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 거래는 과거처럼 매도인과 매수인이 처음부터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실거래 현장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물을 확인
- 매도인·매수인이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개사가 조건을 전달·조율
- 매매대금, 계약금, 중도금, 잔금일 등 주요 조건에 대한 합의
- 가계약금 또는 계약금 일부를 먼저 송금
- 며칠 후 정식 계약서 작성
문제는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계약을 파기하려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입니다.
이때 당사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계약서 안 썼잖아요.”
“가계약 단계였는데요.”
“도장도 안 찍었는데 계약이 아닌 거 아닌가요?”
그러나 실제 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상식적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① 계약 성립 여부, ② 위약금 약정의 인정 여부, ③ 가계약금의 법적 성격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변호사 관점에서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1.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계약은 성립할 수 있다
가. 부동산 매매계약은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부동산 계약은 계약서를 써야 성립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정확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563조는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합니다 (민법 제563조)
즉.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본질적·중요한 사항에 관한 의사의 합치만 있으면 계약은 성립합니다.
나. 어느 정도 합의가 있어야 계약이 성립하는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합니다.
실무상 다음 사항들이 합의된 경우 계약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매매 목적물(어떤 부동산인지)
- 매매대금(얼마에 팔고 사는지)
- 계약금·중도금·잔금의 구조 및 지급 시기
- 소유권 이전 및 인도 시점
다. 카톡·문자·가계약금 송금도 계약 성립의 증거가 된다
최근 부동산 거래에서는 중개사가 카카오톡으로 조건을 전달하고, 당사자들이 서로 얼굴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경우 법원은 계약서 작성 여부보다 실질적인 합의 내용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3억 5천에 진행하겠습니다”, “계약금은 3천입니다”, “오늘 300만 원 먼저 보내주세요”, “잔금은 다음 달 말로 하겠습니다”라는 대화 후 실제로 가계약금이 송금되었다면, 법원은 이를 단순한 예약 수준이 아니라 실제 계약 체결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매매계약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을 정하고 그와 같은 내용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함으로써 최소한 그와 같이 약정한 바에 따라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가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2. 계약이 성립했다고 해서 위약금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 계약 성립과 위약금 약정은 별개의 문제
그런데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해서, 계약파기시 당연히 계약금 2배를 돌려주거나 포기해야 하는것은 아닙니다.
“계약 깼으니까 위약금 줘야지.”
“가계약금 날리면 끝 아닌가요?”
“배액배상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법적으로는 다음 문제들이 각각 별개로 판단됩니다.
- 계약이 성립했는지 (계약 성립 여부)
-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해제권 발생 여부)
- 위약금 약정이 존재하는지 (위약금 약정의 성립 여부)
- 계약금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해약금인지, 위약금인지)
즉, 계약은 성립했지만 위약금 약정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나. 위약금 약정은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가계약금으로 지급된 금원에 대하여 위약금 약정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실제 분쟁에서 위약금 약정이 인정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위약금 이야기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경우
- 계약금 총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경우
- 중개사가 통상 그렇게 한다고만 설명한 경우
- 정식 계약서에서 정하기로 했던 경우
3. 가계약금의 법적 성격 — 해약금,위약금
가. 계약금의 원칙적 성격: 해약금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민법 제565조). 이처럼 계약금은 원칙적으로 해약금의 성질을 가집니다.
나. 가계약금이 위약금으로 귀속되려면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가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당연히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계약서에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조항이 없는 경우, 피고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즉, 단순히 “가계약금을 보냈다”거나 “계약이 깨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돈이 자동으로 상대방의 위약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이 미리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약속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계약서나 문자 등에 “계약을 파기하면 계약금은 위약금으로 몰취한다”, “계약금은 해약금·위약금으로 본다”와 같은 내용이 없다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가계약금은 못 돌려준다”라고 주장하더라도 그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매도인·매수인 입장에서 주의할 사항
가. 매수인 입장
“아직 정식 계약 전이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가계약금을 보냈다가, 이미 계약 성립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카톡·문자·계좌이체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 당사자가 생각한 것보다 계약 성립이 쉽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매도인 입장
“계약 파기했으니 당연히 위약금 청구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가, 정작 위약금 약정이 불명확하여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약금 약정은 명확하게 서면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다. 가계약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가계약 단계에서는 단순히 “계약을 했는지”만이 아니라, 다음 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확인 사항 | 내용 |
|---|---|
| 계약금의 성격 | 해약금인지, 위약금인지 명확히 약정 |
| 위약금 기준 | 위약금 약정 여부 및 금액을 서면으로 확정 |
| 계약 파기 시 처리 방법 | 가계약금 반환 여부, 배액 상환 여부 등 명시 |
| 본계약 체결 일정 | 정식 계약서 작성 일자 및 조건 명확화 |
부동산 거래에서 “정식 계약서를 아직 안 썼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최근처럼 중개사를 통한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된 환경에서는, 카톡·문자·가계약금 송금만으로도 계약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계약이 성립했다고 해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예정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성립 여부와 위약금 약정 여부는 별개로 판단되며, 위약금 약정은 생각보다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가계약금은 원칙적으로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위약금으로 귀속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명확한 위약금 약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계약 단계에서는 계약의 성립 여부, 계약금의 법적 성격, 위약금 약정의 존재 여부를 각각 구분하여 신중하게 검토하고, 분쟁 예방을 위해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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