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실’의 입증이 매우 어렵다
형사소송에서는 의사의 과실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유죄가 인정됩니다. 단순히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과실로 보지 않으며, 다음 3가지 요건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
- 그 위반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 위법성과 책임성
그런데, 의학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의 영역입니다. 동일한 치료를 해도 환자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일부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은 의사의 잘못이 아니라 불가항력적 의학적 리스크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법원이 과실로 쉽게 단정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2. 전문가 판단(감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법원이 의료 과실을 판단할 때는 의료감정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그런데 국내 감정 시스템은 보수적이고, 의사의 ‘과실 없음’을 감정에서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감정서는 대부분 의사 집단 내부(의대 교수, 전문의 등)에 의해 작성되므로, 의사들끼리의 ‘암묵적 옹호’ 분위기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3. ‘합리적 의료행위’라는 방어 논리가 강력하다
의사들은 자신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했고, 해당 판단이 당시 의학적 기준에 부합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합리적 의료행위”라는 방어 논리인데, 법원도 이에 따라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특히 진단오류, 응급의료, 수술 중 합병증 등은 “어쩔 수 없는 의료 리스크”로 판단되기 쉽습니다.
4. 형사처벌 입증기준이 민사보다 훨씬 높다
민사소송(손해배상)은 50% 이상 가능성이 있으면 인과관계 인정되지만, 형사소송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수준’으로 입증되어야 함 → 기준이 훨씬 높습니다.
그래서 민사에서 일부 승소했더라도, 형사에선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5. 의료행위는 일종의 ‘허용된 위험’
현대 사회에서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일정 수준의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법은 이를 ‘사회적으로 허용된 위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완벽한 결과를 요구하지 않고, 통상적인 수준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는 유죄가 나온 사례입니다.
가.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다263434 판결 – 환자 낙상사고 관련 과실
1) 사건 개요
- 환자가 흉부 엑스레이 검사 도중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병원 의료진이 이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
- 사고 발생 약 4시간 후 환자에게 경련 증상이 나타났으나 알코올 중단에 따른 금단성 경련으로만 판단하여 항경련제만 투약
- 사고 발생 약 19시간 후에야 뇌 CT 검사를 시행하여 뇌출혈과 뇌부종을 발견하고 수술을 시행했으나 환자는 사망
2) 법원의 판단
- 의료진은 환자가 낙상한 경우 뇌출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하여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음
-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해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병원 의료진이 낙상 사고 후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뇌출혈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함
나.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다265010 판결 – 설명의무 위반
1) 사건 개요
- 환자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뇌경색이 발견되어 좌측 편마비, 인지장애 등의 후유증을 입음
- 수술 전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 관련 설명을 하고 곧바로 수술을 진행함
2) 법원의 판단
-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함
-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함
-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설명 후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함
다.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7다6726 판결 – 뇌혈관연축 관련 과실
1) 사건 개요
- 환자가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뇌지주막하출혈 치료를 위해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고 합병증 관리를 위해 중환자실에 있다가 방사선학적 뇌혈관연축 상태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짐
- 이후 환자는 사지가 뻣뻣하게 굳으며 혼수상태에 빠져들었고 자극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으나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음
- 다음 날 두개 감압술 등 수술을 받았으나 식물인간 상태에 이름
2) 법원의 판단
- 병원 의료진이 방사선학적 뇌혈관연축 상태를 확인하고서도 칼슘길항제의 투여를 중단하고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것은 의료상 과실에 해당함
- 환자의 이상증세에도 불구하고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의료상 과실에 해당함
- 이러한 의료상 과실과 환자의 상태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개재될 만한 다른 원인이 없었으므로 의료상 과실과 현재 환자의 상태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됨
라.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다217974 판결 – 설명의무 위반
1) 사건 개요
-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기왕증이 있는 환자가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수술을 받음
- 의료진은 마취 및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경추부 질환이 악화되어 경추부 척수병증 또는 사지마비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음
- 수술 결과 환자는 양측 손의 섬세한 기능장애 등의 후유장해를 입음
2) 법원의 판단
-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음
-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됨
-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은 환자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어야 할 사항임
마. 청주지방법원 2019. 8. 19. 선고 2017가합202415 판결 – 약물 부작용 관련 과실
1) 사건 개요
- 심근경색 진단을 받아 스텐트 시술을 받고 심근경색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던 환자가 발목 부상으로 병원에 내원
- 환자는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 약물에 부작용이 있었음
- 의사는 환자의 과거병력 및 투약력을 문진하지 않고 디클로페낙 성분의 주사제를 처방
- 환자는 주사 후 심근경색 및 과민성 쇼크 의증으로 사망
2) 법원의 판단
- 의사는 환자의 과거병력 및 투약력을 문진이나 기타 방법으로 파악한 후 해당 약제를 처방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
- 디클로페낙 성분이 있는 주사제는 중대한 심혈관계 혈전 반응,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의 위험을 치명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며, 심혈관계 질환 환자에서는 더 위험할 수 있음
- 의사가 환자의 과거병력 및 투약력을 파악하지 않고 디클로페낙 성분의 주사제를 처방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함
- 또한 주사제 처방 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주사제로 인한 부작용 및 합병증, 다른 치료방법 등에 대한 설명의무도 위반함
결국 소송은 증거과 입증 싸움이며ㅡ 의료소송은 더더욱 증거가 의사측에 편향되어 있어서 환자측이 증거를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경우 의료법에 따른 진료기록 열람 및 복사권을 행사하여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여야 하며, 병원에서 진료기록 열람·복사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즉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관할 보건소 등 관련 행정기관에 신고하여 개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진 측이 증거를 변조하거나 은닉할 우려가 있을 때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 사전에 증거 조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본안 소송 전에 법원이 증거를 확보해 두는 절차로, 증거 멸실 우려가 있을 경우 효과적입니다. 또한 증거제출명령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의료진의 고의적 증거 은폐나 의료법 위반이 의심되는 경우,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하여 수사·압수수색을 통해 진료기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고죄 등 법률 리스크도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과 법률 자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