짜를 넘기면 하루당 위약금 100만 원’을 청구한 사례, 또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자 매도인이 ‘계약 해제 + 위약금 2천만 원’을 요구한 사례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수많은 계약 속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 간 공급계약에서 납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공급대금의 일정 비율을 ‘벌금’처럼 공제해 가는 경우도 있고,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에서 ‘저작권 무단사용 시 1억 원 지급’이라는 위약벌 조항이 문제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정확히 구별해서 이해하지 않으면 실무에서 큰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 바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입니다.
실제 판결에서도 양자가 구별되지 않고 섞여 있는 경우가 많고, 감액 가능성이나 별도 손해배상 청구의 허용 여부도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사전에 명확히 정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1. 손해배상액의 예정(위약금)과 위약벌의 개념 및 차이점

가. 개념

1) 손해배상액의 예정(위약금)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들이 미리 약정해 두는 것을 말합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항에서는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 제4항)

2) 위약벌

위약벌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로서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채권자가 징수하는 위약금을 말합니다. 위약벌은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재(일종의 사적 형벌)로서의 성격을 가집니다. (김대정, 『계약법』, 박영사(2020년), 390면)

나. 주요 차이점

1) 법적 성질

2) 손해배상과의 관계

3) 감액 가능성

4) 추정 규정

2. 위약금의 법적 성질 판단 기준

가. 판단 기준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입니다.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1) 계약서 등 문서의 내용과 표현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를 고려합니다.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사해행위취소)

2)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와 계약 체결 경위

당사자의 일방이 독점적 지위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한 것인지 등을 고려합니다.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약정금)

3) 위약금 약정의 목적과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과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 및 교섭 과정을 고려합니다.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사해행위취소)

4)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합니다. 하나의 계약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위약벌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위약벌)

5) 위약금액의 규모와 비율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를 고려합니다.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사해행위취소)

나. 위약벌로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1) 명시적인 위약벌 표현

계약서에 명확하게 ‘위약벌’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06. 18 선고 2019가합542917 판결 위약별등청구의소)

2) 별도의 손해배상 규정 존재

위약금과 구별하여 손해배상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06. 18 선고 2019가합542917 판결 위약별등청구의소)

3) 이행 강제 목적이 명확한 경우

위약금이 채무자에게 임대차보증금 계약금 지급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06. 18 선고 2019가합542917 판결 위약별등청구의소)

3. 마무리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든 위약벌이든, 결국 핵심은 “이 조항을 법원이 인정해 줄 수 있느냐”, 그리고 “실제 상황에서 협상력으로 쓸 수 있느냐”입니다.
아무리 계약서에 ‘1억 원 지급’이라 적어놔도, 막상 재판에서 무효가 되거나 감액된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고, 반대로 실무자가 너무 두려워해서 아무 기준 없이 큰 숫자를 적었다가 오히려 협상력을 잃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니 이런 조항을 넣을 땐, 몇 가지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 수치를 넣기 전에 ‘왜 이 정도인지’ 근거를 생각해 보십시오.
    – 막연히 ‘벌을 줘야 하니까’ 넣는 액수는 법원에서도 쉽게 감액됩니다. 예상 손해 규모, 상대의 귀책 가능성, 거래 규모에 비례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2. 위약벌처럼 작동시키고 싶다면, 손해배상과 별도로 작동한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하십시오.
    – 예: “위약벌은 채무불이행 시 별도로 적용되며, 손해배상 청구와는 별개로 집행할 수 있다.”
    – 단, 이중배상 위험에 대비한 설계도 필요합니다.
  3. 계약의 맥락과 상대방의 지위도 고려하십시오.
    –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열세인 경우, 과도한 위약벌 조항은 공정성 위반이나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B2C 계약이나 불공정약관 심사 대상일 땐 더욱 민감해집니다.
  4. ‘이행을 강제’하려는 조항이라면 위약벌로 설계하고, ‘손해배상 간소화’를 원한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설계하십시오.
    – 둘은 목적이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혼용하지 말고, 목적을 분명히 구분해야 추후 분쟁에서 방어가 가능합니다.

계약은 결국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쓰는 문서’입니다.
그리고 그 최악의 순간에 쓸모 없는 조항이 되지 않게 하려면, 법적 성격과 작동방식, 감액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설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