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이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손자나 며느리를 유언대용신탁의 사후수익자로 지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유류분과의 관계입니다.
이때 “손자·며느리는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이므로, 신탁계약을 사망 1년 이전에 체결하면 민법 제1114조에 따라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부분에 대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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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판단의 전제: 손자·며느리가 공동상속인인지 제3자인지
가. 원칙적 지위
손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고 며느리는 자녀의 배우자이지만, 자녀가 생존해 있는 한 손자·며느리는 피상속인의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입니다.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직계비속 중 최근친이 선순위이므로, 자녀가 생존한 경우 손자는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나. 대습상속인이 되는 경우
자녀(피대습인)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이 된 경우, 그 자녀의 직계비속(손자)과 배우자(며느리)가 대습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1조, 제1003조 제2항). 이 경우 손자·며느리는 공동상속인에 해당합니다.
다. 상속포기와 대습상속의 구별
자녀가 상속개시 후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있고 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지만(민법 제1042조), 상속포기는 대습상속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손자·며느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대습상속인이 되지는 않으며, 이들은 원칙적으로 제3자의 지위를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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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손자·며느리가 대습상속인인 경우: 민법 제1114조 1년 제한 불적용
가. 공동상속인 특별수익에 대한 민법 제1114조 적용 배제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생전 증여에 의하여 특별수익을 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114조의 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고, 따라서 그 증여는 상속개시 1년 이전의 것인지 여부, 당사자 쌍방이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서 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됩니다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나. 유언대용신탁 재산의 특별수익 인정
이부분이 중요합니다.
유언대용신탁에서 사후수익자가 공동상속인인 경우, 신탁재산은 그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평가되어 신탁 설정 시기와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25. 1. 9. 선고 2021나2051264 판결은 유언대용신탁이 실질적으로 사인증여와 유사하고, 피상속인이 이를 통해 사후수익자인 공동상속인에게 상속분을 선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되는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의 법적 성질을 형식적·추상적으로 파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재산처분행위가 실질적인 관점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무상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또한 신탁법 제59조 제1항에 의하면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는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가지고, 위탁자 사후 수익자는 위탁자의 사망 시 종국적으로 신탁재산을 취득하게 되므로, 사후수익자의 특별수익 취득시점은 사인증여 등과 유사하게 ‘상속개시 당시’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5. 1. 9. 선고 2021나2051264 판결, 신탁법 제59조).
다. 피대습인의 특별수익과 대습상속인
피대습인이 대습원인 발생 이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로 특별수익을 받은 경우, 그 생전 증여는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봄이 타당합니다. 피대습인의 특별수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대습상속인이 피대습인이 취득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되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습상속인이 대습원인 발생 이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직접 증여를 받은 경우, 이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어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피대습인이 받은 증여를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보는 경우와 구별됩니다.
결론: 손자·며느리가 대습상속인이 된 경우, 유언대용신탁 재산은 이들의 특별수익으로 평가되어 신탁 설정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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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손자·며느리가 제3자인 경우: 민법 제1114조의 적용과 쟁점
가. 원칙: 1년 제한 적용
자녀가 생존하여 손자·며느리가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해당하는 경우, 민법 제1114조가 적용됩니다. 즉,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루어진 증여만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고,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때에는 1년 이전의 것도 포함됩니다 (민법 제1114조).
나. 핵심 쟁점: 유언대용신탁에서 ‘증여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① 신탁계약 체결 시점, ② 신탁재산의 수탁자 명의 이전 시점, ③ 사후수익자 지정·변경 시점, ④ 위탁자 사망으로 사후수익자가 수익권을 취득하는 시점 중 어느 시점을 민법 제1114조의 기준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이 쟁점에 관하여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가 사후수익자인 경우를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법리를 유추 적용할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 수익자 지정 판례의 유추: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판결은 피상속인이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생명보험 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경우, 이를 제3자에 대한 실질적 무상처분으로 보았습니다. 다만 제3자에 대한 증여이므로 민법 제1114조에 따라 보험수익자 지정 또는 변경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루어졌거나 당사자 쌍방이 그 당시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루어졌어야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판결). 이 법리를 유언대용신탁에 유추하면, 신탁계약 체결일뿐만 아니라 사후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한 시점도 민법 제1114조의 기준 시점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의 실질: 유언대용신탁에서 사후수익자는 위탁자의 사망 시에 비로소 수익권을 취득합니다(신탁법 제59조 제1항 제1호). 신탁재산은 신탁재산으로서의 독립성을 가지므로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시에 가진 재산에 해당하지 않지만, 증여와 같은 실질을 가지는 것이므로 증여재산으로서 산입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 이러한 관점에서 사후수익자가 실질적 이익을 취득하는 시점인 위탁자의 사망 시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신탁계약 체결일이 1년 이전이라는 사정만으로 민법 제1114조의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론: 제3자 사후수익자 사건에서 “신탁 설정일이 사망 1년 이전이므로 무조건 유류분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사후수익자 지정·변경이 상속개시 1년 이내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1년 제한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다. 예외: 당사자 쌍방의 악의(민법 제1114조 후문)
손자·며느리가 제3자이고 신탁 설정 또는 사후수익자 지정이 상속개시 1년 이전에 이루어졌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때에는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됩니다 (민법 제1114조).
여기서 ‘악의’는 단순히 다른 상속인이 재산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다음 두 가지 사정을 당사자 쌍방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① 증여재산의 가액이 증여하고 남은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을 초과한다는 점, ② 장래 상속개시일에 이르기까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리라는 점.
실무에서 악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악의 인정에 유리한 사정 | 악의 부정에 유리한 사정 |
|---|---|
| 신탁재산이 피상속인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 | 신탁 후 상당한 재산이 별도로 남아 있음 |
| 신탁 후 피상속인에게 남은 재산이 거의 없음 | 계속적인 사업소득이나 재산 증가 가능성 존재 |
| 피상속인이 고령이고 별다른 소득 없음 | 신탁 당시 피상속인이 비교적 젊고 건강 |
| 사후수익자가 신탁 설계·체결에 직접 관여 | 사후수익자가 신탁 내용을 몰랐음 |
| 신탁 설정 직후 다른 상속인에게 사실을 숨김 | 신탁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림 |
| 가족 간 유류분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논의 | 유류분 분쟁 가능성에 대한 인식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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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속포기와 민법 제1114조의 관계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자녀가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특별수익에 대해서는 민법 제1114조가 적용됩니다. 상속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민법 제1042조) 민법 제1008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따라서 민법 제1114조의 1년 제한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67620 판결). 이 법리는 피대습인이 대습원인 발생 이전에 특별수익을 받은 이후 대습상속인이 대습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67620 판결).
따라서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고 손자·며느리가 신탁수익을 취득하는 구조를 설계하더라도, 손자·며느리는 대습상속인이 되지 않아 제3자로 취급되고, 자녀의 특별수익에 대해서는 민법 제1114조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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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례별 검토
| 사례 | 손자·며느리의 지위 | 민법 제1114조 1년 제한 |
|---|---|---|
| 자녀 생존, 손자·며느리를 사후수익자로 지정 | 제3자 | 원칙적 적용. 단, 증여시점 및 쌍방 악의 여부 별도 검토 필요 |
| 자녀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여 손자·며느리가 대습상속인 | 공동상속인 | 적용 배제. 신탁 설정 시기 무관하게 기초재산 산입 가능 |
| 신탁은 5년 전 설정, 사후수익자 변경은 사망 6개월 전 | 제3자(자녀 생존 시) | 수익자 변경 시점이 1년 이내이므로 1년 제한 주장 어려움 |
| 자녀가 상속포기, 손자·며느리가 신탁수익 취득 | 제3자(대습상속 불발생) | 민법 제1114조 적용. 자녀의 특별수익에도 동조 적용 |
| 신탁 설정 1년 이전, 쌍방 악의 인정 | 제3자 | 민법 제1114조 후문에 따라 기초재산 산입 가능 |
손자·며느리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한 유언대용신탁에 민법 제1114조의 1년 제한이 적용되는지는 다음 순서로 판단해야 합니다.
첫째, 상속개시 당시 손자·며느리가 대습상속인인지 확인합니다. 대습상속인이라면 신탁재산은 특별수익으로 평가되어 신탁 설정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제3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114조가 적용되지만, 유언대용신탁에서 ‘증여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생명보험 수익자 지정 판례(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판결)의 법리를 유추하면 사후수익자 지정·변경 시점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신탁 설정일이 1년 이전이므로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셋째, 신탁 설정 또는 수익자 지정이 1년 이전에 이루어졌더라도 당사자 쌍방에게 유류분 침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민법 제1114조 후문에 따라 유류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11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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