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 했으면 계약이 성립된 걸까요?

“계좌로 송금까지 했는데, 계약 아닌가요?”
“돈이 갔으면 계약된 거 아닌가요?”

실무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좌이체’와 ‘계약 성립’ 사이의 관계
판례와 법조문을 바탕으로 차근히 짚어보겠습니다.


1. 계약의 시작은 언제나 ‘합의’부터입니다

계약이 성립되려면 당사자 간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서로가 같은 내용에 동의했다는 전제가 없다면, 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 대법원 2017.10.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즉, 돈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2. 계좌이체는 ‘돈을 옮긴 행위’일 뿐입니다

계좌이체는 말 그대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행위입니다.
이 이체가 어떤 법률관계에 따른 것인지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 대법원 2007.11.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계좌이체는 법률관계의 내용에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자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다.”

“수취인은 이체된 금액만큼 예금채권을 가지게 되며,
만약 계약 없이 돈을 받은 경우라면, 그건 부당이득이 되어 반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500만 원을 송금했다면,
그게 대여인지, 계약금인지, 증여인지
송금 내역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3. ‘이체=계약’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이체는 계약 이행행위에 해당하고,
계약의 성립은 **그보다 앞선 ‘합의’**에서 이루어집니다.

📌 서울고등법원 2006나107557 판결

“매수인이 중개인에게 계약금 상당의 금액을 예치한 것만으로는,
매도인에게 계약금을 지급했다고 볼 수 없다.”

즉, 계약의 당사자들 간에 명확한 합의 없이
단순히 돈이 오갔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4. 예외가 있다면? ‘사전 합의’가 있었을 때

모든 경우에 계좌이체가 무력한 것은 아닙니다.
사전에 계약 조건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합의가 있었다면,
계좌이체는 ‘승낙’의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민법 제532조

“청약자의 의사표시나 관습에 따라 승낙의 통지가 필요 없는 경우,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 있다면 계약은 성립한다.”


5. 실제 판례로 보는 상황별 판단

🔹 대여금 계약: 계약 성립 인정

의정부지방법원 2023나209237 (2023.11.16)

차용증과 인감증명서를 받은 뒤 피고 계좌로 송금한 사안.
구체적 합의가 있었고, 승낙이 명확하므로 계약 성립 인정


🔹 조합 가입 계약: 계약금 지급 인정 안 됨

부산지방법원 2021나61147 (2022.12.21)

계약 자체는 성립했지만,
계약금은 계약서에서 정한 방식이 아닌 개인 계좌로 송금됨.
계약금 지급 요건 불충족 → 계약금 지급으로 불인정


✅ 핵심 정리: 중요한 건 ‘이체 이전의 대화와 합의’

다시 강조하자면, 계좌이체는 계약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즉, 이체는 이행이지, 성립이 아닙니다.

📌 계약 성립이 인정되려면 다음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 마무리 Tip

**“돈부터 보냈다”**는 건 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먼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문서나 메시지로 정리한 뒤,
그 다음에 돈을 보내야 계약이 유효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전 합의 없이 이체했다가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그 돈은 계약금이 아닌 부당이득으로 간주되어
되돌려받기도, 입증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