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법인카드 함부로 쓰지 마세요”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 관련성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직원의 법인카드 사용이 어느 지점에서 ‘업무상 횡령’으로 넘어가는지는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판례 기준, 실무에서 분쟁이 되는 상황, 회사 내부 규정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정리해드립니다.
1. 법인카드 개인 사용이 왜 문제인가
법인카드는 회사의 자금으로, 업무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직원이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 원칙적으로 업무상 횡령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 횡령죄는 업무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법인카드를 관리·사용하는 직원은 회사 자금을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가. 주요 특징
-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성립: 소액이라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변제 의사의 유무는 무관: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는 변명은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차용 당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상 보관 중인 재물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 사후 변제도 범죄 성립에 영향 없음: 횡령 후 전액을 변제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다만 양형이나 회사의 고소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
2. 핵심 쟁점: ‘업무 관련성’ 판단
실무에서 가장 큰 쟁점은 “해당 지출이 업무 관련인가, 개인적 용도인가”입니다.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적법한 사용이지만, 개인적 용도로 판단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가. 경계가 모호한 대표적 사례
- 거래처와의 식사: 업무상 접대비로 인정될 수 있으나, 참석자, 목적, 빈도 등이 불분명하면 개인 지출로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 재택근무용 장비 구입: 회사 업무에 필요한 장비인지, 개인적 편의를 위한 것인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 야근 시 교통비: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나, 사적 용무와 혼재된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회사 행사 준비물 구매: 지출 내역과 증빙이 명확하지 않으면 분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증빙 자료, 회사 내부 규정, 사전 승인 여부 등이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3. 횡령으로 인정된 실제 사례
판례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상 횡령을 인정합니다.
가. 횡령 인정 요소
- 사적 소비의 명백성: 개인 식사, 의류 구매, 가전제품, 개인 병원비, 해외여행 경비 등 명백히 개인적 용도인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1. 선고 2021고단1149 판결)
- 회사 규정 위반: 법인카드 사용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
- 허위 보고 또는 은폐: 지출 내역을 숨기거나 허위로 보고한 경우
- 반복적·상습적 사용: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수원지방법원 2023. 4. 26. 선고 2022노1409 판결)
- 승인 절차 미이행: 회사의 정식 승인이나 정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경우
나. 판례 사례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임원이 공적 업무수행을 위하여서만 사용이 가능한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계속적,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원에게는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신이 이익을 취득하고 주식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1도8870 판결).
4. “상사가 구두로 허락했는데요?” – 면책 여부
상사의 구두 승인만으로는 횡령죄 성립을 막기 어렵습니다. 업무상 횡령죄는 회사 자금 보관자로서의 의무 위반이 핵심이므로, 회사의 정식 규정과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가. 판례의 입장
판례는 구두 승인이나 관행만으로는 면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회사 내부의 정식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지출은 대부분 불인정됩니다.
나. 실무상 유의점
- 구두 승인은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회사 내부 규정상 요구되는 서면 결재, 증빙 제출 등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 관행적으로 허용되었다는 주장도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경우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5. “나중에 회사에 다 갚았어요” – 변제의 효과
업무상 횡령죄는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범죄가 기수에 이릅니다. 이후 전액을 변제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가. 변제의 법적 효과
- 범죄 성립에는 영향 없음: 횡령 후 변제는 범죄 성립 후의 사정으로, 범죄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지 못합니다.
- 양형 참작 사유: 다만 변제 여부는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 회사의 고소 여부에 영향: 실무적으로 전액 변제 시 회사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순서와 기준으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합니다.
가. 판단 기준
- 회사 내부 규정 및 업무 지침: 법인카드 사용 규정, 경비 처리 지침 등이 가장 우선적인 기준입니다.
- 지출 품목의 성격: 해당 지출이 객관적으로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 객관적 증빙 자료: 영수증, 지출 보고서, 결재 문서, 참석자 명단 등 객관적 자료의 존재 여부가 중요합니다.
- 회사의 정식 승인 여부: 사전 또는 사후에 회사의 정식 승인을 받았는지 확인합니다.
- 반복성 및 금액 규모: 일회성인지 반복적인지, 금액이 합리적 범위 내인지 검토합니다.
나. 불법영득의사 판단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6도3272 판결).
다만, 어떤 금전의 용도가 추상적으로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사용목적이나 사용처, 사용시기 등에 관하여 보관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의 사용권이 부여되어 있고, 지출한 후에 그에 관한 사후보고나 증빙자료의 제출도 요구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 보관자가 그 금전을 사용한 다음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여 바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여서는 안 되고, 그 금전이 본래의 사용목적과는 관계없이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합리적 범위를 넘어 과다하게 지출되었다는 등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검사가 입증하여야 합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11. 06 선고 2012고단2734 판결).
7. 회사 입장에서의 실무 대응
가. 예방 조치
- 명확한 내부 규정 마련: 법인카드 사용 가능 범위, 승인 절차, 증빙 제출 방법 등을 명확히 규정합니다.
- 정기적 점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기별 또는 월별로 정기 점검합니다.
- 증빙 요구: 업무 관련성이 불명확한 지출에 대해서는 즉시 증빙 자료를 요구합니다.
- 교육 실시: 직원들에게 법인카드 사용 규정과 횡령죄의 법적 책임에 대해 정기적으로 교육합니다.
나. 위반 시 조치
- 경고 및 시정 요구: 경미한 위반의 경우 우선 경고하고 시정을 요구합니다.
- 인사 조치: 반복적 위반 시 징계위원회를 통해 인사 조치를 취합니다.
- 형사 고소: 금액이 크거나 악의적인 경우 형사 고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미한 사안은 회사의 평판 리스크를 고려하여 내부 징계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직원 입장에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
가. 사전 예방
- 사전 결재 필수: 업무 관련성이 조금이라도 애매한 경우 반드시 사전에 결재를 받습니다.
- 개인 지출 절대 금지: 개인 물품이나 사적 지출에는 절대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 증빙 자료 보관: 모든 지출에 대해 영수증, 참석자 명단, 업무 목적 등을 기록하고 보관합니다.
나. 사후 관리
- 즉시 보고: 법인카드 사용 후 즉시 지출 내역을 보고하고 증빙을 제출합니다.
- 정산 절차 준수: 회사의 정산 절차를 정확히 따릅니다.
- 의심스러운 경우 상담: 업무 관련성이 불분명한 경우 인사팀이나 법무팀에 사전 상담을 받습니다.
9. 결론
법인카드의 개인 사용은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특히 업무 관련성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으므로, 회사는 명확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직원은 사전 승인과 증빙 자료 보관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나중에 갚으면 된다”거나 “상사가 허락했다”는 변명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법인카드는 회사의 자금이며,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