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딸에게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평생 모시고 살겠다”는 딸의 약속을 믿었습니다. 증여계약서에도 “수증자는 증여자를 부양한다”고 명시했고,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쳤습니다. 그런데 딸이 증여 후 1년 만에 연락을 끊고 부양을 거부했습니다.
어머니는 증여를 취소나 해제할수 있을까요?
증여는 원칙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계약이지만, 법이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취소가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증여의 개념부터 취소 요건, 실무상 주의사항까지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증여계약의 기본 개념
가. 증여란 무엇인가
증여는 당사자 일방(증여자)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수증자)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입니다(민법 제554조).
증여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상성: 대가 없이 재산을 주는 것
- 계약성: 증여자의 의사표시와 수증자의 승낙이 모두 필요
- 낙성계약: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성립 (물건 인도나 등기 불필요)
나. 증여의 효력 발생 시점
증여계약은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 이전을 위해서는 등기가 필요하지만, 증여계약 자체는 합의 시점에 이미 성립한 것입니다.
중요한 점: 부동산 증여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이행이 완료”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다834 판결). 이는 후술할 증여 취소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 증여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경우
증여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없지만, 민법은 다음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증여자의 해제권(취소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해제 (민법 제555조)
요건:
-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 아직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핵심 내용: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당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55조). 그러나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민법 제558조).
부동산 증여의 경우: 부동산 증여에서 “이행이 완료”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부동산을 인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까지 마친 것을 의미합니다(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다834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다56873 판결).
실무상 의미:
- 구두로만 증여를 약속하고 아직 등기를 하지 않았다면 → 해제 가능
-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면 → 서면 없음을 이유로 한 해제 불가능
- 증여증서를 작성했다면 → 서면에 의한 증여이므로 이 조항으로는 해제 불가능
나. 수증자의 배은망덕 행위로 인한 해제 (민법 제556조)
요건: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의 사유가 있는 때:
①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민법 제556조 제1항 제1호)
여기서 ‘범죄행위’는 단순히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증여자가 배은망덕하다고 느낄 정도로 둘 사이의 신뢰관계를 중대하게 침해하여 수증자에게 증여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할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7475, 207482 판결).
판단 기준:
- 수증자가 범죄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
- 수증자의 범죄행위로 증여자가 받은 피해의 정도
- 침해되는 법익의 유형
- 증여자와 수증자의 관계 및 친밀도
- 증여행위의 동기와 목적
-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을 필요는 없음
구체적 사례:
사례 1 – 해제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7475, 207482 판결): 어머니가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어머니가 살아있는 동안 직접 관리하기로 했으나, 아들이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후 어머니 명의의 동업해지계약서를 작성하여 사업자명의를 자신의 단독명의로 변경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건물 관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건물 소유자로서 직접 관리하기 위한 절차상 요건을 갖추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
- 아들은 건물 임대수입의 상당 부분을 건물 관리나 어머니를 위해 사용
- 아들은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음
사례 2 – 해제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
-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사기를 친 경우
-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유기하거나 방치한 경우
②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 불이행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가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는 증여자가 증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부양의무의 범위:
- 민법 제974조에 따른 부양의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 생계를 같이 하는 기타 친족 간)
- 단순히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신적·신체적 보살핌 포함
주의사항:
- 부양의무 불이행이 중대하고 지속적이어야 함
- 단순한 왕래 단절이나 일시적 소홀만으로는 부족
- 증여자의 생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정도여야 함
제척기간: 해제권은 해제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멸합니다(민법 제556조 제2항).
이행 완료 후의 효과: 민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이 조항에 의한 해제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전주지방법원 2016. 9. 20. 선고 2016가단4824 판결).
다. 증여자의 재산상태 변경으로 인한 해제 (민법 제557조)
요건:
-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었을 것
-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
구체적 판단 기준: 증여 당시의 재산상태와 비교하여 현저히 변경되어, 증여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을 수증자에게 이전하게 되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등의 요건이 구비되어야 합니다(대법원 1991. 4. 12. 선고 90다16768 판결).
실무상 인정 사례:
- 증여 후 사업 실패로 파산 지경에 이른 경우
- 증여 후 중병에 걸려 막대한 의료비가 필요한 경우
- 증여 후 다른 재산을 상실하여 생활이 곤란해진 경우
주의사항:
- 단순한 재산 감소만으로는 부족
-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라는 엄격한 요건 필요
- 증여자의 귀책사유로 재산이 감소한 경우는 인정 어려움
이행 완료 후의 효과: 민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이 조항에 의한 해제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라. 부담부 증여의 경우 특칙
부담부 증여란 수증자에게 일정한 급부의무를 부담시키는 증여를 말합니다(예: “이 집을 주되, 나를 평생 부양하라”, “이 토지를 주되, 기존 채무를 인수하라”).
특별한 점: 부담부 증여에 대하여는 증여의 규정 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됩니다(민법 제561조). 따라서:
- 수증자가 부담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 가능 (민법 제544조 준용)
- 이 경우 민법 제558조(이행 완료 부분에 대한 해제 제한)가 적용되지 않음
- 따라서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도 해제 가능
중요 판례 (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상대부담 있는 증여에 있어서 부담의 내용을 이루는 급부는 급부로서의 일반요건 즉 적법성, 가능성, 확정성의 요건을 구비하여야 하는 것이고, 부담부 증여에 있어서는 민법 제561조에 의하여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 부담의무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미 이행되어 있다 하더라도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그 경우 민법 제555조와 제558조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실무상 주의점:
- 부담의 내용이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함
- 단순한 도덕적 기대가 아닌 법적 의무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함
- 부담 불이행이 중대하고 지속적이어야 해제 가능
3. 증여 취소가 불가능한 경우
가. 이미 이행이 완료된 경우
민법 제558조는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이행 완료”로 봅니다(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다834 판결).
예외: 부담부 증여의 경우에는 이행 완료 후에도 부담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제 가능합니다(민법 제561조).
나. 제척기간 경과
민법 제556조에 의한 해제권은 해제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556조 제2항).
주의: 이는 제척기간이므로 중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해제 사유를 안 날로부터 정확히 6개월 이내에 해제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다. 용서의 의사 표시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도 해제권이 소멸합니다(민법 제556조 제2항).
용서의 의사 표시:
- 명시적 표시뿐만 아니라 묵시적 표시도 가능
- 예: 배은망덕 행위 후에도 계속 우호적 관계 유지, 추가 증여 등
4. 실무상 주의사항 및 팁
가. 증여 전 고려사항
① 신중한 결정: 증여는 원칙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
- 가족 간 충분한 대화와 합의
- 자신의 노후 생활 대책 마련 후 증여
② 부담부 증여 고려: 단순 증여보다는 부양의무 등을 명확히 한 부담부 증여를 고려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부양의무의 구체적 내용 명시 (예: 월 생활비 지급, 동거, 간병 등)
- 부담 불이행 시 해제 가능 조항 명시
- 공증을 통한 증여계약서 작성
③ 유언 또는 사인증여 고려: 당장 증여하지 않고 유언이나 사인증여(증여자 사망 시 효력 발생)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사인증여의 경우 증여자가 사망 전까지는 철회가 가능합니다(민법 제562조, 제1108조 제1항 준용,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45330 판결).
나. 증여 후 문제 발생 시 대응
① 신속한 법률 상담:
- 해제 사유 발생 시 즉시 변호사와 상담
- 제척기간(6개월) 준수 필수
- 증여세 신고기한(3개월) 내 반환 검토
② 증거 확보:
- 배은망덕 행위의 경우: 폭행, 협박, 유기 등의 증거 확보 (진단서, 녹음, 증인 등)
- 부양의무 불이행의 경우: 부양 요청 및 거부 사실 입증 자료
- 재산상태 변경의 경우: 재산 감소 및 생계 곤란 입증 자료
③ 내용증명 발송:
- 해제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기 위해 내용증명 발송
- 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
- 발송 및 도달 일자 확인 (제척기간 계산을 위해)
④ 소송 준비:
- 수증자가 해제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 불가피
-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 제기
- 가처분 신청 검토 (재산 처분 방지)
다. 분쟁 예방을 위한 조언
① 명확한 증여계약서 작성:
- 증여의 조건, 부담 내용 명시
- 해제 사유 및 절차 명시
- 공증을 통한 법적 효력 강화
② 단계적 증여 고려:
- 한 번에 모든 재산을 증여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 수증자의 태도를 지켜본 후 추가 증여 결정
5. 사안 해결
- 이는 부담부 증여에 해당합니다.
- 부담부 증여의 경우 민법 제561조에 따라 쌍무계약 규정이 준용되므로, 이미 등기를 마쳤더라도 부담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제 가능합니다.
- 어머니는 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부양의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44조 준용).
- 해제 후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 부양의무의 내용이 증여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 단순히 “잘 모시겠다”는 추상적 표현만으로는 법적 의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매월 생활비 100만원 지급”, “동거하며 간병” 등 구체적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