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일부 갚으면 사기죄는 안 되나요?

돈을 빌려준 뒤 상대방이 연락을 끊었습니다. 형사 고소를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일부 금액이 입금됩니다.

“일단 이것부터 갚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갚을 의사는 있었던 거니까 사기죄는 아닌가?” “일부라도 갚았으니 처벌은 어렵겠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부 변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1. 사기죄의 핵심은 ‘돈을 빌릴 당시의 의도’입니다

사기죄는 단순히 돈을 못 갚았다고 해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이 조문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일관되게 강조합니다.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변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2. 일부 변제는 ‘무죄 사유’가 아니라 ‘판단 자료’ 중 하나입니다

가. 일부 변제가 있어도 사기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일부 변제가 있으면 사기죄가 자동으로 부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대법원은 기망수단으로 금원을 제공받은 경우, 그 중 일부를 변제하였더라도 당초 수령액 전부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기망수단으로서 변조 또는 위조한 차용증서 등을 제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진정한 금전 소비대차관계가 성립되어 피해자가 그 차용인들로부터 일부를 회수하였다고 할지라도 당초의 수령액 전부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그 수령액에서 진정하게 소비대차가 성립한 금액을 공제한 액수에 한하여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8. 4. 24. 선고 98도248 판결)

나. 일부 변제가 있어도 사기죄가 인정된 사례

[사례 1 ]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5,800만 원을 차용한 후, 12회에 걸쳐 원리금 120만 원씩을 변제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일부 변제를 했으니 편취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① 피고인이 차용금을 인터넷 도박이나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고, ② 별다른 변제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③ 마지막 차용 이후 피해자의 연락을 회피하고 나머지 돈의 반환을 거부하였다는 점을 들어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을 선고하였습니다.

[사례 2 ]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수회에 걸쳐 상당한 금액을 차용하면서 그 중 일부를 변제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월수입, 재산 등 변제자력, 차용금의 사용처, 일부 변제한 돈의 출처 등을 종합하여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

3. 법원은 ‘전체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가. 편취의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

사기죄의 핵심인 편취의 고의(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직접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객관적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구체적으로 법원이 살펴보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 사기죄가 인정되는 경우 — 일부 변제가 오히려 ‘기망 유지 수단’으로 평가되는 경우

1) 처음부터 갚을 능력도 의사도 없었던 경우

[사례]

피고인은 제2금융권 채무만 9,000만 원 상당이어서 이자만 매월 17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월급 320만 원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사업수익 등으로 곧 상환할 수 있다”고 속여 금원을 편취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려 기존 채무를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

2) 소액 변제로 피해자를 안심시킨 후 연락을 끊은 경우

[사례]

피고인은 이미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 자금을 융통할 방도가 없음에도 피해자로부터 추가로 돈을 빌렸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의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차용금을 교부받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소액의 변제는 피해자를 안심시켜 추가 차용을 용이하게 하거나 고소를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차용한 경우

[사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빌린 돈 일부를 갚기는 하였으나, 법원은 이것이 사기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차용을 하였고, 법원은 이에 징역 8월을 선고하였습니다.

1) 차용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던 경우

[사례 ]

피고인은 차용 이후 피해자에게 원금 및 이자의 일부를 변제하였고, 이후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개인회생신청을 하였습니다. 법원은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수원지방법원 2016. 3. 18. 선고 2015노5735 판결)

2) 사업 악화 등 사후적 사정 변경으로 변제하지 못한 경우

[사례]

피고인은 차용금을 거래처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면서 사업을 운영하여 피해자에게 원리금을 변제해 오다가, 경영이 악화되어 영업을 중단하면서 나머지 돈을 갚지 못하게 된 사안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차용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4. “조금이라도 갚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

채무자 입장에서 가장 흔한 착각이 있습니다.

“일단 조금 보내면 형사 문제는 피하겠지.”

그러나 초기 의도가 불량하면, 사후의 일부 변제로는 이미 성립한 사기죄가 뒤집히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명확히 합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소극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할 의무 있는 사항을 묵비하여 이에 속은 타인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고, 이미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사후에 반환·변상했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일부 변제가 있어도 사기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편취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즉, “못 갚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돈을 빌린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5. 피해자 입장에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

반대로 채권자(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돈 일부 받았으니 형사 고소는 어렵겠다.”

이 판단도 틀립니다.

일부 변제는 ‘사기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차용 당시의 의도를 판단하는 여러 자료 중 하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일부 변제를 받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여전히 사기죄 고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이 있다면, 일부 변제가 있었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목표 성과급의 인금성 관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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