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사안의 전제는 1) 차량이 속도를 지켜 운행 중이었고, 2)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자전거가 차를 보고 놀라 넘어진 상황입니다. 3)차량과 자전거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량 운전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습니다.
2. 법적 검토
가. 차량 운전자의 횡단보도 통행 시 주의의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제13조의2제6항에 따라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자전거등을 끌거나 들고 통행하는 자전거등의 운전자를 포함한다)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차량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한 것입니다.
나. 자전거 운전자의 횡단보도 통행 시 의무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제6항에 따르면, “자전거등의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도로를 횡단할 때에는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자전거등을 끌거나 들고 보행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제6항)
이는 자전거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거나 들고 보행해야 함을 명시한 것입니다.
3. 과실 인정 여부 분석
가. 차량 운전자의 과실 검토
본 사례에서 차량 운전자는 속도를 지켜 운행 중이었으나,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차량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있거나 통행하려는 경우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녹색신호에서 적색신호로 바뀔 무렵 전후에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자동차 운전자는 보행자가 교통신호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만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것이 아니라 좌우에서 이미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또한 그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 하여 그와 같은 상황에 있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어느 때라도 정지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자동차를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1986. 5. 27. 선고 86도549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나. 자전거 운전자의 과실 검토
자전거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다가 차를 보고 놀라 넘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제6항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거나 들고 보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것은 법규 위반에 해당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자전거의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도로를 횡단할 때에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보행하여야 하므로(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제6항),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통행하는 자전거 운전자만을 포함합니다(같은 법 제27조 제1항).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진행하는 자전거 운전자는 위 조항의 반대해석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에서 말하는 ‘보행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장승혁, 『형사법 기록강의』, 박영사(2021년), 361면)
4. 결론
본 사례에서 차량과 자전거 간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으나, 차량 운전자와 자전거 운전자 모두에게 일정 부분 과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차량 운전자의 과실:
-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았다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횡단보도 통과 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자전거 운전자의 과실:
-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것은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제6항 위반에 해당합니다.
- 도로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갑자기 놀라 넘어진 과실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는 점과 자전거 운전자가 법규를 위반하여 횡단보도를 이용한 점을 고려할 때, 차량 운전자의 과실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차량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았다면 일정 부분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우,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로 보호받지 못하므로 차량 운전자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차량 운전자는 여전히 도로 위의 모든 상황에 대해 주의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 만약 차량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했고, 자전거 운전자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은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면 아래와 같이 과실 비율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자동차 운전자: 20-30%
-자전거 운전자: 70-80%
(참고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3. 선고 2022나29166 판결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피고의 과실을 40%로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15. 선고 2019가단5060239 판결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피해자의 과실을 20%로 인정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1. 5. 14. 선고 2020나61389 판결에서는 보행자 신호가 정지신호임에도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피해자의 과실을 상당히 높게 인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