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서울 근교에 땅과 지상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가 사망했습니다. 상속인인 두 아들간의 협의에 따라 땅은 큰 아들 B에게, 지상건물은 작은 아들 C에게 상속되었습니다. 그후 20년이 흘렀고, B로부터 토지를 매수한 D는 C에게 건물을 철거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C는 건물을 철거해야 할까요?
이때 문제가 되는 개념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입니다.
1. 사안의 정리
가. 사실관계
A는 토지와 지상건물을 소유하다가 사망하였습니다.
상속인인 두 아들 B(큰아들)와 C(작은아들) 간의 협의분할에 따라 토지는 B에게, 지상건물은 C에게 각각 상속되었습니다.
20년이 경과한 후, B로부터 토지를 매수한 D가 C를 상대로 건물철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나. 쟁점
C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건물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2.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의의
가. 개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취득하게 되는 관습법상의 권리입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이 같은 소유자였다가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철거 특약이 없으면 건물 소유자가 토지 사용권을 자동으로 얻는 제도입니다. 법률상 명문 규정은 없지만, 판례상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나. 인정 취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에 의해 인정되는 것입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 우리 법제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별다른 약정이 없는 이상 일정한 범위에서 건물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
가. 적극적 요건
1)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에 속하였을 것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토지와 건물 중 어느 하나가 처분될 당시에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였으면 족하고, 원시적으로 동일인의 소유였을 필요는 없습니다(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다9075, 9082 판결).
본 사안에서 A가 사망하기 전까지 토지와 건물은 모두 A의 소유였으므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2)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을 것
토지 또는 건물이 매매, 증여, 상속 등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 상속재산 협의분할로 토지는 B에게, 건물은 C에게 각각 귀속되어 소유자가 달라졌으므로 이 요건도 충족합니다.
나. 소극적 요건
1)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을 것
토지와 건물이 같은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건물 또는 토지가 매매 기타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었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그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는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을 위한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279 판결).
본 사안에서 B와 C 사이에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4. 본 사안에 대한 법리 적용
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본 사안에서 ① A 소유의 토지와 건물이 상속재산 협의분할로 인하여 토지는 B에게, 건물은 C에게 각각 귀속되어 소유자가 달라졌고, ②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었으므로, C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건물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유사한 사례로,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은 당초 망인의 소유였으나, E가 1995. 9. 4. 강제경매절차에서 위 토지를 낙찰받음에 따라 위 토지와 위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다. 따라서 망인은 1995. 9. 4. 이 사건 토지 중 이 사건 건물 부지에 관해 위 건물의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 그리고 망인의 상속인인 피고, G 및 H는 위 법정지상권을 승계취득하였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0. 1. 14. 선고 2019가단2751 판결).
나. 법정지상권의 효력
1) 등기 없이도 대항 가능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관습법에 의한 부동산물권의 취득이므로, 건물 소유자는 물권으로서의 효력에 의하여 이를 취득할 당시의 토지 소유자나 이로부터 그 토지 소유권을 전득한 제3자에 대하여도 등기 없이 위 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71. 1. 26. 선고 70다2576 판결).
따라서 C는 B로부터 토지를 매수한 D에 대하여도 등기 없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2) 건물철거 청구의 배척
C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이상, D는 C에 대하여 건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판례는 “피고는 적법하게 이 사건 계쟁 주택 부지와 이 사건 계쟁 토지 부분을 점유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9. 2. 19. 선고 2017가단1230 판결).
3) 지료 지급의무
다만, C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자로서 토지 소유자인 D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지상 건물의 소유자는 그 건물이 사용하고 있는 토지의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9. 선고 2016나70781 판결).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에 의하여 결정되며(민법 제366조 단서 유추적용), 당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협의가 없고 법원에 의하여 지료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52864 판결).
5. 결론
C는 건물을 철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본 사안에서 C는 상속재산 협의분할로 인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때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건물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습니다. C는 이러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기하여 B로부터 토지를 매수한 D에 대하여도 등기 없이 대항할 수 있으므로, D의 건물철거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다만, C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자로서 토지 소유자인 D에게 적정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당사자 간 협의 또는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정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고,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우리 법제 하에서 건물 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