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하려면 말로 하든지, 계약서를 써야 되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하는 행동,
그 자체가 계약을 체결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글에서는 민법 제532조, 즉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 성립’ 조항을 중심으로,
계약이 말 없이도 성립할 수 있는 구조를 다양한 사례와 판례로 정리해드립니다.
1️⃣ 말보다 중요한 것 – 행동으로 성립되는 계약
계약은 기본적으로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의 합치로 성립합니다.
그런데 이 ‘의사표시’는 꼭 말이나 문서로만 해야 할까요?
📌 민법 제532조
“청약자의 의사표시나 관습에 의하여 승낙의 통지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은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 있는 때에 성립한다.”
즉, 다음과 같은 상황이면 말 한 마디 없어도 계약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청약에 대해 승낙의 통지가 필요 없는 경우 (관행, 약정 등)
- 상대방의 행동이 승낙의 의사로 인정되는 경우
이런 방식을 우리는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 성립’이라 부릅니다.
2️⃣ 비언어적 계약 성립의 요건 3가지
① 유효한 청약의 존재
계약 성립의 출발은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제안이어야 합니다.
예:
“이 제품을 1만 원에 드립니다. 주문 시 바로 발송됩니다.”
📌 대법원 1998.11.27. 선고 97누14132 판결
“청약은 상대방이 승낙만 하면 바로 계약이 성립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한다.”
② 승낙 통지가 필요 없는 구조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면 승낙 통지가 생략됩니다:
- 청약자 스스로 “별도 회신 없이 처리”한다고 고지한 경우
- 거래 관행상 별도 승낙 없이 처리되는 경우 (예: 반복거래)
③ 승낙으로 인정되는 사실이 존재
여기서 핵심은 상대방이 한 행동입니다.
즉,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보인 행동이 승낙으로 볼 수 있다면
계약은 성립합니다.
3️⃣ 일상에서 벌어지는 ‘행동에 의한 계약’ 9가지 사례
사례 | 계약의 흐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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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 판매자가 상품 페이지에 “결제 시 바로 발송” 명시 → 구매자가 결제 → 계약 성립 |
카탈로그 상품주문 | “주문서와 대금 보내면 자동 처리” 고지 → 송금 및 주문서 제출 → 계약 성립 |
자동이체 신청 | “신청서 제출 시 별도 통지 없이 이체됨” → 신청서 제출 → 계약 성립 |
대출 상환 입금 | “지정일 자동 출금 예정” 고지 → 고객이 계좌에 입금 → 계약상 이행 인정 |
버스·지하철 이용 | “요금 지불 시 운송계약 체결” 고지 → 탑승과 지불 → 계약 체결로 간주 |
자판기 사용 | 동전 넣고 버튼 누름 → 매매계약 체결 |
임대차 자동 갱신 | “만료 전 통지 없으면 자동 연장” 조항 → 계속 거주 → 계약 갱신 승낙 인정 |
분양 계약금 납부 | “계약금 입금 시 계약 성립” 고지 → 계좌 입금 → 계약 성립 |
앱 결제/약관 동의 | “결제 버튼 클릭 시 계약 체결” 명시 → 클릭 또는 이용 개시 → 계약 체결로 간주 |
4️⃣ 판례로 확인하는 ‘행동만으로 성립된 계약’
✅ 대여금 계약 성립 인정
의정부지방법원 2023나209237 (2023.11.16)
- 원고가 차용증과 인감증명서를 받고 피고에게 송금
- 피고는 “입금에 응답 안 했다”고 주장
→ 법원은 명백한 승낙행위로 판단, 계약 성립 인정
✅ 수속대행료 분쟁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나78482
- 피고는 “통지 없이 처리된다”고 사전 안내
- 원고가 실제 비용 송금
→ 법원은 통지 불요 및 승낙의 사실이 존재할 경우 계약 성립 가능하다고 판단
5️⃣ 이런 경우는 ‘계약 불성립’입니다
❌ 청약이 불명확한 경우
- “이 정도면 어때요?” 식의 추상적 제안
→ 상대방의 침묵이나 행위만으로는 성립 어려움
❌ 승낙 통지를 반드시 요구한 경우
- 예: “메일 회신 주시면 진행합니다”
📌 서울고등법원 2022나2033454
→ 계약서 초안 메일 보낸 뒤 상대방이 침묵 → 계약 성립 부정
❌ 승낙으로 인정할 만한 행동이 없는 경우
- 청약은 했으나 상대방이 아무런 행위도 없었다면 → 계약 아님
✅ 결론 – 행동도 계약이다
‘계약은 말로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법적으로는 틀렸습니다.
민법 제532조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도 계약 성립의 한 방식임을 명확히 규정합니다.
계약 성립 여부는 다음 세 가지로 판단됩니다:
- 청약이 구체적이고 확정적인가?
- 승낙 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구조인가?
- 승낙으로 인정할 수 있는 행동이 있었는가?
📌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말을 안 했다고 방심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행동으로 한 약속도, 법 앞에서는 의미 있는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