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미용실·헬스장·술집 같은 자영업 점포를 인수할 때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가게 시설과 권리금만 인수한 거지, 이전 사장 빚까지 인수한건 아니다.”
실제로 계약서에도 “채무는 승계하지 않는다”, “기존 사업자의 채무는 매도인이 책임진다” 같은 문구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계약 문구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자의 채무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외부에서 보기에 같은 가게처럼 운영되는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채무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거래처 대금, 식자재 미수금, 임대차 관련 채무, 회원권 환불, 선불 이용권, 공사대금, 직원 임금 등을 두고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1. 원칙: 가게를 인수했다고 이전 사장 빚까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먼저 기본 원칙부터 보겠습니다.
단순히 가게를 양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전 사업자의 채무까지 자동으로 승계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설·집기만 매수했거나, 권리금만 지급했거나, 내부적으로 “채무 승계 안 한다”고 정한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사업자의 채무는 여전히 이전 사업자 본인이 부담합니다.
즉, “사업을 인수했다 = 빚까지 다 따라온다”는 원칙이 아닙니다.
2. 예외: 상법 제42조
그런데 가게를 인수한 뒤 갑자기 이런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 사장 거래처인데 미수금 지급해주세요.”
“상호 그대로 쓰시니까 책임 있으신 거 아닌가요?”
여기서 문제되는 것인 상법 제42조입니다.
상법 제42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
쉽게 말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가게처럼 계속 운영되는데, 사실은 사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채권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불합리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양수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거래처나 고객 같은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영업재산을 믿고 거래합니다. 그런데 사장이 바뀌면서 채무는 넘기지 않고 상호만 그대로 사용하면, 외부에서는 “가게가 계속 운영되는 줄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자가 채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은 일정한 경우 새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상법 제42조 책임이 인정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가. 상법상 ‘영업양도’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시설이나 집기를 산 것이 아니라, 조직화된 영업 자체를 통째로 넘겨받은 경우여야 합니다. 이를 “영업양수도”라고 합니다.
법원은 영업양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양수인이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가게 집기만 경매로 낙찰받은 경우, 또는 영업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영업양도로 보기 어렵습니다.
나. 상호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
이때 이전 사업자가 쓰던 상호와 완전히 동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판례는 “전후의 상호가 주요 부분에 있어서 공통되기만 하면 상호를 계속 사용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정장 여관’을 인수해 ‘삼정호텔’로 운영한 경우에도 상호 속용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상호 자체가 아니더라도, 이전 사업자의 상호를 영업 명칭이나 영업 표지로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도 상법 제42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외부 채권자 입장에서 영업주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호 속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 헬스장’을 인수하면서 상호는 ‘B 헬스장’으로 바꿨지만 간판·유니폼·회원증 등에 여전히 ‘A 헬스장’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면, 공식 상호가 달라졌더라도 상법 제42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외부 거래처나 회원 입장에서는 “그냥 A 헬스장이 계속 운영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 이전 영업으로 인해 발생한 채무여야 한다
양수인이 책임지는 채무는 영업양도 전에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영업양도 이후에 발생한 채무는 원칙적으로 양수인이 책임지지 않습니다.
4. 성격: 법정 책임이자 부진정연대책임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당사자의 의사나 인식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법정 책임입니다. 즉, 양수인이 “나는 채무를 인수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해도 소용없습니다.
또한 이 책임은 이전 사업자(양도인)의 채무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습니다. 즉, 이전 사업자도 여전히 채무를 부담하고, 새 사업자도 함께 책임을 집니다. 어느 한쪽이 변제하면 다른 쪽의 채무도 그만큼 소멸합니다.
5. 계약서에 “채무 승계 안 함”이라고 쓴다면?
이러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계약서에 명시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수인과 양도인 사이의 내부 약정만으로는 제3자인 채권자에게 항상 대항할 수 없습니다. 즉, 계약서에 이러한 내용을 기재해도 실제는 크게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즉, “우리끼리는 채무 안 넘기기로 했다”고 약정했더라도, 외부에서 같은 상호·같은 영업·같은 장소로 계속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면 상법 제42조 문제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6. 그렇다면 무조건 책임지는가? —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 면책 등기 또는 통지를 한 경우
양수인이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양도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등기한 경우, 또는 양도인과 양수인이 지체 없이 채권자에게 개별 통지한 경우에는 상법 제42조 책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상법 제42조 제2항)
나. 채권자가 채무 미승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악의)
상호 속용 양수인의 책임은 채권자의 외관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악의), 그 채권자는 상법 제42조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단, 채권자가 악의라는 점은 책임을 면하려는 양수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다. 영업양도 후 2년이 경과한 경우
상법 제42조에 따라 양수인이 변제 책임을 지는 경우, 양도인의 채무는 영업양도 후 2년이 경과하면 소멸합니다. (상법 제45조) 이 경우 양수인만 남아 책임을 지게 됩니다.
7. 가게 인수시 주의해야할 사항
가게 인수 시에는 단순히 권리금 계약만 볼 것이 아니라 아래 사항들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존 미지급 거래처 존재 여부
- 임대료·관리비 연체
- 직원 임금·퇴직금 문제
- 회원권·선불권 판매 내역
- 세금 체납 여부
- 기존 클레임·분쟁 여부
- 상호 유지 여부 (간판·전화번호·영업 표지 포함)
특히 “간판 그대로 두고 사장만 바뀌는 구조”는 분쟁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만약 상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이전 사업자의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등기하거나, 주요 채권자들에게 개별 통지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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