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술에 취한 채 흉기를 들고 상대방을 찾아온 남성을 피해자가 흉기를 빼앗아 상대에게 상해를 입혔으나, 경찰은 양쪽 모두를 입건해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판단이 쟁점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침해 상황에서 피해자가 방어 과정에서 상대에게 과대한 상해를 입힐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기도 합니다.
정당방위. 과잉방위의 개념과 실제 판례와 처벌, 실무상 주의사항까지 정리합니다.
1. 정당방위란?
가. 기본 개념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 쉽게 말해, 누군가 나를 부당하게 공격할 때 나를 지키기 위해 반격한 행위가 정당방위입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무죄가 됩니다 .
나.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다음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1) 현재의 부당한 침해
“현재의 침해”란 침해가 이미 시작되었거나 임박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과거의 침해나 미래의 침해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부당한 침해”란 위법한 침해를 의미합니다. 정당한 공무집행이나 적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방위
자신의 법익뿐만 아니라 타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도 가능합니다. 이를 특히 ‘긴급구조’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차에 치일 위험에 처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운전자를 제지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도1862 판결).
3) 방위의사
방위행위를 할 때 방위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공격하려는 의도만 있다면 정당방위가 아닙니다.
4) 상당한 이유(상당성)
방위행위가 사회통념상 상당한 정도여야 합니다. 이는 다음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침해행위로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 침해의 방법과 완급
- 방위행위로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 기타 구체적 사정들
다. 정당방위 인정 사례
사례 1: 주점에서의 집단 구타에 대한 방어
주점 경영자가 통금시간이 지나도록 외상술을 마시며 접대부와의 동침을 요구하던 손님들이 거절에 불만을 품고 내실까지 들어와 소변을 보고 항의하자 집단 구타를 가해왔을 때, 이에 대항하여 업어치기로 넘어뜨려 전치 12일의 상해를 입힌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 1980. 4. 22. 선고 80도800 판결).
사례 2: 유사강간 시도에 대한 방어
피해자가 잠자고 있던 피고인의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소주병을 음부에 집어넣으려 하자, 피고인이 소주병을 빼앗아 피해자의 머리를 3회 때려 두부 열상을 입힌 경우, 정당방위 또는 면책적 과잉방위로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2. 12. 22. 선고 2022고합319-1 판결).
2. 과잉방위란?
가. 기본 개념
과잉방위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그 정도를 초과하여 상당한 이유가 없는 방위행위를 말합니다 (형법 제21조 제2항).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의 다른 요건은 갖추고 있으나 방위행위의 상당성만 결여된 경우입니다 (서울고등법원 1987. 3. 20. 선고 87노94 판결).
나. 과잉방위의 유형
1) 질적 과잉방위
상당성의 정도를 초과하여 강한 반격을 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주먹으로 방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쇠뭉치로 강타하여 중상을 입히는 경우입니다 .
2) 양적 과잉방위
방위행위의 시간적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이미 침해를 중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포·흥분 등으로 계속 구타하는 경우입니다.
다만, 양적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의 객관적 상황이 결여된 상태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과잉방위는 질적 과잉방위에 한정됩니다.
다. 과잉방위의 효과
과잉방위가 인정되면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1조 제2항). 이는 필요적 감면사유가 아니라 임의적 감면사유입니다.
라. 면책적 과잉방위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과잉방위를 한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합니다 (형법 제21조 제3항).
이를 ‘면책적 과잉방위’라고 하며, 이 경우 무죄가 됩니다.
면책적 과잉방위 인정 요건
면책적 과잉방위가 인정되려면 아래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 과잉방위의 요건을 갖출 것
-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일 것
-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인한 행위일 것
면책적 과잉방위 인정 사례
사례 1: 야간에 술에 취한 피해자의 불의의 행패와 폭행으로 인한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에 기인하여 과잉방위를 한 경우 무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 1974. 2. 26. 선고 73도2380 판결).
사례 2: 잠에서 막 깨어 소주병을 이용한 유사강간 시도를 당하고 있는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당황, 흥분 등으로 말미암아 저지른 행위가 면책적 과잉방위로 인정되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2. 12. 22. 선고 2022고합319-1 판결).
3. 정당방위·과잉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가. 쟁투행위(상호 싸움)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쟁투행위로 판단된 사례
사례 1: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피고인이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한 경우,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1971. 4. 30. 선고 71도527 판결).
사례 2: 피고인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이에 대항하여 소주병을 빼앗아 피해자의 얼굴을 향해 던진 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14. 6. 27. 선고 2014노906 판결).
나. 침해가 종료된 후의 행위
싸움이 있은 뒤 몇 시간 후에 상대방을 찾아가 다짜고짜 심장부를 칼로 찌른 행위는 방위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새로운 공격행위이므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서울고등법원 1987. 3. 20. 선고 87노94 판결).
다. 정당한 침해에 대한 방위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적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저항은 정당방위가 될 수 없습니다.
라. 사회윤리적 제한을 벗어난 경우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회윤리에 위배되지 않는 상당성 있는 행위여야 합니다 (대법원 1991. 9. 10. 선고 91다19913 판결).
예를 들어, 이혼소송 중인 남편이 찾아와 가위로 폭행하고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하는 데 격분하여 칼로 남편의 복부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4. 처벌
가. 정당방위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무죄입니다.
나. 과잉방위
과잉방위가 인정되면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1조 제2항). 이는 법원의 재량사항입니다.
다. 면책적 과잉방위
면책적 과잉방위가 인정되면 벌하지 아니하므로 무죄입니다 (형법 제21조 제3항).
5. 실제 주의사항
가. 방위의사의 중요성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방위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보복하거나 공격하려는 의도만 있다면 정당방위가 아닙니다.
나. 상당성의 판단
방위행위가 사회통념상 상당한 정도여야 합니다. 침해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반격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먹으로 때리는 상대방에게 칼로 찌르는 것은 상당성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 쟁투행위와의 구별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는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일방적인 침해에 대한 방어인지, 상호 싸움인지를 명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라. 시간적 한계
침해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임박한 경우에만 정당방위가 인정됩니다. 침해가 종료된 후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아니라 새로운 공격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마. 회피 가능성
정당방위에서는 긴급피난과 달리 보충성이 엄격하게 요구되지 않습니다 즉, 도망갈 수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정당방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쉽게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반격을 한 경우에는 상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바. 증거 확보의 중요성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주장하려면 당시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중요합니다.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상해 정도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사. 즉시 신고
정당방위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112에 신고하여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나중에 정당방위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 법률 전문가 상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여부는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사건 발생 시 즉시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정리
정당방위와 과잉방위는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그 인정 범위는 엄격하게 제한되며, 특히 상호 싸움의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무죄, 과잉방위가 인정되면 형의 감경 또는 면제, 면책적 과잉방위가 인정되면 무죄가 됩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방위의사, 상당성, 시간적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며, 사건 발생 시 즉시 신고하고 증거를 확보하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