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가 끝났는데도 원도급사가 공사대금의 5% 또는 10%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자가 생길 수 있으니 일정 금액은 남겨둬야 한다”, “업계에서는 원래 이렇게 한다”는 이유를 듭니다. 심지어 하도급업체가 하자보수보증증권까지 제출했는데도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끝날 때까지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급을 보류한 돈을 실무상 ‘유보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계약서에 유보금 조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적법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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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자보수보증금과 유보금은 다릅니다
하자보수보증금은 공사가 끝난 후 하자담보책임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하자의 보수나 그 보수비용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금을 예치하기도 하지만, 실무에서는 보증기관이 발행한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판례는 수급인의 하자보수보증금 또는 보증서 예치의무는 도급인의 잔여 공사대금 채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보금은 원도급사가 지급해야 할 기성금이나 준공금 중 일부를 아예 지급하지 않고 남겨두는 방식입니다.
수급사업자가 이미 약정된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했다면 원사업자는 하자보수의무에 관한 별도의 담보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공사대금의 10%를 추가로 지급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같은 위험에 대해 담보를 이중으로 확보하는 결과가 됩니다.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정 금액의 지급을 잠시 보류하는 것과, 증권까지 제출했는데도 하자담보책임기간 전체에 걸쳐 공사대금을 유보하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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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자보수보증증권 미제출 시 동시이행항변의 법리
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기간 중에 발생한 하자의 보수나 그 보수비용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도급인에게 하자보수보증금을 현금 또는 보증기관이 발행한 보증서로 예치하기로 약정한 경우, 수급인의 하자보수보증금 또는 보증서 예치의무는 도급인의 잔여 공사대금 채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수급인이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면, 도급인은 그 의무가 이행될 때까지 하자보수보증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동시이행항변권은 어디까지나 수급인이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할 때까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능에 불과합니다. 수급인이 약정된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정상적으로 제출한 이상, 원사업자는 더 이상 이를 이유로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하면 수급인의 하자보수보증증권 교부의무 자체가 소멸하므로, 그 이후에는 동시이행항변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하자보수책임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의 내용이 이미 구체화된 단계(예: 감정이 이루어진 경우)에 이른 경우에는, 도급인은 직접 그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하면 충분하므로, 그러한 단계에서까지 하자보수보증증권 미제출을 이유로 공사대금 지급채무에 관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한편, 도급인이 동시이행항변권 행사를 포기하고 공사대금을 이미 전액 지급한 이후에는, 하자보수보증증권 미제출을 이유로 별도의 하자보수보증금을 청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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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했는데도 유보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가. 부당특약 해당 가능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3조의4 제1항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이하 ‘부당한 특약’이라 한다)을 설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하도급법 제3조의4 제1항).
같은 조 제2항 제4호 및 하도급법 시행령 제6조의4는 법에서 보호하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에게 부과된 의무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약정을 부당한 특약으로 봅니다(하도급법 시행령 제6조의4).
수급사업자가 이미 약정된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가 하자담보책임기간 전체에 걸쳐 공사대금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지 않는 유보금 특약은, 수급사업자의 정당한 대금 수령권을 침해하는 부당특약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하자보수보증증권이라는 담보가 확보된 상태에서 추가로 공사대금을 유보하는 것은 같은 위험에 대해 이중으로 담보를 확보하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나. 부당특약의 사법상 효력
하도급법 제3조의4 제3항(2025. 4. 1. 신설)은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해당하는 부당한 특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하고, 같은 항 제4호에 해당하는 부당한 특약은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하도급법 제3조의4 제3항).
다만 이 조항은 2025. 4. 1. 신설된 것이므로, 그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2025. 4. 1. 이전에 체결된 계약의 경우, 하도급법 제3조의4는 그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징금·벌칙 등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규정할 뿐 약정의 사법상 효력을 직접 부인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으므로, 부당특약에 해당하더라도 그 사법상 효력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종전 법원의 일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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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든 유보금 약정이 무조건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하도급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보금 약정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다음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공사의 내용과 거래의 특성
- 수급사업자가 계약이행보증이나 하자보수보증 의무를 이행했는지
- 유보하는 금액의 규모와 비율
- 지급을 보류하는 기간
- 실제 하자가 발생했는지
- 해당 업종의 거래관행
예를 들어 수급사업자가 약정된 하자보수보증증권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 그 의무가 이행될 때까지 합리적인 범위에서 대금 지급을 보류하는 약정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고 예상되는 하자보수비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도 그 상당액에 관해서는 동시이행항변이나 상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건물신축 도급계약에서 신축된 건물에 하자가 있고 그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이 공사 잔액 금액 이상이어서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 내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 등에 기하여 수급인의 공사잔대금 채권 전부에 대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한 때에는, 수급인은 하자보수의무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의무 등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이상 공사잔대금 채권에 기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하자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하자보수보증증권까지 정상적으로 제출됐는데, 막연히 장래의 하자를 이유로 공사대금의 10%를 장기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유보금의 비율과 기간이 과도할수록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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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약서에 서명했더라도 다툴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3조의4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하도급법 제3조의4 제1항). 2025. 4. 1. 신설된 제3항에 따라 일정한 부당특약은 사법상 효력도 부인됩니다(하도급법 제3조의4 제3항).
다만 모든 부당특약이 동일한 요건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해당하는 부당특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이고, 제4호(시행령·고시에서 정한 유형)에 해당하는 부당특약은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한하여 해당 부분이 무효가 됩니다(하도급법 제3조의4 제3항).
따라서 계약서에 유보금 조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사업자가 무조건 그 조항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유보금 조항이 없는데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지급액을 줄였다면 원사업자의 법적 근거는 더욱 약해집니다.
다만 하도급법이 적용되려면 해당 거래가 법에서 정한 건설위탁에 해당하고,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역시 법정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계약서 제목에 ‘하도급계약’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당연히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 민법상 도급계약의 내용, 공사대금 지급시기, 하자 발생 여부 및 약관규제법 적용 가능성 등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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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보금을 돌려받으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먼저 계약서 본문과 특수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유보금 조항이 계약서 본문에는 없고 특수조건이나 현장설명서에만 들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자료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 공사 완료 및 검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 기성금·준공금의 지급기일
- 하자보수보증증권과 제출일
- 원사업자가 증권을 수령했다는 증거
- 대금 중 실제로 지급되지 않은 금액
- 원사업자가 제시한 지급 보류 사유
- 하자 발생 및 하자보수 요구 여부
- 세금계산서, 기성청구서 및 공사대금 지급내역
그다음 원사업자에게 유보금의 법적·계약상 근거와 지급 예정일을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현장소장이나 담당자의 구두 답변만 듣고 기다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라면 목적물의 수령일 또는 건설위탁의 인수일부터 원칙적으로 60일 이내의 가능한 짧은 기한으로 정한 지급기일까지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기성금이나 준공금을 받은 경우에는 그 지급일부터 15일 이내에 해당 부분의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규정도 확인해야 합니다. 지급기일을 넘겼다면 지연이자도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지급을 계속 거부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 또는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원사업자의 재산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소송에 앞서 가압류가 필요한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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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자가 있다는 말만으로 대금 전액을 보류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하자가 존재한다면 원사업자는 하자보수 또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자와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이 공사잔대금 이상인 경우에는 잔대금 전부에 대한 동시이행항변이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30653 판결).
그러나 구체적인 하자 항목이나 보수비 산정 없이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대금 전부 또는 일정 비율을 일률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자가 있다면 하자의 내용과 보수비를 산정해야 합니다. 대금을 유보하려면 유보하는 금액과 하자 사이에도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합니다. 장래 발생할지 알 수 없는 하자를 이유로 계약금액의 10%를 일단 떼어놓는 방식은 그 자체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건설업계의 관행은 법률상 근거가 아닙니다. 특히 하자보수보증증권까지 제출한 상태라면 원사업자는 왜 별도의 유보금까지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단순히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계약서와 보증서, 지급기일 및 실제 하자 발생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유보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의 성격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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