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말이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사기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지 않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판례는 공인중개사가 사기 범행에 명시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서 작성 방식이나 설명의무 위반, 나아가 과실로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까지 폭넓게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책임이 인정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 어디까지 책임이 인정되느냐입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판례를 유형별로 나누어, 공인중개사 책임이 인정되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 일반적인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시 책임범위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1. 개요 — ‘직접 가담 없는’ 공인중개사 책임의 법적 구조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주범과 명시적으로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아래와 같은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 중개행위 없이 계약서만 작성한 경우
-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 과실로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 (과실 방조)
- 자격증만 대여하고 실제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은 경우
각 유형별로 판례를 중심으로 상세히 살펴봅니다.
2. 유형 1 — 실제 중개행위 없이 계약서만 작성한 경우
가. 사실관계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6. 선고 2021가단5095580 판결)
- 공인중개사 B는 건물관리인 J의 부탁을 받아 임대인 F도, 임차인 원고도 만나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서에 중개인으로 서명·날인하였습니다.
- 중개수수료도 받지 않았고, 계약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 해당 빌라에는 신탁등기가 마쳐져 있었는데, 공인중개사는 신탁원부나 그 법률적 의미(신탁회사가 소유자이므로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집행절차를 취할 수 없다는 사실)를 원고에게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1) ‘중개행위’ 해당 여부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주관적 의사가 중개할 의사가 아니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임대차계약서에 중개인으로 서명·날인하여 계약서를 완성하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무 포인트: 공인중개사가 “나는 중개할 의사가 없었고 계약서만 써줬을 뿐”이라고 항변하더라도, 법원은 객관적 행위를 기준으로 중개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합니다.
2) 확인·설명의무 위반
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며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함에도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신탁관계 설정 사실 및 그 법률적 의미를 전혀 설명하지 않은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3) 책임 제한 — 과실상계 20%
다만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손해액의 20%로 제한하였습니다
- 원고와 임대인이 직접 계약을 체결한 점
- 공인중개사는 계약서만 작성하고 당사자들을 만나지 못하였으며 중개수수료도 받지 않은 점
- 계약서에 신탁관계가 기재되어 있었고, 임차인인 원고도 그 법률적 의미를 스스로 확인하였어야 했던 점
3. 유형 2 — 과실로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 (과실 방조)
가. 사실관계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13. 선고 2019가단5010852 판결)
- 피고 B(임차인)와 피고 C(매수인)는 공모하여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이용한 전세자금대출 사기를 계획하였습니다.
- 공인중개사 D는 이미 이 사건 아파트의 매매계약을 중개한 바 있었고, B와 C가 D에게 임대차계약서 작성 및 대출 금융기관 소개를 부탁하였습니다.
- D는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대출추천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 원고(보험회사)는 D가 실제 중개행위 없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대출추천서를 써준 것이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청구하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 청구 기각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인중개사 D의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실질적 중개행위가 있었다고 인정
- D는 이미 매매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로서, 매도인 H까지 동석한 자리에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 매매계약에 따른 임대인 지위 승계, 도배비용 지급 등 특약사항을 작성하였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도 작성하였습니다.
- 임대차보증금 계약금 수령 영수증도 작성되었고, 잔금 지급일에 관리비 정산에도 관여하였습니다.
-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단순히 계약서 대필만 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중개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사기 예견 가능성 부정
- D가 대출받을 금융기관을 추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B와 C가 이를 이용하여 전세자금 대출사기를 저지를 것이라는 점까지 예견하였으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무 포인트: 이 판결은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부정된 사례입니다. 과실 방조 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한 것을 넘어, 사기 범행의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4. 유형 3 — 대형 기획 전세사기에서 전담 중개인으로 가담한 경우
가. 사실관계 (인천지방법원 2023. 6. 14. 선고 2022가단287740 판결)
- 전세사기 주범 J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오피스텔 등 144세대에 대해 대규모 깡통전세 기획사기를 저질렀습니다.
- 공인중개사인 피고는 2016년 11월경 J로부터 채용되어 J 소유 부동산의 전세계약 중개를 전담하였습니다.
- 이 사건 건물에는 채권최고액 1억 6,56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임대인들은 고액상습체납자로 국세 체납액이 최소 13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 피고는 원고에게 ① 임대인들이 ‘금수저’라고 허위 설명, ② 근저당권 피담보채무를 성실히 변제하고 있다고 허위 설명, ③ 체납압류등기가 말소된 내역이 표시되지 않은 등기부등본을 교부하여 체납 사실을 은폐, ④ 민간임대등록 여부를 ‘해당 사항 없음’으로 허위 기재한 확인·설명서를 교부하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 전액 배상 인정
법원은 피고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전액 인정하였습니다
1) 확인·설명의무 위반의 구체적 내용
부동산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에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 채권최고액을 조사·확인하여 설명하면 족하고 실제 피담보채무액까지 조사할 의무는 없으나, 실제 피담보채무액에 관한 그릇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의뢰인에게 전달한 경우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됩니다
2)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의 구체적 내용
-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4호 위반: 중개대상물의 거래상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4호).
-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3항 위반: 민간임대등록 여부를 허위로 기재한 확인·설명서를 교부하였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3항).
3) 과실상계 불인정
법원은 피고가 임대인들로부터 위임장을 교부받아 임대 업무를 전담하고 임대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체납압류등기 내역이 표시되지 않은 등기부등본을 의도적으로 교부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아 과실상계를 인정하지 않고 임차보증금 1억 원 전액 배상을 명하였습니다 .
5. 유형 4 — 자격증 대여자의 책임 (직접 가담 없음)
가. 사실관계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8. 선고 2020가단5238137 판결)
- 피고 F은 피고 E에게 월 70만 원을 받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대여하였습니다.
- 피고 E은 F의 명의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피고 B·C·D와 공모하여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전세자금대출금을 편취하였습니다.
- 피고 F은 허위 임대차계약서 작성 등 범행에는 직접 가담하지 않았고, 대출과 관련하여 별도의 대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 피고 F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자격증 대여)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확정되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9고정335 확정).
나. 법원의 판단
1)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 인정
타인에게 자기 명의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경우, 외부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사업이 명의자의 사업이고 타인은 명의자의 종업원임을 표명한 것과 다름없으므로, 명의차용자가 업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명의대여자는 민법 제756조에 의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때 사용관계의 존재 여부는 실제로 지휘·감독을 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객관적·규범적으로 보아 사용자가 불법행위자를 지휘·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2)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 항변 배척
피고 F은 금융기관이 임대차계약서의 진정성을 확인하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면책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금융기관이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를 배척하였습니다
3) 책임 제한 — 20%
다만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 F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였습니다
- 자격증을 대여하였을 뿐 허위 임대차계약서 작성 등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점
- 대출과 관련하여 별도의 대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6. 유형 5 —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 위반 (일반적 과실)
가. 사실관계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1. 25. 선고 2023가단131972 판결)
- 공인중개사 B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 등을 빠짐없이 고지하는 등 확인·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되었습니다.
- 피고 B는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설령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원고의 손해는 전적으로 임대인의 기망에 따른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B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해 원고가 보증금 1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피고 협회는 피고 B와 체결한 공제계약에 따라 피고 B와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7. 유형 6 —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부정된 사례
가. 사실관계 (서울고등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나2020643 판결)
- 제1심 공동피고 B·D는 전세자금대출 사기 범행을 공모하고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체결하였습니다.
- 원고는 공인중개사인 피고가 임대차계약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계약서에 중개인으로 서명·날인하여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또한 임대차보증금이 거래시세보다 높고, 임대인이 계약서 작성 당시 피고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은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가 허위 계약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 청구 기각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실무 포인트: 공인중개사의 과실 방조 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임대차보증금이 시세보다 높다거나 임대인이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인중개사가 허위 계약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구체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8. 실무상 핵심 포인트 정리
가. 책임 인정의 핵심 요소
공인중개사가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이 인정되려면 다음 요소들이 중요합니다.
- 객관적 중개행위의 존재: 주관적 의사와 무관하게 계약서에 서명·날인하면 중개행위로 인정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6. 선고 2021가단5095580 판결).
- 확인·설명의무 위반의 구체성: 단순히 설명을 빠뜨린 것을 넘어, 그릇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전달한 경우 책임이 강화됩니다 (인천지방법원 2023. 6. 14. 선고 2022가단287740 판결).
- 사기 예견 가능성: 과실 방조 책임이 인정되려면 공인중개사가 사기 범행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필요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13. 선고 2019가단5010852 판결).
나. 책임 제한 (과실상계) 관련
- 임차인이 스스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거나 계약서의 법률적 의미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과실상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6. 선고 2021가단5095580 판결).
- 반면 공인중개사가 적극적으로 허위 정보를 제공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은폐한 경우에는 과실상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3. 6. 14. 선고 2022가단287740 판결).
다. 공제책임 관련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책임도 함께 인정됩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3항). 다만 공제금액은 공제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공제사고에 대한 총 보상한도이므로,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1. 25. 선고 2023가단131972 판결).
결국 공인중개사 책임의 판단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직접 가담했는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중개행위를 했는지, 확인·설명의무를 어떻게 이행했는지, 그리고 사기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됩니다.
같은 ‘미가담’ 상황이라도,
어떤 사건에서는 책임이 20%로 제한되고,
어떤 사건에서는 전액 배상이 인정되며,
또 어떤 사건에서는 아예 책임이 부정되기도 합니다.
이 차이는 결국 행위의 구체성과 위험 인식 가능성에서 갈립니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검토할 때는,
단순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판례가 축적해온 구조적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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