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키운 회사입니다. 그런데 제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사망하면 회사는 어떻게 됩니까? 가족들은 경영을 모르고, 상속세를 낼 현금도 없습니다. 남아 있는 주주나 임원들이 경영권을 가져가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중소·중견기업 대표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많은 기업이 매출, 투자, 신규 사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대표이사의 사망이나 장기 의식불명과 같은 경영권 공백 리스크에는 거의 대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단순히 대표자 한 명이 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이사 선임이 지연되어 회사의 의사결정과 대외 업무가 마비될 수 있고, 대표자가 보유하던 주식이 여러 상속인에게 분산되면서 새로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유족은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어 비상장주식을 급히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1. 첫 번째 안전장치
대표이사 유고에 대비한 경영승계 체계와 주식 매매약정
1) 경영 공백을 막는 회사 내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사망하거나 장기간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즉시 후임 대표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다음 사항을 정비해야 합니다.
- 대표이사 외에 실제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이사를 확보할 것
- 대표이사 유고 시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를 소집할 사람과 절차를 명확히 할 것
- 후임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 내부 업무를 총괄할 순위와 권한을 정할 것
- 법인인감, 인터넷뱅킹, 전자결재, 주요 거래처 연락망과 중요 계약의 보관·접근 체계를 정비할 것
- 회사 규모와 이사회 설치 여부에 따라 정관, 이사회 규정과 업무전결 규정을 서로 일치시킬 것
대표이사 한 명만 모든 권한과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그 대표가 갑자기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사실상 회사 전체가 정지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부사장이 대표 업무를 대행한다”는 내부 문구만으로는 대외적인 대표권까지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후임 대표이사의 적법한 선임 절차와 금융기관·거래처에 대한 권한 변경 절차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2) 사망을 조건으로 한 주식 매매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상속으로 인한 지분 분산과 외부 매각을 방지하려면 정관만이 아니라 대표주주, 공동주주와 필요한 경우 가족이 참여하는 주주간계약 또는 주식매매예약계약을 별도로 체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주주들 사이에서 주식의 양도를 일부 제한하거나 특정 조건에 따른 매매를 약정하는 계약은,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다만 이러한 약정은 회사에 대한 관계가 아닌 당사자 사이의 채권적 효력을 가지는 데 그치므로,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 등 채권적 구제수단을 통해 집행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합니다.
계약에는 다음 사항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 대표주주의 사망 또는 장기적 업무불능을 매매 사유로 정할 것
- 누가 주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지 정할 것
- 잔존 주주의 콜옵션과 상속인의 풋옵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정할 것
- 주식가액을 순자산가치, 수익가치, 외부평가기관 평가액 중 어떤 방식으로 산정할 것인지 정할 것
- 평가 기준일, 할인·할증 여부와 평가기관 선정 절차를 정할 것
- 매매대금의 지급기한, 분할지급, 담보제공 방법을 정할 것
- 보험금, 적립금이나 외부 차입 등 매수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
-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의결권 행사와 매매 절차를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 정할 것
회사를 주식 매수인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자기주식 취득에 관한 상법상 요건(배당가능이익 범위, 주주평등 원칙,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 등)을 충족해야 하므로, 무조건 회사가 매수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잔존 주주가 우선 매수하도록 하고,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은 법률상·재무상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표자의 생전 약정이 사망 후 상속인에게도 실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계약 조항뿐 아니라 유언, 유언대용신탁, 보험과 상속세 재원 계획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2. 두 번째 안전장치
임원 퇴직금과 유족보상금의 법적 근거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대표이사가 사망한 뒤 유족에게 회사 자금을 지급하려고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오랫동안 회사를 경영한 대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 인간적으로는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와 대표자는 법적으로 별개의 주체입니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회사 자금을 지급하면 다른 주주나 채권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1) 임원 퇴직금은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정관에 그 금액을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388조). 이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입니다.
대법원은 임원의 퇴직금이나 퇴직위로금도 재직 중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서 상법 제388조의 ‘보수’에 포함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관 또는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에 근거가 없다면, 이사는 회사에 퇴직금 지급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
또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받는 퇴직금 중간정산금도 퇴직금과 성격이 동일하므로, 정관 등에서 퇴직금의 액수에 관하여만 정하고 있다면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별도의 주주총회 결의가 없는 한 이사는 퇴직금 중간정산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주주총회가 전체 임원 보수의 한도 등 기본 기준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이사회가 개별 지급액을 정하도록 하는 정도의 위임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주주총회의 통제를 배제한 채 이사회나 대표이사에게 임원 보수의 결정 권한을 포괄적으로 맡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따라서 정관에는 다음과 같은 위임 근거를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은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하며, 퇴직금의 지급기준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은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른다.”
그 후 별도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만들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정관 개정 자체는 상법상 특별결의가 필요하지만, 정관의 위임에 따라 별도의 지급규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결의는 정관에서 정한 결의요건에 따릅니다.
2) 지급규정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는 적어도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적용 대상이 되는 임원의 범위
- 퇴임, 사망, 해임 등 지급 사유
- 근속기간 산정 방법
- 기준보수의 범위
- 지급률과 지급한도
- 중도 취임·퇴임 시 계산 방법
-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임원에 대한 감액 또는 지급제한
- 보험금이나 다른 보상금과의 중복 지급 조정
- 규정 제정 전 근속기간을 소급하여 인정할 것인지 여부
특히 대표자 개인에게만 유리하도록 퇴임 직전에 지급배수나 기준보수를 대폭 올리는 방식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다른 주주와 회사가 지급의 효력을 다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유족보상금은 퇴직금과 구분하여 설계해야 한다
유족특별위로금이나 유족보상금은 임원 퇴직금과 성격이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 지급 목적과 구조에 따라 임원 보수,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손해보상 또는 단순한 증여적 지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려면 다음 사항을 별도로 정해야 합니다.
- 사망 원인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
- 재직 중 사망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여부
- 지급 대상 유족의 범위와 우선순위
- 지급액 산정방식과 상한
- 단체보험금 또는 개인보험금과의 관계
-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된 경우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 주주총회 승인과 이해관계 있는 주주의 의결권 문제
- 세법상 소득 구분과 원천징수 방법
유족보상금은 지급규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유효하거나 전액 비용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급 목적, 금액의 합리성, 회사 규모, 다른 임원과의 형평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4) 근거 없는 지급이 곧바로 배임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임원 또는 유족에게 회사 자금을 지급하면 지급행위가 무효로 판단되거나, 부당이득 반환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 결의 없이 지급된 임원 보수는 강행규정인 상법 제388조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회사는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지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책임이 인정되려면 임무위배 행위, 본인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익, 회사의 재산상 손해와 고의 등 배임죄의 요건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지급 경위, 근무 실체, 결의의 존재, 금액의 상당성과 회사 손해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규정이 없으면 무조건 배임”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부정확하지만, 사후에 이사회가 승인하거나 모든 주주가 동의하면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위험합니다.

대표이사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다음 문서와 제도가 서로 맞물려 있어야 합니다.
첫째,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는 대표이사 유고 시 후임자를 신속하게 선임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주주간계약에는 대표주주의 사망이나 장기 업무불능을 조건으로 한 주식매매 절차, 가격산정 방식과 자금조달 방안을 규정해야 합니다.
셋째, 임원퇴직금 및 유족보상금 지급규정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미리 제정하고 주주총회의 적법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넷째, 유언, 신탁, 보험, 상속세 재원과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다섯째, 회사 가치와 주주 구성이 바뀔 때마다 정관과 주주간계약을 정기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

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단의 “상담 문의/예약“을 이용해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