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만든 제품을 계약 관계도 없는 제3자가 팔고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저 업체와 계약한 적도 없는데?”
“공식 대리점도 아닌데 왜 우리 브랜드명을 걸고 팔지?”
“가격을 너무 낮춰서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지고 있는데 막을 수 없나?”
특히 브랜드 제품, 산업재,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전자기기, 프랜차이즈 관련 물품처럼 유통 관리가 중요한 제품이라면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우리 제품을 다시 판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판매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정상적으로 판매된 정품이라면, 그 물건을 구입한 사람이 다시 파는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판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었는지, 상표를 부당하게 사용했는지, 계약상 유통 제한을 위반했는지, 브랜드 신용을 훼손했는지입니다.

1. 정품을 다시 파는 것 자체가 항상 불법은 아닙니다 — 상표권 소진의 원칙
많은 기업이 다음과 같이 오해합니다.
“우리 회사가 허락하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이 우리 제품을 팔면 상표권 침해 아닌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표권자는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관하여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상표권이 있다고 해서, 정품이 한 번 정상적으로 시장에 유통된 뒤 그 물건의 모든 재판매까지 무한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상표권 소진의 원칙(권리소진 이론)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상표권자 또는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 회사가 A에게 정품을 판매했습니다.
- A가 그 물건을 다시 B에게 팔았습니다.
- B가 다시 온라인에서 C에게 팔았습니다.
이 경우 제품이 진짜 정품이고, 품질이 변질되지 않았으며, 소비자에게 “공식 대리점” 또는 “공식 인증 판매처”인 것처럼 오인시키지 않았다면, 단순 재판매 자체만으로 상표권 침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정품 재판매는 원칙적으로 막기 어렵습니다.
2. 그러나 “공식 판매처인 것처럼 보이게” 하면 문제가 됩니다.
문제는 재판매자가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회사와 공식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 공식 대리점이라고 표시한 경우
- 공식 총판이라고 표시한 경우
- 본사 인증 판매처라고 표시한 경우
- 공식 A/S 가능 업체처럼 광고한 경우
- 회사 로고와 브랜드 이미지를 과도하게 사용한 경우
- 제품 상세페이지를 마치 본사 운영 페이지처럼 구성한 경우
상표법의 핵심 보호 목적은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매자가 회사의 상표나 로고를 사용하면서 소비자에게 “이 업체가 본사와 공식 관계가 있다”고 오인하게 만들었다면, 상표권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상품 또는 영업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나목).
정리하면, 제품명을 설명하기 위해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것과 공식 판매처인 것처럼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전자는 허용될 여지가 있지만, 후자는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3. “정품”이라고 팔지만 실제로는 리퍼·중고·병행수입품이면 더욱 문제가 됩니다.
재판매자가 제품을 팔면서 “정품”이라고 표시하더라도, 실제 판매되는 물건의 상태가 본사 유통 제품과 다르면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 개봉품을 새 제품처럼 판매한 경우
- 중고품을 신품처럼 판매한 경우
- 리퍼 제품을 정상 제품처럼 판매한 경우
-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정상 제품처럼 판매한 경우
- 본래 구성품 일부가 빠진 제품을 완제품처럼 판매한 경우
- 해외 병행수입품을 국내 공식 유통 제품처럼 판매한 경우
- 본사 A/S가 불가능한 제품을 A/S 가능 제품처럼 광고한 경우
이 경우에는 제품의 성질, 상태 등에 대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품을 사칭하거나 상품 또는 그 광고에 상품의 품질, 내용, 제조방법, 용도 또는 수량을 오인하게 하는 선전 또는 표지를 하거나 이러한 방법이나 표지로써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바목).
또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매자가 제품 상태, 유통 경로, 보증 조건, A/S 가능 여부, 구성품, 제조일자, 원산지 등을 사실과 다르게 표시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및 표시광고법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회사가 문제 삼아야 할 포인트는 단순히 “우리 허락 없이 팔았다”가 아닙니다.
정확히는 다음과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 이 제품이 정품인지
- 정상 유통 제품인지
- 개봉·중고·리퍼 여부가 제대로 표시되었는지
- 소비자가 공식 판매 제품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는지
- A/S 가능 여부가 정확히 고지되었는지
- 본사 보증이 적용되는 것처럼 광고했는지
만약 위와 같은 포인트에서 문제가 있다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4. 대리점·총판이 계약을 어기고 재판매한 : 계약위반 이슈
이번에는 재판매자가 전혀 모르는 제3자가 아니라, 기존 대리점·총판·납품처인 경우를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특정 대리점과 계약하면서 다음과 같은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 지정 지역 외 판매 금지
- 온라인 판매 금지
- 특정 플랫폼 판매 금지
- 최저 판매가격 준수 요청
- B2B 공급 제품의 B2C 전환 판매 금지
- 거래처 외 제3자 전매 금지
- 수출 금지 또는 특정 국가 판매 금지
- 공식 판매처 표시 기준 준수
이런 약정이 있는데도 대리점이 이를 위반해 제품을 온라인에 풀거나, 다른 리셀러에게 넘기거나, 해외로 재판매했다면 계약위반 문제가 됩니다.
이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 여부와 별개로, 계약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공급 중단, 계약 해지, 손해배상, 위약벌 또는 위약금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상 이러한 항목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이경우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유통 제한 조항은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영역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제조사나 공급사가 대리점의 재판매가격을 직접적으로 구속하는 경우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 공정거래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격을 절대 이 이하로 팔지 말라”는 방식의 직접적인 가격 구속은 신중해야 합니다. 대신 브랜드 정책, 권장소비자가격, 공식 판매처 표시 기준, 품질보증 기준, 온라인 판매 가이드라인, A/S 조건 등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이 더 안전합니다.
5. 비공식 리셀러를 막고 싶다면 사후 대응보다 유통 구조 설계가 중요합니다
이미 물건이 시장에 풀린 뒤에는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정품이 정상적으로 판매된 뒤 제3자에게 넘어갔다면, 단순 재판매 자체를 막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사후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보다, 처음부터 유통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대리점·총판계약서에 판매 채널 제한을 명확히 둬야 합니다.
단순히 “회사의 영업정책을 준수한다”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온라인 판매 가능 여부, 오픈마켓 입점 가능 여부, 해외 판매 가능 여부, B2B 전용 제품의 전매 가능 여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둘째, 공식 판매처 표시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누가 “공식 대리점”, “공식 인증 판매처”, “본사 지정 업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표시 중단, 계약 해지,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는 점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셋째, A/S와 품질보증 적용 범위를 구분해야 합니다.
비공식 유통 제품, 병행수입품, 개봉품, 중고품, 리퍼 제품에 대해 본사 보증이 적용되는지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이를 알기 쉽게 고지해야 합니다.
넷째, 제품 식별번호와 유통 추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느 대리점에서 물건이 흘러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 시리얼 번호, 출고처 관리, 거래처별 물량 관리가 없으면 불법 유통 정황을 알아도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러한 유형의 문제의 핵심은 재판매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오인을 막고 브랜드 신용을 보호하며 유통 구조를 통제할 수 있는 계약과 증거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