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A사는 거래처 B사에 부품을 납품했습니다. B사는 제품을 별다른 이의 없이 인수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납품 후 몇 달이 지나자 B사는 일부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했다며 이렇게 통보했습니다.
“납품된 제품에 하자가 있으므로 미지급 대금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이미 지급한 금액과 추가 손해도 청구하겠습니다.”
제품에 실제 문제가 있다면 공급업체가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래처가 뒤늦게 하자를 주장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납품대금 전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 쟁점은 ① 하자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② 거래처가 적시에 검사하고 통지하였는지, ③ 계약서에 어떠한 검수·보증 조항이 있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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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인 간 매매에서는 납품받은 즉시 하자여부를 검사해야 합니다
기업 간 물품거래, 즉 상인 간의 매매에는 상법상 특별한 검사·통지의무가 적용됩니다.
즉 물건을 받은 매수인은 받자마자 하자여부를 검사해야 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매도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그 하자를 이유로 계약해제, 대금감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상법 제69조 제1항).
따라서 B사가 제품을 납품받고도 상당 기간 검사를 하지 않았거나, 하자를 발견하고도 A사에 알리지 않은 채 계속 사용하였다면, B사의 하자 주장은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그리고 “적시에 검사하고 하자를 통지하였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매수인(B사)이 직접 입증하여야 합니다.
2. ‘6개월 이내라면 언제 통지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납품 직후에는 외관상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숨은 하자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상법은 매수인이 물품을 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하자를 발견하였다면, 발견한 즉시 매도인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69조 제1항 후단).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6개월은 클레임을 미루어도 되는 유예기간이 아닙니다. 예컨대 납품 후 2개월 만에 하자를 발견하였다면, 그 시점에 곧바로 통지하여야 합니다. 잔여 4개월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B사가 언제 하자를 발견하였는지, 발견 후 얼마 만에 통지하였는지는 분쟁에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3. 뒤늦은 클레임이라고 무조건 배척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A사도 “납품 후 시간이 지났으니 책임이 없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됩니다. 다음 세 가지 경우에는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가. 계약서에 품질보증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상법 제69조는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입니다. 계약서에 1년의 품질보증기간, 별도의 성능보증 조항, 또는 보증기간 이후의 책임 조항을 두었다면 그 약정이 상법 규정보다 우선하여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나.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 문제 되는 경우
상법상 하자담보책임이 제한되더라도, 공급업체가 계약에서 정한 성능이나 사양에 맞지 않는 제품을 납품한 행위가 별도의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상법 제69조의 검사·통지의무가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전제요건이고, 불완전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청구 명칭만 ‘하자담보책임’에서 ‘채무불이행’으로 바꾼다고 하여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상 보장된 품질·성능, 하자의 발생 원인, 공급업체의 귀책사유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다. 공급업체가 하자를 알고도 숨긴 경우
공급업체가 하자를 알고도 이를 숨기거나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법 제69조 제2항에 따라 검사·통지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공급업체는 이를 근거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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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부 하자를 이유로 대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가
제품 일부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체 납품대금의 지급을 당연히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처가 대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하려면 적어도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 항목 | 내용 |
|---|---|
| 하자 수량 | 실제 하자가 발생한 제품의 수량과 전체 대비 비율 |
| 하자 내용 | 계약상 품질기준 또는 사양에서 벗어난 구체적 내용 |
| 귀책 근거 | 하자가 공급업체의 제조·납품 과정에서 발생하였다는 근거 |
| 손해액 | 수리비, 교환비, 폐기비용 등 구체적인 손해액 |
| 통지 자료 | 적시에 검사하고 하자를 통지하였다는 자료 |
일부 제품만 문제이고 나머지 제품은 정상적으로 사용하였다면, 납품대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과도한 대응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하자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처가 일방적으로 전체 대금을 공제하는 경우, 공급업체는 미지급 물품대금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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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급업체가 클레임을 받는 즉시 확보하여야 할 자료
거래처가 하자를 주장하면 공급업체는 곧바로 책임을 인정하거나 막연히 부인하여서는 안 됩니다. 먼저 다음 자료를 확보하여야 합니다.
- 납품일과 제품의 제조번호·로트번호
- 하자 발견일과 최초 통지일
- 불량 제품의 사진·영상·실물 샘플
- 전체 납품수량과 불량수량
- 입고검사 및 품질검사 기록
- 제품의 보관·사용·가공 방법
- 제3자 검사기관의 시험성적서
- 하자 발생 이후에도 제품을 계속 사용하였는지 여부
제품이 납품 후 부적절하게 보관되었거나, 거래처의 조립·가공·사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당사자가 함께 현물을 확인하고, 문제 제품을 임의로 폐기하지 못하도록 조치하여야 합니다. 소송이 시작된 후 하자 샘플이 남아 있지 않아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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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약서에서 검수와 하자통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합니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계약서에 단순히 “하자가 있으면 공급자가 책임진다”고만 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최소한 다음 사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납품 후 검수기간
- 외관검사와 성능검사의 방법
- 하자통지의 방식과 기재사항
- 통지기간이 경과하면 검수가 완료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
- 품질보증기간과 보증 범위
- 수리·교환·재납품의 우선순위
- 간접손해와 영업손실의 배상 여부
- 하자 제품의 보관 및 공동검사 절차
- 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 범위
특히 ‘검수 완료’와 ‘품질보증’은 구별하여야 합니다. 납품 당시 검수에 합격하였더라도 보증기간 중에 발견된 숨은 하자에 대하여는 공급업체가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품질보증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처가 납품대금 전액을 보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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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후 수개월이 지나 제기된 하자 주장은 그 자체로 무효도 아니고, 그 자체로 정당한 것도 아닙니다.
거래처가 하자책임을 주장하려면 실제 하자와 손해를 입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제품을 적시에 검사하고 하자를 발견한 즉시 공급업체에 통지하였다는 사실도 밝혀야 합니다 (상법 제69조 제1항).
공급업체 역시 시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부정하여서는 안 됩니다. 계약서상 품질보증기간, 하자의 성격, 공급업체가 하자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 별도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는지를 함께 검토하여야 합니다 (상법 제69조 제2항).
결국 하자 분쟁의 승패는 “제품이 불량이었다”는 주장보다, 언제 검사하였고, 언제 발견하였으며, 무엇을 어떠한 자료로 통지하였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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