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매수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분묘가 하나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 땅인데… 그냥 옮기면 되는 거 아닌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하면 오히려 더 큰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분묘기지권’입니다.
1. 분묘기지권이란 무엇인가?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 위에 설치된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기 위하여 그 분묘의 기지(基地) 및 주변 필요 범위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관습법상의 물권)입니다. 지상권(대지 위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며, 등기 없이도 성립하고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즉, 토지를 매수한 새 소유자라 하더라도,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분묘에 대해서는 함부로 철거하거나 이장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2. 분묘기지권은 어떻게 성립하는가?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로부터 분묘 설치에 관한 승낙을 받은 경우, 분묘기지권이 성립합니다. 이 경우 분묘기지권은 등기 없이도 제3취득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나.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토지를 양도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뒤, 그 토지를 타인에게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분묘기지권이 성립합니다. 이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다271834,271841 판결)
다. 타인 소유 토지에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취득시효형)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하였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 유사의 관습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합니다. 이를 등기하지 않고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다231358 판결,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중요한 제한: 다만, 2001. 1. 13.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시행 이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취득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 취득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한하여 위 관습법이 여전히 유효합니다.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3. 분묘기지권의 효력 범위
분묘기지권의 효력은 분묘의 기지(봉분이 위치한 부분) 자체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분묘 기지 주위의 공지(空地)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칩니다. 그 구체적인 범위는 개별 사안마다 달리 판단됩니다.
또한 분묘기지권은 분묘기지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분묘를 설치하거나 원래의 분묘를 다른 곳으로 이장할 권능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6885 판결)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토지 부분에 대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가 제한되며,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을 가진 분묘 소유자의 토지 사용을 방해하여서는 안 됩니다.
4. 분묘기지권이 있는 토지를 매수한 경우, 매수인의 대응 전략
가. 먼저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를 확인하라
분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사항을 우선 확인해야 합니다.
- 분묘 설치 시기: 장사법 시행일(2001. 1. 13.) 이전인지 이후인지
- 분묘의 외형: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지 (평장·암장된 경우 분묘기지권 불인정)
- 점유 기간: 무단 설치의 경우 20년 이상 평온·공연한 점유가 있었는지
- 관리처분권자: 분묘의 관리처분권을 가진 자(통상 종손 또는 제사 주재자)가 누구인지
나.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 → 분묘굴이(掘移) 및 토지인도 청구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의 관리처분권자를 상대로 분묘굴이(분묘 철거 및 이장) 및 해당 토지 부분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청구의 상대방은 반드시 분묘의 관리처분권을 가진 자이어야 하며, 종손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종손이 관리처분권자입니다.
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경우 → 지료 청구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더라도,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地料)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분묘기지권자는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 설치 후 양도한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다271834,271841 판결)
라. 지료 미지급 시 →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
분묘기지권자가 판결로 지료 액수가 정해졌음에도 책임 있는 사유로 상당한 기간 동안 지료 지급을 지체하여 지체된 지료가 판결 확정 전후에 걸쳐 2년분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287조를 유추적용하여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마. 매도인에 대한 담보책임 추궁
분묘기지권의 존재를 모르고 토지를 매수한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민법 제575조의 유추적용에 의한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즉, 분묘기지권은 지상권 유사의 물권으로서 토지의 사용·수익을 제한하는 권리이므로, 매수인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 매도인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 제척기간: 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매수인이 분묘기지권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 매수인의 과실: 매수인이 토지 현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아 분묘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경우, 손해배상 범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매매계약서상 특약: 매매계약서에 분묘 이장 책임이 매수인에게 있다는 특약이 있거나, 매수인이 분묘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담보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5. 실무상 주의사항 정리
| 상황 | 대응 방법 |
|---|---|
|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 불명확 | 설치 시기·점유 기간·외형 등 사실관계 확인 후 판단 |
| 분묘기지권 불성립 | 관리처분권자 상대로 분묘굴이·토지인도 청구 |
| 분묘기지권 성립 | 지료 청구 소송 제기 |
| 지료 장기 미납 | 민법 제287조 유추적용,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 |
| 매수 당시 분묘 존재 몰랐던 경우 | 매도인에게 민법 제575조 유추적용 담보책임 추궁 (1년 제척기간 주의) |
분묘가 있는 토지를 매수한 경우, 절대로 임의로 분묘를 훼손하거나 이장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형사상 분묘발굴죄(형법 제160조)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의 성립 여부를 정확히 파악한 뒤, ① 성립하지 않는다면 관리처분권자를 상대로 한 분묘굴이 청구, ② 성립한다면 지료 청구 및 지료 미납 시 소멸 청구, ③ 매도인에 대한 담보책임 추궁이라는 단계적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토지 매수 전에는 반드시 현장 답사를 통해 분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분묘가 있는 경우 매매계약서에 이장 책임 및 비용 부담에 관한 특약을 명확히 기재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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