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체결됩니다. 그러나 모든 계약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 규정, 즉 강행규정을 위반한 계약은 무효로 판단됩니다.
이 글에서는 강행규정의 개념, 민사 및 형사법상 당사자 합의의 효력 범위, 그리고 실무상 유의할 강행규정 판례를 정리합니다.
1. 강행규정의 개념
1.1 정의
강행규정이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법 규정을 말합니다.
계약 조항이 강행규정에 위반될 경우, 당사자 간의 명시적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해당 조항은 무효로 처리됩니다.
- 강행규정은 사회질서의 유지, 경제적 약자 보호, 공공의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합니다.
1.2 임의규정과의 구별
구분 | 강행규정 | 임의규정 |
---|---|---|
법적 성격 | 법적 강제력 있음 | 당사자 의사에 따라 배제 가능 |
위반 시 효력 | 계약 조항 무효 | 계약 조항 우선 적용 |
판단 기준 | 조문의 표현(“효력이 없다”), 입법 목적 등 | 명시적 강행성이 없는 일반 조항 |
참고판례:
- 대법원 2018.10.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 대법원 2022.5.26. 선고 2020다253515 판결
2. 민사계약에서의 당사자 합의의 한계
2.1 계약자유의 원칙과 그 제한
민법은 제105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민법 제105조
“당사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관습에 의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이처럼 당사자는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내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2.2 실무상 강행규정 위반 예시
- 이자제한법 위반:
금전소비대차 계약에서 연 20%를 초과하는 이자율은 무효 (이자제한법 제2조) - 지상권 관련 제한:
민법 제289조는 지상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합니다. “제280조 내지 제287조의 규정에 위반되는 계약으로 지상권자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 임차인 보호 규정 위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모두 무효입니다.
예) 보증금 반환 관련 권리 제한 조항 등
2.3 강행규정 위반 판단 기준
명시적 무효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조항이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입법 취지 및 목적
- 법익의 성격(공익성 여부)
- 위반의 중대성 및 고의성
- 당사자 및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 유사 규정에 대한 입법 태도
- 기존 판례의 해석 방향
참고판례:
대법원 2018.10.12. 선고 2015다256794
3. 형사법상 합의의 한계
3.1 민사법과 형사법의 구조적 차이
구분 | 민사법 | 형사법 |
---|---|---|
규율 대상 | 개인 간 분쟁, 사적 권리·의무 | 공공질서 위반, 범죄행위 |
개입 주체 | 당사자 간 자율 | 국가가 형벌권 행사 |
제재 수단 | 손해배상, 계약 해제 등 | 징역, 벌금 등 형벌 |
3.2 합의가 통하는 범위
- 민사: 원칙적으로 당사자 합의에 따라 분쟁 해결 가능. 단, 강행규정은 예외.
- 형사: 피해자와의 합의가 성립해도 공소권 없음이나 형 감경의 요소일 뿐이며, 처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음.
예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 없이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 형법상 모욕죄
- 형법상 명예훼손죄
- 형법상 폭행죄 (경미한 경우)
4. 강행규정 여부 판단 실무 기준
4.1 법률에 명시된 경우
- 명시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문구가 포함된 경우 강행규정으로 간주
예시:
법률 조항 | 조문 내용 |
---|---|
민법 제289조 | “지상권자에게 불리한 계약은 그 효력이 없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 |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 |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
4.2 명시가 없는 경우: 해석 기준
-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 보호 대상의 사회적 약자성
- 위반 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폐해
- 기존 판례와 유사 입법 사례의 태도
5. 실무상 유의점
- 계약 검토 시, 해당 조항이 강행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반드시 판단할 것
- 강행규정 위반으로 인한 무효는 계약 전체의 효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
- 의심스러운 조항은 법률자문 또는 판례 검색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함
결론
계약은 자율적으로 체결할 수 있으나, 법이 정한 최저한의 질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강행규정은 이러한 한계선을 설정하는 기준이며, 실무자는 이를 정확히 식별하고 반영할 책임이 있습니다.
당사자 간의 서면 합의가 존재하더라도, 강행규정에 위배된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임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